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베트남, 난사군도 문제 "대화로 풀자" 합의 배경은?

[中國探究] 난사군도의 '동상이몽'

최근 난사군도(난사췬다오南沙群島, 영어명 스프래틀리spratly) 영유권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하던 중국과 베트남이 일단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베트남 지도자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호수언선 외무부 차관은 지난 25일 베이징 회동을 통해 양국이 대화와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합의함으로써 일단 표면적으로는 일촉즉발의 위기는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난사군도 분쟁은 지난달 26일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원유 탐사 작업을 하던 페트로 베트남 소속 탐사선 '빙밍 2호'에 연결된 케이블이 중국 순시선에 의해 절단된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베트남은 13~14일 양일간 남중국해에서 실탄 훈련 등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응웬떤중 총리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이후 최초로 전시를 기준으로 한 징병 명령에까지 서명하는 강수를 두었다.

중국도 15일 연례 순시임을 강조하면서 비군사용 순찰함이기는 하지만 헬리콥터와 각종 측정 장비 및 정보통신기기를 탑재한 최신예 선박 해순 31호를 급파했고, 대만과의 공동전선을 제안하는 등 중화권 연대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난사군도 뿐 아니라 인근 둥사(東沙)군도 및 시사(西沙)군도의 영유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이 불만인 필리핀이 다음 달 난사군도의 팔라완 섬 부근에서 미 해군 7함대의 구축함과 구조선이 참가한 합동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측은 미국과 1951년 체결한 공동방위조약을 근거로 미국이 남사군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해군 현대화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받아 이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현재까지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난사군도는 이미 40여 년 간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의 하나다. 남중국해에 위치하고 있는 230여 개의 섬과 암초로 구성되어 있는 난사군도는 실제로는 20여 개의 섬과 암초만이 해수면 위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주변 해역에는 풍부한 어족 자원과 광산, 석유 자원이 매장되어 있으며 인도양과 동‧남중국해를 잇는 교통의 요지라는 전략적 지위 때문에 주변국의 이해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

▲ 난사군도상의 한 섬의 모습. 거의 물 속에 잠겨 있는데도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은 모습이 이채롭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은 수산·지하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기본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이 난사군도 전체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도 일부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중 베트남이 약 20여 개, 필리핀이 8개, 말레이시아 4개, 대만은 가장 큰 섬인 태평도를, 중국은 7개 도서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브루나이는 공동 개발과 완전한 해상안전의 보장 등을 강조하면서 영유권 분쟁에 뛰어들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이 지역의 자유무역지대화를 주창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해당 지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해 유사시 군사 충돌도 우려되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난사군도 전 지역이 중국의 영유권에 속함을 주장하는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압박하면서 작년에는 이 지역이 중국의 '핵심 이익 지역'임을 천명하고 강력한 무력시위를 실시한 바도 있다. 이 지역과 관련해 중국의 부상이 부담이 되는 미국과 러시아 인도, 그리고 일본도 중국을 경계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 매우 복잡한 국제 정치경제적 지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작심한 듯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작년 남(중국)해에서 강공 정책을 밀어붙였던 중국은 강공의 결과가 결국 미국의 개입을 초래했다는데 대해 올해는 조용한 외교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베트남과 필리핀의 계산된 준비를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점차 손을 떼면서 아시아지역으로 외교력을 집중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7월 열렸던 아세안포럼(ARF)은 올해부터 미국의 옵저버 지위를 인정해 자연스럽게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난사군도와 관계돼 있는 6개 국가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2002년 합의한 '남해 당사국 각방 행위 선언'의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자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더 이상 국제화‧다변화되는 것은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직접적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자유항행의 보장'을 명분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여기에 베트남이 러시아제 무기를 구입해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면서 중국과 대결 구도를 펼치는 것은 미국에 불리하지 않다. 중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베트남은 결국 미국으로 경사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대량의 무기를 베트남에 공급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지위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국내문제로 직접적 개입은 어렵지만 인도와 더불어 대중 경계를 강화하려는 추세로 중국은 베트남-인도-일본 연합전선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중국으로부터 난사군도의 영유권 확보는 '중화민족의 책임'이므로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의를 받은 대만도 속내가 복잡하다. 잘못하면 중국과의 연대로 몰려 미국은 물론 동남아 각국과의 관계도 이상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지역 문제의 해결은 단순하지 않다. 무조건적인 영유권 주장이나 힘자랑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남중국해의 시사군도나 둥사군도 문제 해결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영유권 문제에 양보할 국가는 없기 때문에 일단 해당 지역의 비군사화(Demilitarized)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관리국 같은 것을 세워 자원의 개발이나 분배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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