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사망 가능성 있어"

정부는 '독성 없다' 평가 vs. "독성 평가 다시 해야"

A씨 부부는 약 1년 동안 2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과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였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 질환을 앓다가 돌을 겨우 넘기고 세상을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조사를 통해 인체에 독성이 없다고 평가 받은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는 피해를 주장할 수 없었다. 결국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PB상품(백화점 등의 대형 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으로 내놓은 이마트를 상대로는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다.


A씨 부부처럼 독성이 없다고 정부가 평가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조·판매 업체에 책임조차 묻지 못했던 피해자가 많았다. 그러나 독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가습기 살균제에서도 독성이 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인체에 독성이 없다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 중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살균제 피해 사진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장하나 의원이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교실와 함께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의심 사례 접수자의 사용 제품 현황>)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이 사용한 12개 종류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빈도를 분석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 사례의 제품별 정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2월 2일 질병관리본부는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성분 제품은 폐 손상과의 인과 관계가 확인됐지만 CMIT/MIT 성분 제품에서는 폐 섬유화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분석 결과 CMIT/MIT성분의 제품에서도 총 58명의 피해자(환자 40명, 사망자 18명)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CMIT/MIT가 주성분인 가습기 살균제는 총 4종(애경 가습기 메이트,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함박웃음 가습기 세정제, 산도깨비 가습기 퍼니셔)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피해자 322명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총 12개이며 중복 사용을 포함하면 피해자들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건수는 총 423건이다.

장하나 의원이 발표한 바로는 이 중 애경 가습기 메이트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다 사망한 사람은 총 5명이다. 애경 가습기 메이트에 대한 피해 사례는 총 43건으로 피해 신고 3위(1위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2위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기록했다.

이마트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다른 제품과 중복해 사용한 피해자 9명 중 3명이 사망했다. 산도깨비 가습기 퍼니셔는 다른 제품과 중복해 사용한 피해자 3명 중 2명이 사망했다. 함박웃음 가습기 세정제는 다른 제품과 중복해 사용한 피해자만 3명이며 아직 사망자는 없다.

장하나 의원은 "CMIT/ MIT에 대해서는 국제 학술 저널은 물론이고 국내 학술 모임에서도 그 독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CMIT/ MIT 성분에 대한 독성 평가를 추가로 실시하고 오늘(9일) 열리는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업무 보고에서 화학 물질 전문 기관인 환경부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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