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대사, 산수 공부 좀 더 하시죠"

[칼럼] 美 대사관의 '미국산 쇠고기' 거짓 홍보

"한국인들은 과학과 미국 쇠고기에 대해 더 배우기 시작하길 바란다."
(We hope that Koreans will begin to learn more about the science and about the facts of American beef.)


지난 3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한 말이다. 한국인들이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것은 과학과 미국 쇠고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래서 미국 대사관측은 한국인들에게 직접 자국 쇠고기에 대한 교육을 시키려고 나선 모양이다. 지난 12일부터 미 대사관은 웹사이트 메인화면에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이란 자료를 올려 놓았다.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버시바우 대사의 사진 바로 아래에 게시돼 있다. 한글판과 영문판(Facts about American Beef) 두 가지인데, 같은 내용이다.

대놓고 한국인들을 훈계했던 버시바우 대사와 대사관측은 과학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제목 그대로 얼마나 미국 쇠고기의 '진실'을 홍보하고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게 있다면 버시바우 말대로 더 '공부'해야 할테니 살펴보자.

기본적인 통계수치부터 사실과 달라

문답식으로 된 이 자료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 미국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나요?

물론입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의 95퍼센트가 미국산 쇠고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 중 미국산 쇠고기가 '95퍼센트'는커녕 90%를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제목은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이라 달아놓고 첫 대목에서부터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미 농무부(USDA) 경제조사실(Economic Research Service)의 공식 통계자료는, 2007년 미국의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281억 파운드였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중 미국산 쇠고기는 251억 파운드, 외국에서 수입된 물량이 30억 파운드였다. 미국 쇠고기 내수시장에서 자국산 쇠고기의 비중은 89.3%인 것이다(도표1 참조).

그 전 해로 가면 미국산 쇠고기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더 떨어진다. 2003년에는 87.9%, 2004년에는 87.2%, 2005년에는 87.0%, 2006년에는 88.9%였다.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90%를 넘은 적이 없다. 올 들어서도 다르지 않다. 2008년 공식 전망치는 89.7%다.

자국 정부의 공식 통계자료가 이러한데도 미 대사관측은 왜 "95%"라고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일까? 자국 쇠고기 관련 사실(수급실태)에 대해 잘 모르든지, 아니면 산수를 잘못하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참고로, 작년 한해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쇠고기 총량은 265억 파운드였다. 이것을 미국내 쇠고기 소비량(281억 파운드)으로 나누면 94.3%가 된다. 내수시장에서의 자국산 쇠고기 점유율 95% 주장은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를 다 미국인들이 먹는 게 아니다. 그중 14억 파운드는 외국으로 수출됐고, 251억 파운드만이 내수용으로 쓰였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미 대사관이 홍보하는 이 <미국 쇠고기의 진실>은 이외에도 과학적 견지에서 볼 때 오류이거나 허위인 주장이 적잖이 눈에 띤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위험한가요?

아닙니다. 잠재적으로 광우병(BSE)을 옮길 수 있는 조직은 가공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제거되며 식품으 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 조직들이 제거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소위 특정위험물질(SRMs)이 제거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주장인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된다 해도 작업과정에서 살코기 등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5월 작성한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 특별 점검 결과 보고>에 의하면, 일부 도축장은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여전히 '교차 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프레시안> 6월 15일, "5월 농림부 현지 점검단 美쇠고기 위험 은폐").

더욱 문제되는 것은 "완벽하게 안전합니다"라는 표현이다. 영어 원문에도 "perfectly safe"라고 돼 있다. 현대사회의 기본 속성은 위험사회(Risk Society)란 점이다.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광우병은 그 실상이 아직도 과학적으로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신종 괴질이다. 따라서 누구도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위험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서도 한국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 대사관측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국산 쇠고기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든지 아니면 한국인들에게 허위사실을 홍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 이전에, 과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완벽하게 안전"이란 식의 표현을 쓸 엄두를 못내는 법이다.

인간광우병 걸린 사례 없다는 단정은 비과학적 주장

미 대사관의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은 또 미국 쇠고기를 먹은 미국인이나 재미한국인 중에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에 걸린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강조한다. 이 역시 근거없는 비과학적 주장이다. 실제 그런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그렇게 단정하나? 전체 미국인과 재미한국인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라도 해봤나? 유사 질환으로 죽어간 이들의 뇌를 모두 부검했던가?

영화 <식코>에서 드러나듯, 미국의 의료제도는 후진적이기로 악명 높다. 의료보험이 없고 치료비가 너무 비싸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그동안 공식 파악-보고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 인간광우병으로 죽어간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잠복기가 아주 길기 때문에 이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에 걸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 주장이다. 정 그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아직까지 인간광우병에 걸린 걸린 사례는 단 한 건도 공식 보고된 바 없습니다"라고 해야 맞다.

과학과 美 쇠고기에 대해 공부 필요한 것은 버시바우 대사

요컨대, 미 대사관이 한국인들을 가르치기 위해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린 <미국 쇠고기의 진실>은 '진실'이 아닌 '거짓' 그리고 비과학적 주장을 담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수치부터 잘못됐다. 결국, 과학(초등학교 수준의 산수 포함)이나 미국 쇠고기에 대해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인들이 아니라 버시바우 대사와 미 대사관측임이 명확해졌다.

반면, 그동안 각종 국제시험 등을 통해 과학 수학실력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입증받아온 것이 한국 학생-시민들이다. 게다가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광우병, 미국 쇠고기 문제는 물론 심지어 국제법 등 몰라도 될 것까지 너무 많이 공부해왔다. 버시바우대사가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 아무나 골라 토론해보라. 과학이나 미국 쇠고기에 대해 대사가 모르는 것이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상세히 가르쳐 줄 것이다.

참고자료:

주한미국대사관,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 http://korean.seoul.usembassy.gov

미국 농무부 Economic Research Service, <Agricultural Outlook> (March 2008)
http://www.ers.usda.gov/publications/agoutlook/aotables/2008/03Mar/Ao0308.pdf
http://www.ers.usda.gov/news/BSECoverag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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