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은 이 프로그램에 응모한 총 55개 팀 가운데 10개팀 30명을 선정해 지원했다. 각 팀은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지의 환경 실태조사를 벌이거나 현지의 NGO를 만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프레시안>은 'Green Asia 2006'을 후원하면서 이들이 직접 작성한 현지 르포를 연재한다. 그 첫번째 순서로 시흥환경운동연합의 손미란, 안미경, 채석순 씨가 지난 7월 20일부터 9일 간 대만과 홍통의 습지센터 교육현장을 다녀와 보내온 르포를 소개한다. 정리는 안미경 씨가 맡았다. <편집자>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며칠 앞둔 지난 3월 12일 많은 이들이 해창 갯벌을 찾았다. 사람들은 이제는 사라질 피눈물 나는 갯벌을 앞에 두고 목놓아 울었다. 백합이 그레에 덜컥덜컥 걸리는 갯벌, 바닷물이 드는 갯벌은 이제 없다.
당시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사람들과 국내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Both Ends, WWF, Friends of the Earth, One World Action 등 수십 개 국제적인 시민환경단체에서도 숱한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사는 강행됐다.
습지 생태에 눈감은 한국사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64년 3905㎢이던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2006년 2000㎢로 32년만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1987년 이후 서해안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시작된 시화호 사업, 새만금사업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소한 갯벌의 역할만 이해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가 경악할 만큼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리와 대조적으로 독일은 전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극히 일부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은 헌법에 습지 보전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연안관리법과 습지보전법이 있다. 지난 1999년 제정, 공포했으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현재 상당한 갯벌이 포함된 해상·해안보호지역을 국립·도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나 생물 다양성 보호와 생태계 보전보다는 경관보전과 관광 등 이용에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갯벌의 역할은 이제 상식이다. 갯벌은 수많은 물새들의 서식지이며 도래지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연안 생태계의 모태가 된다. 또 뛰어난 수질정화능력을 갖고 있고 생산성 또한 농경지 못지않게 높다. 이러한 상식에 눈을 감고 있는 한국의 시민들에게 살아 숨쉬는 갯벌을 느끼게 할 방법은 없을까.
관두자연공원…도심에서 40분 거리의 살아 있는 습지
대만 타이페이에는 도심에서 40분이 채 안걸리는 곳에 관두자연공원(Guandu Nature Park)이 자리잡고 있다. 기룽강과 딴수이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공원은 전형적인 강하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갯벌과 맹그로브(열대의 갯벌에서 자라는 나무) 숲, 갈대 숲, 담수습지, 염습지, 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면적은 57ha, 즉 17만 1000평이나 된다.
이 공원은 수많은 철새들의 중요한 기착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금까지 229종의 새가 관찰됐다. 관두지역의 새를 관찰하는 모임에서 출발한 타이페이야조회(WBST)가 1983년 "이 가치있는 자연자원을 보존하고자" 시정부에 공원을 조성할 것을 건의한 것이 출발의 모태가 됐다.
시 정부 역시 제방을 사이에 두고 바깥쪽에 있는 핵심보호지역인 관두자연보유구(면적 55ha, 타이페이 시정부에서 관리)와 팽창하는 도시 사이에 완충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시 정부는 땅을 매입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그 운영을 다시 WBST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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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무섭고 더러운게 아니란다"
우리 일행이 20일 관두자연센터를 방문했을 때 주말이라 그런지 방문객이 아주 많았다. 휴가와 방학을 맞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찾아와 식물과 곤충 알기, 개구리 관찰하기, 별자리 관찰하기 등 낮부터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즐기고 있었다. 15명 내외로 나뉜 각 그룹은 실내와 마당을 오가며 이론과 실기를 경험했다.
