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 더 이상 우회할 일 아니다"

<기고> 위기의 한반도, 그 해법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정말로 수용할 수 없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시한이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며 "아마 앞으로 6주 정도" 시점에 아시아를 순방하며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하나의 마지막 시도(one last push)의 가능성을 알아볼 것"이라고 밝힌 점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이는 한미 양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마지막 시도'이며, 그 시한은 '향후 6주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미국의 시간 끌기 전략
  
  라이스가 밝힌 '마지막 시도'는 무엇이며 '향후 6주'라는 시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시기적으로 볼 때 '향후 6주'라면 11월 초 미국의 중간선거를 전후한 시점이며, 라이스 장관이 북핵 관련 다자회동을 추진하는 하노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의 시점이다.
  
  이로 보아 시한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실시될 때까지는 추가제재를 보류하고 대화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마지막 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아마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지칭하는 것 같다. 라이스가 인터뷰에서 마지막 시도와 관련해 '한일 양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이를 시사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27일(현지시간) 전략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 참석해 "진짜로 알고 싶은 것은 북한이 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화가 언제 시작되든지 우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북한이 우리와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보길 원한다"며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를 재차 강조했다. 힐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힐의 말과는 달리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재 6자회담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융제재이며, 금융제재 문제의 해결 없이 북한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것은 최근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에서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들어갈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은 확고하며 일관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김대중 전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 성의 있는 해결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금융제재 해제의 용단을 내리든가 아니면 그것이 순수 법집행 문제라는 증거를 보여주든가 해야 한다. 미국이 위조지폐 제조의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면, 북한은 더 이상 그것을 핑계로 6자회담 참가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금융제제 해제 용단도 내리지 않고 반대로 구체적이며 명백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금융제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라이스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인 만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미국이 말과는 달리 6자회담 재개 방도를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정상회담 이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답보상태에 빠진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미 양국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지난 주 뉴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최소 2차례 가진 데 이어 26일엔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함으로서 난관에 봉착했다. 그 이유는 핵심 쟁점인 금융제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미국이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진짜로 알고 싶은 것은 미국이 진정으로 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힐은 이 질문을 북한에 던졌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야 할 쪽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향후 6주'라는 구체적 시한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사실로 볼 때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시간을 벌고 싶을 뿐이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도 바로 시간벌기 전략의 도구로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유엔 총회에서 최수헌 부상이 "지난해 9.19공동성명 직후 대화 상대인 우리나라에 금융제재를 가함으로써 미국이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한 동북아지역 군사력 확장뿐"이라고 비난했는데, 미국은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까?
  
  정면 돌파가 유일한 해법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미국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이것을 통해 미국은 노리는 목표는 명백하다. 그것은 중간선거 때까지 북핵문제에 돌발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고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이며, 더 나가 그 기간 동안 한중 양국 정부를 대북제재에 동참시켜 내기 위한 외교적 설득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라이스가 6주 후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겠다는 것은 중간선거 후 대북제재안(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협상안)을 갖고 한중 양국 정부를 설득해, 이것을 토대로 베트남 아펙 정상회의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을 열어 국제적 대북제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라이스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때 쌀 비료지원 중단방침을 설명했던 사실을 유난히 높이 평가하고 또 "뉴욕 8자회동에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주도한 것도 한국이었다"고 추겨 올린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흐름에 한발 한발 발을 적시고 있다. 노 대통령은 추가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쌀·비료 지원 중단방침이 실질적인 대북제재라고 말했지만, 미국은 그것을 한국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서 자신들의 대북제재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금융제재가 미국의 국내법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공식 인정함으로서 금융제재 해제문제를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서 강력하게 제기할 명분을 스스로 없애버렸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된다면, 한국 정부는 곧 '제재와 대화' 중에서 '제재' 쪽으로 기울면서 미국의 광범한 대북제재 주장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이 노리는 바는 바로 이 점이다.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고, 미국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한반도 위기지수는 극도로 높아져 갈 것이다.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셀리그 헤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에게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3개월 내에 영변 원자로에서 핵 연료봉을 꺼낼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를 거부한다면 새로운 대미 군사적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말은 핵 연료봉 제거라고 표현했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군사적 공세를 선택할 것인가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핵실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핵실험이 실제로 실시된다면 한반도 위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될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기상황의 도래를 예방하는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며,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핵위기의 해법이 열리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북핵 위기'의 해법은 없는가?
  
  해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금융제재 문제를 어떠한 형태로든 해결하는 것이다. 금융제재 문제 이외에 다른 데서 해답을 찾으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 불과하다. 그렇게 보았을 때 금융제재 문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 우회하려고 하고 있는 현재의 '포괄적 대북접근방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 포괄적인 것도 좋지만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해답이 빠진 포괄적 대북접근방안은 '앙꼬 없는 찐빵'으로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간의 합의 도출 실패로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포괄적 대북접근방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6자회담의 활로를 열어 나가려면,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확고히 세우고, 이를 위해 모든 외교적 정치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에게 금융제재 해제만이 6자회담 재개의 유일한 방법임을 명확히 밝히고 미국 측의 전략적 결단을 강력하게 촉구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포괄적 대북 접근방안도 이 문제 해결을 중심적인 과제로 제시하면서 미국 측을 외교적으로 압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금융제재 해제를 실제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도 결국에는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이를 입증해 나가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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