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분기 성장률 -10%'…잃어버린 10년' 다시 맞나

블룸버그 "미국과 중국 협력만이 세계 경제 구원"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5.6% 성장(전년 동기 대비는 -3.4%)했다는 한국은행 발표 이후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웃 일본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가를 부르던 일본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 <블룸버그> 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로이터=뉴시스

22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이후 최대폭의 감소다.

또한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지난해 -1.8%에 이어 -2%로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경제회복 추세, 돌연사 맞아"

23일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힘받는 루비니의 비관적 전망, 패닉에 빠진 일본'이라는 칼럼에서 "지난 1996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일본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진정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사태에 봉착할 수 있다'고 한 경고가 놀랍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수출 급감의 의미에 대해 "수출은 일본의 경제회복의 견인차였으며, 일본의 경제회복 추세는 돌연사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경제의 추락 속도가 무척 가파르다는 점을 페섹은 "시속 120km로 달리던 경제가 몇 주 사이에 제로로 떨어졌으며, 이제 후진하고 있는데,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칼럼에 따르면,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대한 세계 수요는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토요타, 소니, 혼다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대대적인 감원과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섰다. 그것도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이제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풍부한 현금으로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에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얘기들이 지배했다. 미쓰비시 UFJ가 모건스탠리에 9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이런 역할을 보여준 첫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이런 낙관론은 곧바로 단견이었음이 드러났다.

아직 일본이 파산할 것으로 보는 주요 경제학자들은 없다. 하지만 미미한 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점철된 1990년대 같은 시기가 일본에서 또다시 전개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도 비슷한 위기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일본의 경제회복 전망을 어둡게 평가하는 중대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침체, 기간 뿐 아니라 그 정도가 매우 심각"

일본의 경기변동을 공식 판단하는 정부위원회를 이끄는 요시카와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3년의 경기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침체는 기간뿐아니라 그 정도에 있어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섹은 "일본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일본은 또다시 잃어버린 10년, 아니 더 험악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페섹은 아시아 주요 경제들과 유럽이 수출 시장이 막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유일한 탈출구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제안하는 칼럼으로도 주목받았다.

'17조 달러의 동맹이 세계 경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이 칼럼에서 페섹은 미국과 중국이 이미 유명무실해진 G7를 대체한 G2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역설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요지다.

중국은 이미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대미 관계가 개선되면 일본도 추월할 수 있다. 이때문에 캐나다는 사실상 G7에서 탈락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7의 멤버가 달라진 것이 아니냐의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에 처해 있느냐다.

지난 2년간 세계 곳곳의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고꾸라지고 있을 때 G7은 속수무책이었다. 러시아가 G7에 가세해 G8이 결성되기도 했지만, 러시아를 끼워준 것은 경제적 힘 때문이 아니라 망하게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 글로벌 경제 구원위해 G2 체제 구축해야"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경제를 위해 G2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경제대국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안정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점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중국이 미국이 발행하는 채권 상당부분을 매입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할 수 있는가? 중국이 발을 빼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따를 것이다.

G2가 명실상부하게 대등한 파트너가 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보유한 1.9조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적어도 6500억 달러가 미국의 채권이다. 이 채권을 매각하고 나서면 금리가 치솟고 중국의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서로 확실하게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면 중국과 미국이 선택할 대안이 별로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일본은 자기 자신의 문제를 안고 있다. 경기침체에 다시 빠져들었으며, 디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유럽 경제도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성장을 다시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14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3.3조 달러다.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멈추고 함께 협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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