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은 허구"…일자리 창출은커녕 파괴

[해외시각]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산업 모델의 교훈

'친환경'이라는 용어로 포장하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최근 친환경적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산업과 정책은 호된 역풍을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준다는 바이오연료는 그 자체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연료 생산 과정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유럽연합(EU)은 근본적으로 바이오 연료 육성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풍력 발전기 철거 판결, 전기자동차에 대한 환경단체의 경고

지난 3월에는 프랑스에서 풍력 발전기를 철거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무공해 에너지 전력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설치된 풍력 발전기들이 소음 문제로 주민의 집단 소송 대상이 된 것이다. 독일과 스페인, 미국 등에서도 풍력 발전이 새들을 위협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바다에 세워진 풍력 발전기는 어족 자원을 파괴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린피스 등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은 전기자동차의 전지를 충전하는 전력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자동차가 오히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환경단체들은 전기자동차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지난 5월 일본 도쿄 태양전지 전시회에서 선보인 최첨단 태양전지판. ⓒEPA=연합뉴스
하지만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만드는 산업 자체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이 막대한 자원을 끌어다 쓸 뿐 아니라, 일자리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녹색산업을 통한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녹색 성장'은 그 자체가 형용모순을 안고 있다. 성장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녹색산업을 추진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는 반드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녹색 성장'이 약속한 일자리는 허구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녹색 산업'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그나마 '녹색 일자리' 대부분은 저임금에 노동 착취적인 막노동에 가깝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개념까지 동원해 녹색성장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을 감안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오바마가 녹색성장의 주요 근거로 사용한 스페인 모델

이와 관련,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연구로 주목받는 가브리엘 칼사다(Gabriel Calzada)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다음은 칼사다 교수의 논문 '재생 에너지 공적 지원의 고용 효과에 관한 연구(Study of the effects on employment of public aid to renewable energy sources)' 중 연구 결과 요약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 그리고 이 산업의 육성을 통해 이른바 '그린잡', '녹색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유럽의 정책과 전략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또한 유럽의 이런 정책은 미국의 '그린잡' 정책을 정당화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런 정책들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본 연구가 중요한 이유를 몇가지 들 수 있다. 첫번째, 스페인의 사례는 녹색산업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요 근거로 회자되고 있다. 본 연구는 실제 성과와 영향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는 최초로 행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연구는 현재 미국에서 추진되는 스페인/유럽식 '그린잡' 정책이 사실상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녹색산업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에 비해 기존의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그린잡' 정책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스페인의 노력을 분명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정책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둘러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이번 연구의 핵심 결론들이다.

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말했듯, 스페인은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와 관련해 정부 정책의 모델을 제공한다. 스페인처럼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반 조성을 폭넓게 지원한 나라는 없다.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에서 대대적인 정부의 지원으로 그린잡이 얼마나 많이 창출되는가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현재 미국에서도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대가의 규모다.

4개의 녹색일자리 창출, 9개의 기존 일자리 파괴

2. 정부가 지원해서 만들어지는 그린잡은 통계자료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비해 적다.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신뢰할 만한 근거로 인용한 스페인의 사례를 미국에 적용할 경우, 4개의 그린잡을 만들기 위해 9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그린잡을 만들려고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2.2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3. 스페인의 사례를 미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 정부가 약속하듯 녹색산업으로 300만~500만개의 '그린잡'을 만들려면 660만~1100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된다. 물론, 스페인의 사례를 미국에 직접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미국도 이런 결과를 예상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를 분명히 하고 있다.

4. 최소한 이번 연구는 미국이 서둘러 추진하는 '그린잡' 정책에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즉, 이번 연구는 낙관적으로 제시된 전망과 실제의 결과는 크게 다르다는 현실과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책으로서 녹색산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속적 녹색일자리는 10개 중 1개에 불과

5. 스페인의 '그린잡' 정책은 폭넓고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창출된 일자리는 놀랍도록 적었다. 게다가 창출된 일자리 중 3분의 2는 건설, 제조, 설치 분야에서 생겼고, 4분의 1은 행정, 마케팅, 프로젝트 엔지니어링 등에서 생겼다. 불과 10개 중 1개만이 재생가능한 자원을 통한 전력 생산을 위한 실제 가동과 유지 분야에서 생겼다.

6. 그나마 그린잡 창출은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막대한 재원을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다.