관두자연센터에서는 방문하는 대상과 단계에 따라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잠자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만도 5가지나 될 만큼 세분화된 운영을 자랑한다. 주1회 교사 워크샵을 진행하고, 방학중에는 대학생과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자연센터의 자원봉사자는 자그만치 400여 명에 달한다.각 그룹을 진행하는 자원봉사자들은 퇴직교사,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교육을 통해 양성된 생태안내자 등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우리를 안내한 자원봉사자 윤롱(Yun-Long) 씨도 WBST의 오랜 회원이라며 생화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따고 그 분야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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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ST는 관두공원 외에도 지샨문화생태공원(Zhishan Cultural And Ecological Garden)을 운영하고 있다. 23일 이곳을 찾았을 때 우리를 안내해준 데이비드에 따르면 관두 공원이 주로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지샨공원은 도시의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을 무섭고 더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무 안아보기, 맨발로 걷기, 바람소리 새소리 들어보기, 나뭇잎 만져보기 등등의 활동을 통하여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는 "숲과 동물, 바닥에 깔린 돌 등을 이용하여 자연의 순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이주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 홍콩의 마이포습지
대만에 관두공원이 있다면 홍콩에는 마이포습지(Mai Po Nature Reserve)가 있다. 중국 선전과 홍콩 사이의 선전만에 형성된 습지지역 가운데 마이포를 중심으로 한 435만여 평을 일컫는다. 이곳은 1995년 람사협약에 따라 국제적 보호습지(람사 사이트)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이 가운데 강하구 홍콩쪽의 114만여 평의 마이포 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에 해당한다.
마이포 자연보전지구에는 갯벌과 맹그로브숲이 펼쳐져 있다. 그 안쪽으로 거대한 양식장 24개가 있다. 이 양식장들 중 '게이 웨이'라고 불리는 중국 전통적인 방식의 새우양식장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습지를 활용하는 성공적인 예 중의 하나다. 이들 양식장은 마이포 습지를 찾는 저어새, 해오라기 등의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홍콩에서 가장 넓은 규모인 39만여 평의 맹그로브숲 또한 마이포 습지를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다. 이 숲과 주변의 갈대숲에는 350여 종 6만~7만 마리의 야생조류는 물론 각종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등이 서식한다. 이곳에 사는 농게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듯 사람을 보고도 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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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환경 교육의 방법"
홍콩세계자연기금(WWF)은 1984년부터 마이포 자연보존지구를 관리하고 있다. 인근에 아일랜드하우스와 호아하완 해양센터(Hoi Ha Wan Marine Center)를 설립하고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의 초점은 홍콩의 습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리는 데에 맞춰져 있다. 습지가 인간과 야생동식물에게 주는 가치, 습지보전에 관한 기술과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이곳 역시 대상에 따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 초등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약 40분 가량 실내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채집망, 채집통, 돋보기, 곤충과 새 그림판 등이 들어있는 체험가방을 하나씩 받았다. 습지를 돌아보며 곤충을 잡아서 보기도 하고 곳곳에 붙은 그림판을 이용한 게임도 하면서 점점 자연에 익숙해지는 모습이었다. 물론 철저하게 도시형으로 자랐는지 아주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홍콩세계자연기금은 20년 전부터 과거 영국 경찰청의 사택으로 지어진 건물을 아일랜드하우스라는 이름의 연구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하우스는 주로 선생님들을 위한 세미나와 워크샵을 통해 교수방법 연구와 교재 개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계획을 각급 학교에 보내고 이를 본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 교육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을 맞이한 시슬리 씨는 "교사를 교육하면 백 배의 학생이 변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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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습지공원'은 멀기만 한 꿈일까
한국에도 시민들이 습지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그 생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은 한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있는 도시이니만큼 대만의 관두자연공원처럼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습지공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놀이공원 가듯 거쳐가는 곳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홍콩습지공원은 지나치게 관광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지난 5월에 개장한 이 공원은 인공으로 조성한 습지 위에 공원을 꾸몄는데 인공의 색채가 짙은지라 마치 놀이공원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것은 우리가 훼손한 자연을 최대한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고 더 이상의 파괴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며 교육의 장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화호와 이제 막 숨통이 막힌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화옹호를 생각한다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습지 공원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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