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아동을 미국에 보낸 입양 기관들은 입양인들이 국적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문서로 확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민간 입양 기관을 통해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체 미국 입양인 11만 명 가운데 국적 취득 여부가 불확실한 인원이 1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글 보기 : 34년 만에 노숙자로 발견된 팀, 그 후 이야기 )
그간 미국의 아동시민권법은 많은 문제점을 개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지는 입양아들은 여전히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추방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는 미국 정부가 한국 입양아들에게 발행하는 비자의 종류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 정부가 해외 입양아들에게 발행하는 IR-3(Immediate Relative-3)과 IR-4 비자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에 발행하는 비자다. 이 가운데 IR-4 비자는 해외 입양인에게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IR 비자 발행 현황 통계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1506명의 아동들에게 IR-4 비자를 발행했고, 이 중 628명이 한국 아동이었다. 한국은 이 비자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였다. 그다음으로는 우간다(226명), 콩고민주공화국(211명), 에티오피아(114명), 모로코(57명) 순으로 비자를 받았다. 한국에서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IR-3 비자를 발급받은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돼 입양을 법원이 최종 결정해야 하게 되면서, 이제 한국 아동은 IR-4보다 낳은 IR-3 비자를 받고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할 기회가 많아졌다. IR-3 비자는 미국이 아닌 입양아 송출 국가에서 입양이 최종 승인이 날 때, 즉 완전한 마지막 입양이 미국에 오기 전에 이루어질 때, 그리고 입양 부모가 입양 전 혹은 입양 진행 중 입양 아동을 직접 만났을 때 발급된다. 보통 '완전하고 마지막 입양'을 하는 나라들의 경우 입양 부모가 직접 현지 법원에 출두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지회를 두고 있는 한국입양홍보회는 지난 12일 영어 블로그(http://mpakusa.blogspot.kr)를 통해 한국 법원이 대부분의 미국 입양 부모가 한국 법원에 오지 않아도 입양이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 입양 부모가 한국 법원에 직접 오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아동에게 IR-3 비자가 아닌 IR-4 비자를 줄 수 있다. 한국입양홍보회도 영어 블로그를 통해 이 점을 인정했다(아래 사진 참조).
| ⓒ한국입양홍보회 영자 블로그 갈무리(http://mpakusa.blogspot.kr/2013/03/great-news-no-extended-travel-rquirement.html) |
어떤 이들은 한국 입양아가 새로운 IR-3 비자 대신 옛날 IR-4 비자를 받아도 아무 이상 없이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럴 경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어떤 미국 입양 부모들은 미국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재입양 절차를 빼먹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해외 입양아는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이미 그랬던 것처럼 더 많은 해외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
한국 입양아가 IR-3 비자가 아닌 IR-4 비자를 받고 미국에 오면 이 입양아는 미국 시민권을 받기 위해 다시 입양 절차를 미국에서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 법원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판사가 양부모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 아동을 다시 입양하려고 합니까? 한국에서 이 아동에 대한 입양이 이미 끝난 것 아닙니까?"
'아동 최우선의 원칙'에 의해서, 한국 가정법원은 미국 정부가 정한 IR-3 비자 취득 조건을 미국 입양 부모가 준수토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 입양 부모들이 IR-4 비자를 받은 한국 입양아가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가정법원은 입양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도록 단단한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미국에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추방돼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약 10명의 입양인들을 알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해외 입양 절차가 더욱 엄격한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아동의 입양을 원하는 미국 입양 부모가 한국을 3주 동안 한 번 방문하여 법원에서 입양 절차를 밟도록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 가나, 아이티, 온두라스는 외국인이 입양을 원할 경우 입양 부모가 반드시 두 번 자국을 방문하게 한다. 러시아의 경우는, 올해부터는 미국 입양을 불허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입양 부모가 3번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콜롬비아, 부룬디. 코스타리카, 인도, 홍콩의 경우는 입양 부모가 7주까지 머무르면서 해외 입양 절차를 직접 밟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해외 입양을 원하는 입양 부모들이 그 나라를 방문하고 필요한 절차를 따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해외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동이 태어난 나라를 방문하고 머무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기보다는 아동이 태어난 나라의 문화와 유산을 배우는 기회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 가정법원은 한국 아이의 입양을 원하는 국가의 주한 외국대사관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해외 입양과 관련한 한국의 법과 규정을 배우도록 권유하고 분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양으로 인해 이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한국 법원에서 제공해 주는 정보를 고맙게 여길 것이다.
만일 한국 가정법원이 입양 부모를 입양 판결 과정에서 출석시키지 않고 아무런 검토 없이 입양 기관의 서류만 믿고 그냥 입양 판결을 해준다면, 결국 법원의 역할이란 스탬프 찍어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윤리적 입양 절차를 밟는 일이 귀찮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도, 입양은 언제나 어른들의 편리함보다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해외 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은 무모한 초고속 입양, 산업화된 입양, 비윤리적 입양으로 인해 이미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한국의 가정법원이 한국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아동 최우선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번역: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김성수 박사)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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