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25~26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사무협상에서도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이 냉전 시기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필리핀의 한 군사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롬멜 C. 반라오이 필리핀 평화‧폭력‧테러연구소(PIPVTR) 소장은 지난 24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난사군도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냉전'이 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 미국-필리핀 외무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중국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반라오이 소장은 "냉전이란 최소 두 개의 강대국이 개입해 안보적 긴장을 빚고 있지만 실제 전투로 돌입할 만큼 군사적 적대감이 깊지는 않은 상태이며, 갈등은 대리전, 군사동맹, 선전전, 첩보행위, 통상 마찰 등을 통해 나타난다"고 정의하고 "바로 지금 미국과 중국이 난사군도를 놓고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라오이 소장은 "2009년 3월부터 이같은 냉전이 시작됐다"며 당시 5척의 중국 선박이 미 해군 관측선의 활동을 방해한 사건을 미중 대립의 시작점으로 꼽았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군 선박이 중국 영해를 침입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사건이 중국 영해가 아니라 공해상에서 발생했다고 맞섰다.
그는 "미국은 남중국해에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고(작년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중국은 남중국해를 대만‧티벳 문제와 함께 '핵심이익'으로 꼽았다"면서 "또 중국은 남중국해 갈등은 당사국 간의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라며 개입할 뜻을 비치고 있다"고 양국의 입장 차이를 정리했다.
그는 "필리핀은 미국과 중국 간의 내전에 말려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미국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스스로 미국과 중국 간의 냉전이 절정에 달한 이때에, 자국이 대리전에 말려들도록 허용할 것인가?"라고 묻고 "이는 주권 국가라면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라오이 소장은 PIPVTR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으며, 이 연구소 산하 국가안보‧정보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필리핀 국방대학교 교수‧부총장 등을 지낸 그는 올해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과 '알바니 평화상'을 공동수상키도 했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중국과 베트남은 25일 베이징에서 담판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합의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베트남측 특사인 호 수언 선 외무부 차관은 양국이 해상 분쟁 해결 협의서에 대한 논의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지난 2002년 '남해각방행동선언'의 후속 절차를 이행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남중국해 분쟁의 또다른 당사자 필리핀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필리핀 외무장관과의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필리핀 해군의 물자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으며, 미국과 필리핀 간 공동방위조약을 언급하면서 필리핀 방위와 관련한 미국의 노력과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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