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직전 단계", 후쿠시마 원전 '일촉즉발'

<파이낸셜타임스> "최악의 경우, 일본 전역 방사능 오염"

이미 국제적인 원전 사고 등급 최고단계에 육박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가 이제 전대미문의 원전사고로 치닫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1원전 6개 원자로 모두 냉각시스템이 궤멸되면서 좀처럼 고열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동중인 1~3 호기는 물론 정기점검 중이었던 4~6호기에서는 사용후 핵연료가 고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만일 4~6호기에서 사용후 핵연료가 심하게 녹아 내리면, 1~3호기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별도의 격납용기 없이 격납 건물 안의 냉각수조에 담겨있기 때문에, 핵연료봉이 수면 위에 드러나면 그대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부근 대피센터에서 방사능 수치가 2.9마이크로 Sv/h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5일 한 때 원전 부근에서 연간 허용량의 400배에 달하는 400mSv/h의 방사능이 검출돼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AP=연합
사용후 핵연료 보관된 4~6호기도 연쇄 폭발 우려

현재 4~6호기 중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은 4호기다. 1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경제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에 따르면, 전날 화재를 일으켰던 4호기에서 이날 오전 5시 45분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으나 오전 6시15분에 일단 불길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4호기는 전날 핵연료봉이 수면 위로 노출되면서 수소가 대량 발생해 수소폭발로 화재가 일어나며 건물이 일부 파손됐다.

일본 정부는 5호기와 6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도 온도가 상승 중이어서 4호기와 같은 화재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1원전에는 사용후 핵연료봉이 무려 800여개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의 원자로 중 1~4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난 이후 방사능 누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나머지 5,6호기 내부 온도도 상승 중이어서 연쇄 폭발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한 것은 냉각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4호기의 경우 내부 방사선 수치가 매우 높아 직원들의 접근이 어려워 냉각수조에 냉각수를 투입하는 작업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핵연료 손상은 상당히 진행됐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 15일 오후 3시30분 현재 1호기 원자로의 핵연료는 약 70% 정도 손상됐으며, 2호기 원자로의 핵연료 역시 33% 정도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원자로의 상태로 볼 때는 2호기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호기 원자로의 압력제어실 물탱크가 폭발로 손상된 것은 1, 3호기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의 핵연료 손상이나 노심용해 정도가 아니라 이에 따른 방사능 대량 유출을 막아줄 격납용기 자체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원전 사태는 진행형…이미 체르노빌 직전 단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격납용기의 손상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압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커다란 손상이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2호기의 노심 용해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아직은 5% 이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의 원전사태가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당시 유럽위원회의 자문관으로 활약한 핵물리학자 샨 나이르는 "일본 원전 사태는 심각하지만, 아직 체르노빌 정도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최악의 경우 일본 전역에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제원전 사고등급 분류 기준으로 가장 높은 7등급에 해당한 원전사고는, 원자로 폭발에 의해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된 경우로 지금까지는 체르노빌 사태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사태는 최악의 경우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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