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왜 전문가의 전유물이 돼야 합니까?"

[반론] 이상엽 기획위원의 '언론노조 사진전' 비판에 답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지난달 29일 <프레시안>이 실은 이상엽 기획위원의 글에 반론을 보냈다. (☞관련 기사 : "'홍보의 시녀'가 된 포토저널리즘") 이상엽 위원은 이 글에서 "이 사진전은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진전의 아류"라며 "맞불 작전식으로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편집자>

사진전 취지는 현 정부의 '명암'을 보여주자는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명박 정부 2년을 평가하고자 기획한 사진전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부제 : 2008~2010 언론노동자·시민 사진전)가 이제 내일(16일)이면 개막식을 갖고 1주일간의 전시에 들어갑니다. 사진전 실무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 진작 이상엽 씨의 글을 읽고 반론의 필요성을 생각했으나 그동안 사진전 준비에 쫓기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큰 일들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상엽 씨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상엽 씨는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주최한 '국민과 함께 한 2년' 보도 사진전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언론노조 사진전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맞불 작전식으로 개최되는 언론노조 사진전은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진전 '국민과 함께 한 2년'의 아류에 불과하며 단기간의 어설픈 준비로 졸속 사진전이 될 것이라는 요지였습니다.

언론노조 사진전의 목적이 단지 청와대 사진기자단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심각한 오해입니다. 언론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특히 정치적 사안의 경우 불편부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그런데 청와대 사진전이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밝은 면만 보여주는 우를 범했기 때문에 언론노조는 국민들이 현 정부의 명암을 다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사진전을 준비한 것입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은 언론노조 사진전에 계기만 제공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청와대 사진기자들 사이에서도 '홍보성 사진전' 개최를 놓고 격론이 있었고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3분의 1 가량은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의 행위는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청와대 사진기자들을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새언론포럼이 오는 16일부터 21일까지 서을 태평로 프레스센터 1층에서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사진전을 연다. ⓒ전국언론노조

사진은 사진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상엽 씨는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사진전에 대해 포토저널리즘이 실종된, 또는 포토저널리즘 사진의 후진성을 폭로할 전시회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상엽 씨에게 '포토저널리즘'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포토저널리즘'이라는 게 '저널리즘'의 한 분야인가요? 아니면 '저널리즘'과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개념인가요? 저는 취재기자로만 18년을 일했기 때문에 '포토'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포토저널리즘'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펜기자는 글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사진기자들은 사진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저널리즘에 불변의 원칙이 있습니다.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을 비판 감시 견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토저널리즘'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취재기자든 사진기자든 '저널리즘'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엽 씨가 '포토'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 나머지 '저널리즘'의 본령은 소홀히 생각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번 전시회를 '포토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보지 마시라는 겁니다. 저희도 '포토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언론노조 사진전은 사진 전문가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진 전문가를 위한 것도 아니고, 사진 전문가의 전시회도 아닙니다. 사진이 결코 사진 전문가의 전유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 전시회는 고도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가진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사진전도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진전을 기획하려 했습니다. 전문가의 눈에는 졸속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 기간에 확인한 국민들의 반응은 그들이 졸속이나마 이런 사진전을 얼마나 필요로 하고 있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맞지만 최선을 다했다

한 일간지 기자가 언론노조에서 이런 사진전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내 첫 논의를 한 게 지난달 15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딱 한 달 하고 하루 뒤에 개막식이 열립니다.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전문가 몇몇 분께 사진전을 준비하려면 기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사진 찍는 기간을 제외하고도 최소 석 달은 걸린다고 했습니다. 자기 사진을 갖고도 이런 시간이 필요한데 국민으로부터 공모를 하겠다면서 한 달 만에 전시회를 여는 것은 좋게 말하면 기적이요, 나쁘게 말하면 날림으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일간지 사진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매체와 잡지사, 독립언론 사진기자들이 대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들도 보내왔고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도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심지어는 보수매체의 사진기자도 '언론노동자'라는 익명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상엽 씨는 '쓴 소리를 하는 언론노조가 사실상 그런 전시회를 당장 기획하고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보내준 그 많은 분들이 이런 언론노조의 수준을 몰라서 그렇게 호응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라고 전시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그런데도 이런 호응이 있었던 것은 그들이 언론노조의 무모함도 잘 알지만 그 이상으로 이번 전시회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부당함에 항의해야 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갖고 모든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항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록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항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 순간이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노조의 사진전은 국민들에게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이상엽 씨는 우리의 손가락을 보고 오해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무 준비를 하다 보니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상엽씨의 지적은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됐습니다. 물론 국민들이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아니라 이번 전시회의 진정성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지만 이상엽 씨의 비판처럼 좀 더 시간을 갖고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이상엽 씨의 비판이 오해일지언정 언론노조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상엽 씨께 부탁을 드립니다. 아직 계획이 잡혀있진 않지만 혹시 내년에 이명박 정부 3주년 사진전을 추진하게 되면 그 때는 이상엽 씨와 같은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진전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에 전시되는 사진, '모두가 아는 진실' ⓒ서정호

▲ 사진전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에 전시되는 사진, '희망의 표정'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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