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씨는 "이것이 표절에 해당하는가는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것은 불찰이고 필요하다면 참고한 자료의 출처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강남몽>을 펴낸 출판사 창비도 "'다큐 소설'이라는 작품 특성상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적 자문을 얻었다"면서도 "작가 의견을 존중해 작가 후기 등 적절한 방식으로 자료 출처를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강남몽>(황석영 지음, 창비 펴냄). ⓒ창비 |
문제가 된 부분은 조직 폭력배 간 갈등을 다룬 제4장 '개와 늑대의 시간'. <신동아>는 최근 주요 인물의 만남이나 조폭 파벌 내부 싸움 등의 서사가 자사의 조성식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동아일보사 펴냄)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출간된 이 책은 조 기자가 수십 명의 조직 폭력배를 인터뷰해 엮은 논픽션으로 내용 중 일부는 <신동아>에 연재됐었다.
<신동아>의 표절 의혹 제기에 이어서 <동아일보>도 19일 사설에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까지 표절로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준을 들면서 표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법적 논란을 떠나 당당하게 출처를 소명하는 것이 양식 있는 작가의 도리"라고 황 씨에게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황 씨가 "소설의 시대물은 대개 신문 기사 등등의 사실 자료를 취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큐 소설'인 <강남몽>을 쓰기 위해 구상 단계에서부터 잡지 기사와 인터넷 자료 등을 참조했다"고 뒤늦게 해명하며 <신동아>의 의혹 제기를 수긍한 것.
▲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조성식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동아일보사 |
황 씨가 <신동아> 기사의 참고 사실을 인정하며 "자료 출처를 밝힐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원래 '이야기'의 창작 주체가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표절 논란으로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여겨져 온 황 씨가 큰 상처를 입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강남몽>은 황 씨의 유명세에 기대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문학적 완성도를 놓고는 논란이 있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는 '프레시안 books'(2호)에 기고한 서평에서 "등장인물의 인생 부침이 대개 '우연'에서 출발하는 것은 좋은 소설적 설정이 아니다"라며 이 소설의 구성상 약점을 지적하면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독자들이 강남을 형성시킨 한국적 압축 성장에 대한 입체적·비판적인 이해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혹평했다. (☞관련 기사 : 강남 백화점은 무너졌지만, '황금광 시대'의 헛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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