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보수적인 대한민국 법원조차 미네르바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내용도 확실하다. 첫째 허위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둘째 설사 그런 의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검찰의 완패"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미네르바 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의 수준을 만방에 드러낸 국제 망신이었다"면서 "지금이 무슨 나치 시절도 아니고… 그나마 이번 판결이 조국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 큰 망신으로부터 막아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법원이 보수적이라 하더라도, 판결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형식,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게 있다"면서 "유죄판결을 내리고 싶어도 말 되는 건덕지가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검찰 측에 완패를 안겨준 이번 판결은 미네르바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자체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권의 주문에 응한다는 차원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위였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면서 "앞으로 MBC <PD수첩>의 경우도 이와 똑같이 허무 개그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PD수첩>의 경우 이미 검찰이 자체적으로 '무리한 수사'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갑자기 검사를 갈아치우더니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사법 처리가 여의치 않자 뒤늦게 정운천으로부터 고소를 받고,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뒤늦게 진정을 받아 부랴부랴 구색을 갖추는 속 들여다 보이는 기동을 해왔다"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압수 수색까지 해대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코미디"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이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 때문에 미네르바라는 자연인이 아무 죄 없이 몇 달 동안 인신을 구속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라며 "이 역시 하나의 합법적 폭력, 합법적 범죄"라고 질타했다. 그는 "미네르바는 무죄로 풀려나지만, 그 동안 당했던 피해와 고초는 어디서 보상받느냐"며 "바로 이것이 MB 정권에서 내세우는 '법치'의 심오한 목적이다. 구속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법 허무주의나 조장하는 이런 못된 관행을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MB 정권이다. 지금 당장 공론화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합법을 가장한 폭력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강만수를 비롯한 MB 정권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신상까지 파헤쳐가며 그를 매도하는 데에 앞장 섰던 보수언론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그들은 미네르바에게 전문대 출신의 백수라고 폄하하면서, 그에게 인터넷 폐인의 이미지를 뒤집어 씌웠다. 나아가 그의 가족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그의 사생활까지 온통 헤집어 놓기도 했다. 그때 보수언론의 태도는 사디스트 변태성욕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은 미네르바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if'나 'but'이 없는 깨끗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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