7. 이번 조사에서 2000년 이후 스페인은 그린잡 1개를 창출하기 위해 57만1138 유로(약 8억5000만 원)를 투입했다. 특히 풍력 산업의 일자리 1개 당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다.

8. 이번 조사에서 그린잡 창출은 다른 분야에서 11만500개의 일자리를 파괴했다. 1개를 만들기 위해 다른 분야의 일자리 2.2개가 사라진 것이다.

9. 전력 생산 비용이 이처럼 높다보니 금속 가공, 비금속 채광, 식품 가공, 음료와 담배 산업 등에서 생산과 고용 비용에 영향을 미쳤다.

10. '녹색 전력' 1 메가와트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일자리 5.28개가 사라졌다. 태양전지는 8.99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풍력 에너지는 4.27개의 일자리, 소규모 수력발전은 5.05개의 일자리를 파괴했다.

11. 이러한 비용이 스페인에서만 특별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추진하는 정책은 전반적으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12. 2000~2008년에 걸쳐 재생 에너지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력을 시장가격으로 구입한 비용을 2008년 기준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79억1800만 유로(약 100억 달러. 약 120억 원)에 달했다.

13. 위에서 언급한 3 종류의 재생가능한 자원에 투입된 정부의 재원은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86억7100만 유로(360억 달러. 약 430억 원)에 달한다.

14. 스페인 에너지 당국에 따르면,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투입된 보조금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를 상환하는 부담까지 감안하면 최종 전력 소비자가 치러야 할 비용은 31%나 증가하게 된다.

15. 스페인 국민은 전기요금을 더내거나, 세금을 더내거나(그리고 공공부채가 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미국이 스페인 모델을 따른다면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것이다.

16. 그린잡 정책에 의해 전력 생산 비용이 높아져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이나 산업은 타격을 받게 된다. 아세리녹스(세계 최대 스테인레스 스틸 제조업체)가 단적인 사례다.

정부 지원에 의해서만 유지 가능한 '인위적인 산업'

17.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생산한 전력에 대해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최저 가격을 보장한 스페인의 경우, 경제적 효율에 의해 다른 분야에 투입될 막대한 자본을 낭비했다. '녹색산업' 정책 자체에 내재된 자의적인 정부 통제 가격 시스템으로 인해, 재생 에너지 산업은 자생력이 취약해 결국 대대적인 실업, 자본 손실, 생산적 시설의 해체, 비효율적인 시설의 존속 등의 폐해를 초래할 것이다.

18. 스페인에서 현재 드러나듯, 녹색산업 정책은 잠재적으로 심각한 '거품'을 초래한다. 가장 전형적인 거품 사례는 태양전지 산업에서 볼 수 있다. 정부 지원을 받고서도 태양전지에 의한 전기 판매가격은 전체 전기 평균 가격보다 7배나 많다. 또한 태양전지에 의한 전력 생산량은 2008년 전체 전력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9.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현재의 풍력 또는 태양전지 기술이 재래식보다 비싸면서도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위협받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첨단 기술에 비해 훨씬 생산성이 떨어져 쓸모없는 고정자산을 인위적으로 존속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20. 규제당국은 소비자와 기업이 비싸고 비효율적인 에너지가 필요한지, 아니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입 가능한 에너지가 필요한지 고려해야 한다.

21. 스페인 모델은 그 비용 부담을 정부가 재래식 전력 기업에 우선적으로 떠넘김으로써 이 분야의 산업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

22. 재생가능한 에너지 기술은 새로운 재원 투입의 혜택 속에 유지되고 있다. '지속불가능한' 태양전지 산업 성장에 실용적인 변화는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며, 그 순간 이 분야의 재원 투입은 중단될 것이다.

23. 이런 연구 결과는 소비자 수요의 측면에서 볼 때 결코 자생력이 없는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 분야가 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지원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정책은 거품을 초래한다. 투자자들은 수익이 날 것으로 보일 때는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몰려들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 정부의 지원은 지속될 수 없고, 결국 인위적으로 조성된 재생 에너지 산업은 붕괴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24.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은 납세자의 재원을 막대하게 소비한다. 스페인의 경우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투입되는 연평균 재원은 부가가치세 수입의 4.35%, 가계에서 거둔 소득세의 3.45%, 법인세의 5.6%(2007년 기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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