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이지만 이번 서 박사의 비극은 그 동안의 경우에 비해 엄청난 충격을 우리에게 뱉어냈다. 그것은 그가 그 동안 빠져나오지 못한 채 유린 당하고 겁탈 당한 대학의 임용 구조 속에서 정규직 교수가 저지른 비리를 낱낱이 폭로하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함을 만 천하에 공개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언론은 여전히 이 비극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여느 약한 지식인의 한 비극 정도로 다루고 있지만, 그래서 그는 최근 2,3개 대학의 전임교수 임용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목숨을 걸면서 폭로한 내용은 워낙에 충격적이라 파장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B"라고 밝힌 그의 은사에 관한 내용이다. 서 박사에 의하면 그가 B 교수와 공동저자의 명의로 쓴 논문이 대략 54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논문은 모두 서 박사 자신이 쓴 것이라 했고, 그 안에는 심지어는 B의 제자를 위해 쓴 박사 학위 논문도 있고, 석사 학위 논문도 있다고 했다. 숫자로 표현된 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고, B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매도 당했다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와 같이 그 업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말이 대개 맞을 것임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교수와 제자 = 종속관계 = 교수 = 개'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 주십시오."라고 울부짖은 그 말의 피맺힘을 익히 안다.
대학 교수의 임용을 둘러싸고 저지른 갖은 악행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재단과 대학 당국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의 비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는 뜻이 아니고, 그보다 더 더럽고 악질적이고 그래서 그가 '개'(犬)라고 표현할 정도의 짓이 정규직 교수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는 말이다.
그가 개를 셀 때 사용하는 단위인 '마리'라는 어휘를 사용하면서까지 질타한 '시간강사'에 대한 정규직 교수의 비열함과 잔혹함은 이 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정규직 교수들은 그들의 '종'(僕) - 서박사는 자신을 B에게 이렇게 불렀다. -에게 논문이나 책을 자신이나 자신의 제자 혹은 자신의 지인을 위해 대필을 시키는 것은 속칭 '관행'에 가까울 정도이고, 그 외에 그들에게 저지른 악행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교수 한 '마리'에 1억5000만, 3억 원이 호가 한다고 했다. 서 박사 개인이 그런 '오퍼'를 받았다고 했다. 이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다수의 교수는 그런 짓과는 거리가 멂은 일반 사회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돈을 수억이라도 주고, 수 십 편의 논문을 써주고, 몸도 뺏기고 마음도 뺏기면서까지 교수가 되려고 그 많은 시간강사들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 교수들이 너무나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고, 교수가 된다는 것은 같은 교원에서 위치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닌 신분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교수들은 자신들이 교과부나 사학 재단에 대해 피고용 신분이면서 동시에 시간강사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고용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성', '대인관계' 등의 표현으로 그 시간강사들을 매도하고, 평가하는 카르텔을 강하고 질기게 형성하고 있다. 그 안에서 한 번이라도 찍히면 그 동안 공부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면서, 질기고 모질게 살아 온 그 동안의 인생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간강사'라는 슬픈 이름을 가진 그 비정규 교수들은 정규직 교수에게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냥 목숨을 던져 버릴 수밖에 없다. 그 암흑의 카르텔에서 살아나온 자는 아무도 없다.
| ▲ 서 박사는 유서를 통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의 김동애 선생께 죄송하다는 말로 문제의 해결을 부탁했다. 김동애 선생이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한 지 1000일 즈음 되는 때이다. ⓒ이광수 |
누가 비정규 교수를 자살 앞으로 내모는가? 1973년 이후 그들로부터 교원 지위를 박탈해 빼앗아 가버린 역대 정부도 그 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고, 금품 요구를 비롯해 갖은 악행을 일삼으며 교수직을 장사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일부 사립대 재단도 그 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범인은 그들과 같은 멍에를 두르면서도 그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이용해 먹고, 그들을 핍박하는 일부 정규직 교수이다. 특히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조건으로 부정한 방법을 통해 교수직을 잡은 뒤 정부나 사학 재단의 편에만 서 과거 같은 처지에 있던 터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 '시간강사'를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모는 그 많은 보직 교수들이 가장 죄가 무거운 범인이라 할 것이다.
단언하건대, 비정규교 교수 문제에 침묵하고 그 암흑의 카르텔에 저항하지 않은 교수는 지식인이 아니다. 상당수의 교수들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4대강'과 MB 정부에 대해서 맞싸우며 '진보'를 실천하고 있다. 맞고 옳고 바람직한 일이다. 결국 무기력한 결과 밖에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KTX 여승무원들의 억울한 주장에 귀기울여주고 함께 싸운 사람들은 그들 진보적 지식인들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와 여승무원 문제에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그 진보적 지식인들이 지금 여기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이 비리와 부정의 틀 안에 짜여 있는 악의 카르텔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이다. 무엇 때문일까? 그들도 그 공존공생,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상봉 교수의 말을 빌려 말을 하자면, "지금 이곳에서, 비정규 교수 문제를 위해 싸우지 않는 진보 지식인은 가짜다."
* 이 글은 2010년 5월 31일 자 [교수신문]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