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드컵 독점 중계, 시청자가 감시자 돼라"

[월드컵 '감아차기'] 저널리즘 본분 잃으면 가창없이 비판해야

바야흐로 월드컵의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금번 남아공 월드컵은 <SBS>의 독점중계 인해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독중계를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으로 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지난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독점중계의 결과, 전문성이 결여된 해설과 선수의 국적을 잘못 표기한 것과 같은 문제점이 노정되기도 했지만 모든 지상파 방송이 같은 화면을 송출하는 동시중계의 폐단을 방지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한국의 스포츠 방송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시청자의 복지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SBS>가 단독으로 하는 월드컵 중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필자는 앞으로 한 달여간 진행될 <SBS>의 월드컵 축구 중계 및 보도와 관련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세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중계의 객관성 문제, 축구중계의 과도한 오락 프로그램화, 그리고 월드컵 보도행위의 형평성 문제가 그것이다.

▲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SBS> 홈페이지.

첫째로 경기 중계에 대한 객관성 및 전문성 문제다. 월드컵 축구의 성격이 국가대항전이다 보니 경기를 중계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편파적인 중계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경기의 기술적인 요소를 설명하는 부분에서까지 균형감각을 상실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한국팀의 반칙은 너그럽게 수용하면서 상대편의 실수는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경기에 패배했을 경우 이를 심판의 모호한 판정 탓으로 돌리는 등의 태도는 스포츠 저널리즘의 기본을 위배한 해설이다.

또한 중계를 하면서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지나친 민족주의 및 국가주의적 방송으로 축구경기를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스포츠의 승리를 통해 표출되는 국민적 자긍심까지 강제로 억제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국가적 감정에 도취되어 경기의 객관적 요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SBS>는 지난 밴쿠버 올림픽 단독중계를 할 때 이미 이 부분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감정적인 스포츠 중계보다는 과학적인 근거와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축구방송을 보고 싶다.

둘째, 월드컵 관련 방송의 과도한 오락 프로그램화이다. 단독중계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중계 그 자체로는 힘이 부족하고, 경기를 전후로 연예인을 동원해 스포츠 버라이어티쇼를 방영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사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프로그램은 경기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재미위주로만 제작될 확률이 높으며, 나아가 출연자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는 사대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요소들이 종종 발견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왔다.

경기 외적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고 이를 근거로 광고 수익의 극대화를 꿈꾸는 방송사의 이같은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몇몇 경기를 제외한 다수의 경기가 심야 시간대에 벌어지는 남아공 월드컵의 경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시청자 확보 차원에서 더욱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오락성을 기본 포맷으로 하되 축구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포함하는 품격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월드컵과 관련된 보도 내용의 형평성 문제.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보유하다 보니 아무래도 <SBS>는 이번 월드컵이 그 어떤 국제 대회보다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양산하는 다양한 흥밋거리들은 비중 있게 다루는 반면, 월드컵의 그늘진 측면, 예를 들어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한 모습이나 과도한 상업화로 인한 축구 경기 본연의 모습 상실 등의 문제점은 상대적으로 소홀이 다룰 가능성이 있다.

사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방영된 <SBS> 월드컵 관련 뉴스들의 기사 속에는 후원사들의 마케팅 활동을 독려하고 월드컵의 소비문화를 축제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물론 경기 내내 부정적인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판적인 시각이 결여된 보도 행태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SBS>는 월드컵을 단독으로 중계하는 '특혜'를 획득한 만큼, 경기의 보도에 있어서는 균형 잡힌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책임감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문제들은 한국 스포츠 방송이 지금껏 보여 왔던 고질적 병폐이며,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관습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따라서 남아공 월드컵 중계에서 이같은 관행이 또다시 답습된다면 독점중계의 폐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는 월드컵을 마주할 때 한편으로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를 만끽하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평가의 입장을 고수하는 지각 있는 시청자가 되어야 하겠다. 보다 수준 높은 스포츠 중계방송의 탄생을 위해서 말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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