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스트리트 시위는 미국인들 좌절감의 반영"

美 금융자본 비판…'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우호적 시선?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마저 '이해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견지해 왔던 태도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월스트리트 시위에 대해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면서 "나는 그것(시위)이 미국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의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면서 "미국인들은 월스트리트에 제대로 된 규제가 이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재정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에 걸쳐 막대한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위기를 초래한 권한 남용 행위를 제재하려는 노력에 대해 여전히 무책임하게 맞서려는 자들이 있다"며 금융자본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대한 폭넓은 좌절이 시위를 통해 나타난 것"이라며 "숨겨진 수수료를 가지고 속임수를 써서 경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 발언은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내년부터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지난해 우리가 지켜본 것은 금융권 뿐 아니라 의회의 공화당도 사사건건 반발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자들은 모든 개혁에서 후퇴하고 위기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있다"고 공화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달 자신이 제안한 450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그는 의회가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분노한 유권자들에 의해 '방을 빼게'(out of town)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의 기자회견 내용은 백악관이 위치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시위대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의 시위를 본뜬 'DC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의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시위의 진원지 뉴욕뿐 아니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 관련 시위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뉴욕에서 열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는 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산업노조총연맹과 자동차 제조업 노조, 전국간호사연맹(NNU) 등이 소위 '메이저 노조'들도 동참해 시위 시작 이래 최대 규모인 5000명이 행진을 벌였다. 경찰 바리케이드에 접근하려는 일부 시위대의 시도는 최루탄과 곤봉 앞에 좌절됐고 경찰은 28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시애틀을 점령하라' 시위에서는 200여 명의 시위대 중 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시위대의 텐트와 다른 설치물들을 제거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점령하라' 시위에서도 경찰은 시위대에 '캠프 설치는 불법'이라며 텐트 등을 제거하려는 경찰의 시도를 방해하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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