TK 찾은 안철수, 지역 주민들 반응은…

불산가스 누출 현장 "국민 보호 못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있나"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출마선언 이후 처음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 표심 잡기에 나섰다. 안 후보는 8일 대구, 구미, 경산 등 3개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불산가스 누출 피해현장 방문과 대학 강연 등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를 펼쳤다.

안 후보는 이날 경북 경산 대구대 강연에서 "대구·경북 지역은 1인당 생산량 등 통계수치를 보면 굉장히 상황이 안 좋은 부분이 많다"며 "차기 정부가 누가 되든 심각한 지역 격차 해소를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구 현지에서 지역 균형발전 관련 정책포럼을 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시대정신이 격차해소에 있다고 보고 경제민주화는 그 하부개념"이라며 "경제민주화는 얘기가 많은데 지역격차 해소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길래 문제의식을 갖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단기적으로는 힘들 것 같다"며 "대선 때마다 지역개발 공약이 나오지 않나. 공항, KTX, 커다란 시설, 정부기관 유치. 이런 수많은 공약들이 실행된 이후에도 지역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 선심성 공약은 도움 안 된다는 게 (결과로) 나와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로 격차해소를 하기 위해서는 지역분권이 제대로 돼야 한다"며 "권한도, 돈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다 보니 각 지역은 종속변수로 돼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입장 때부터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고 안 후보를 촬영하려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물결이 펼쳐졌다. 한 학생은 상기된 표정으로 옆자리 친구에게 "진짜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도 2030세대와의 소통에 적극 나섰다. 취미를 묻는 질문에 영화 감상이라고 답하면서 "최근에 <건축학개론>을 봤는데, 30대 정서라는데 '저도 정서에 맞던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거나 '청춘콘서트'에서 했듯 청년층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이었다.

안 후보 측은 TK 지역 방문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전국의 흐름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구에서도 새로운 변화, 흐름이 민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일정을 "대구 민심과 만나는 중요한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지역균형발전 포럼이 대구 현지에서 열린데 대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하고 "(TK지역이) 지역적으로 정치적 독점돼 있다 해도 분출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앞서 지난달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부산고와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장을 찾았으며, 이달 3일 부터는 사흘 일정으로 광주와 전남 여수, 전북 완주·전주를 방문했었다. 부산·경남(PK)과 호남 지역을 연이어 찾은데 이어 이날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TK를 찾은 것.

"안철수, 아직 이미지가 좋긴 한데…"

강연에 앞서 안 후보는 구미 봉산리 불산가스 누출 피해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전날엔 마을에서 대피한 주민들과 입원 환자들을 만났다. 재난 현장을 찾은 영향력 있는 손님인 만큼 주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주민은 "(안 후보를) 좋아한다"며 연신 웃음지었다. 다만 그는 '박근혜 후보는 어떠시냐'는 질문에 "다 좋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안철수는 교수고 박근혜는 정치인 아니냐"며 "잘 모르겠다. 아직 이미지가 좋기는 한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안철수, 말라붙은 벼이삭 앞에서 "이 넓은 벌판이…"

이날 오전 봉산리 피해 현장을 살펴본 안 후보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후보는 "예방, 초기대응, 사후대책 모든 면에서 (대응이) 미약했고, 그런 것이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면서 "모든 (주민) 분들이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하고, 농사짓는 분들의 불안이 불식되도록 토양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보고서 같은 형태로 (사고 경위 및 대응을 정리해서), 어떤 것을 고칠 수 있는지 교훈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은 정부의 특별재난구역 선포 이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만시시탄이지만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등 위기관리대응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박명석 마을 이장의 안내로 논과 멜론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소 축사 등을 둘러보고 "농사짓는 분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나"고 위로했다. 말라붙은 벼이삭을 손에 쥐고 논을 바라보며 "이 넓은 벌판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박 이장은 150가구 250명의 주민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 대피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어 불산가스 누출사고 현장인 휴브글로벌 사(社)를 찾아 환경단체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고, 대책본부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했다. 대책본부에서 안 후보를 위해 준비한 상황보고를 "제가 보고받으러 온 건 아니고 고생하시는 분들 격려하러 왔다. 저한테 보고하는 시간보다 대책에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사양한 그는 "정말 수고하신다는 격려, 위로말씀 드리고 싶다. 다만 주민 분들이 굉장히 불안해 하신다. 좀더 노력하셔서 불안 해소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고, (대피소에) 피난하신 분들을 보니 많은 분들이 장소 좁은데 매트리스 없이 불편하게 주무시던데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없는지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대구역에서 가진 정책포럼 인사말에서도 "정부에서 열흘이 지난 이후에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나라 발전 과정에서 위험요소를 간과하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하면서 왔는데 이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관리), 위험해도 앞으로 전진할 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현장만 수습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안철수, 6번째 정책포럼은 '지역균형발전'

한편 안 후보는 이날 대구 현지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분권과 혁신 포럼'의 첫 모임을 가졌다. 혁신경제, 정치혁신, 경제민주화, 외교안보, 일자리 분야에 이어 안 후보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산하에 6번째로 꾸려진 정책포럼이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방분권, 지역인재 육성, 지역 자체의 노력 등 3가지 원론적인 원칙을 강조했다. 분권혁신포럼 대표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했다. 지방에 희망이 없다"며 "안 후보가 지방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 후보와 김 교수 외에 박광서(전남대), 박경(목원대), 김영정(전북대), 이일영(한신대), 정연정(배재대), 최병호(부산대), 안동규(한림대) 교수와 박상일 해남희망포럼 대표, 이정인 전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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