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서울 여의도의 버젓한 당사를 버리고 황량한 천막으로 들어갔던 뼈아픈 경험에 구태여 '주년'의 문패까지 붙여가며 기념하려는 이유는, '헝그리 정신'일 수도 있고 '낮은 자세'일 수도 있는 그 초심을 되찾자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이 천막정신을 실천하겠노라며 늘어놓은 행사들의 면목을 보자면 쓴웃음이 난다.
천막당사에서 회의하던 컨테이너로 다시 들어가서 지도부 회의를 연다거나, 모 방송국 오락프로그램마냥 국민들의 소리를 메모지에 적어 당사 벽에 붙이고 한 장 한 장 읽겠다는 등 그 행사들은 거의 '쇼' 일색이었다.
좋은 소리 나오지 않을 게 뻔한 전라북도 전주를 찾아 토론회를 하겠다는 데에선 '행사용'의 낌새가, 천막당사에서 약속한 내용들의 실천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데에선 '과시용'의 냄새마저 났다.
이런 행사들로만 미뤄보자면 한나라당이 되새기겠다는 '천막정신'은 화끈한 '이벤트 정신'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당 대표가 '공약 선거', '정책 선거'를 강조하며 '매니페스토 운동' 선두에 서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눈요기성, 일과성 이벤트에 골몰하는 '천막정신'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초심이라면, 차라리 초심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도 같다.
하긴, 박 대표가 "그동안 쓰던 당사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천막행을 고집했던 2년 전에도 '이벤트 정치의 절정'이란 평가를 받았으니, 그 방면의 '천막정신'을 되새기겠다면야 본질을 제대로 살린 행사라 박수를 보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마침, 이날 당내모임 세미나에 참석한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의 현실을 두고 "머리로는 시대정신의 흐름을 인식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여전히 전시대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혼돈에 놓여 있다"며 "갈등구조에서도, 도전의 사회 상황에서도 우군을 갖지 못했으며 고립무원의 존재처럼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 내에서 조차 "시대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엄연한 위기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이 출구를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은 않고 지금처럼 가벼운 고민만 거듭하다가는 조만간 또다른 천막을 구하러 나서게 되는 것 아닌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걱정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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