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당초 2일자 프레시안 기사 "미국에 대한 아랍 적개심, 충격적 수준"에 댓글로 올려진(5번ㆍ2일 오전 11시 59분 게재) 글이었으나 아랍권 현지의 생생한 민심을 전달한 이 글을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달라는 한 프레시안 독자의 요청에 따라 별도 기사로 게재한다. 편집자
***파병은 파멸!**
파병은 파멸!
안녕하세요. 저는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에서 93년부터 아랍어를 공부하고 일도 하며 지내온 사람입니다. 지금은 교육재단 법인 일을 진행하느라 한국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오고 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봄 이라크 전쟁 당시 튀니지에 머무르고 있었고 여러 도시를 다니며 제 일에 관계된 자료를 조사하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도로 불안하고 흥분된 그곳의 상황 때문에 이전에 느끼지 못한 불안감을 느끼며 곳곳을 다녀야 했습니다.
전쟁은 시작되고 한국군이 파병된다는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자 그곳 주민들은 한국에 대한 적대심을 나타내며 길에 걸어가거나 버스에 타고 가는 제게 "죽이겠다.""너희는 Evil들이다.""북한이 너희보다 훨씬 낫다." "저주를 받아라" 등등의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너 어디에서 왔느냐?" "Korea면 북쪽이냐 남쪽이냐?" "북쪽이면 환영하지만 남쪽이면 환영못한다." "너희는 너무 나쁘다.", "너희는 미국편이니까 우리와는 적이다." ......
실제로 튀니지를 비롯한 아랍 정부들은 미국에 유감을 함부로 표시하지 못하지만 국민정서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너희나 우리나 같은 처지다." "한국 국민들은 아니다. 뉴스에서 전쟁반대 시위하는 모습 안 보여주더냐?(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시위하는 것 계속 아랍 뉴스들이 방영했음). 우리 정부가 경제적으로 미국에 발목이 잡혀서 그렇다. 이해해 주라. 우리 국민들 87%는 반대였다...." 등등의 변명을 하면 그 때서야 그들도 "나도 뉴스에서 너희 국민들 시위하고 경찰이 때리고 하는 것 봤다. 전쟁 반대해 준 것 고맙다. 그럼 어쨌든 미국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너희도 우리나 마찬가지로 당하고 있구나...." 이런 식의 대화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만나는 사람들이나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과 나누어야 했습니다.
밤 늦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경우 특히 그곳의 대형택시 루와지(6-12명이 함께 타는 장거리 택시)를 타고 가면서 한사람이 제게 말을 걸어 "너 어느 나라 사람이니?"로 시작되고 제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차 안의 모든 이들이 한마디씩 공격적인 말을 하게 되면 여자로서는 혼자이고 외국인이며 게다가 그들이 달가와 하지 않는 한국인이라는 입장에서 덜덜 떨면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풀어나가야하는 긴장감에 피로가 두세배로 겹쳐야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를 듣고 북아프리카와 이라크가 무슨 상관이 있어서 그 난리들이냐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래서 제가 설명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랍국가란, 세계지도를 펴고 보시면, 서쪽으로는 모르타니아라는 모로코 바로 밑의 나라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이라크까지 펼쳐진 나라들입니다. 이란 사람들도 이들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당신 아랍인입니까?" 하면 대번에 "아니오. 난 이란인이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아랍 국가에 속한 나라 사람들은 "안타(티-여성에게) 아랍?- 당신은 아랍인입니까?"라고 물으면 반갑게 "남-네. 아나 아랍(아라비아-여성). -저는 아랍인입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아랍국가 21개국 정도가 아랍 연맹에 가입되어 있는데 이들 나라들은 자신들이 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멧의 후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랍 모슬렘 공동체입니다. 이들의 국어는 아랍어이고 이들의 국교는 이슬람이며 이들 대부분의 나라의 법률은 이슬람법을 따릅니다. 이들 나라 간의 정치알력은 미국등 서방 세력의 개입으로 상당히 갈등 구조로 되어있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아랍인으로 두기 때문에 모두 한 형제 한 가족, 한종족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전혀 통역이 필요없이 방영이 됩니다. 가수나 연예인들이 통역없이 아랍 전 지역에서 콘서트를 가집니다. 모두가 다 알아듣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는 아랍국가의 헐리우드라고 불릴 만큼 영화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시리아의 드라마는 이집트 드라마 만큼이나 아랍 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까담 세헤르라는 남자가수나 레바논의 페이루즈, 알제리아의 와르다 등의 여자 가수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국경과 상관없이 활동하고 아랍국가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한류열풍과는 다른 것으로 우리 드라마는 중국에 갈 때 번역이 되어 더빙이 필요하고 가수가 가도 통역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경우는 번역 통역이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이라크 전쟁 당시 아랍의 공동체적 된 언론이 보인 힘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알 자지라'는 시사방송이 아랍국가들 전체 언론의 길잡이었는데 전쟁 당시 '알 아부다비' '알 아라비아' 등의 새로운 아랍시사 방송들이 각광을 받으며 급부상했습니다. 시리아의 국영방송과 사우디와 이집트의 몇 민영방송국들, 알제리아의 국영방송 등이 24시간 이라크 전 상황을 알리는 뉴스 프로그램 중심으로 편집 운영하여 아랍국들 전역에서 각광을 받자 나중에는 이집트나 튀니지도 프로그램 전체를 자국민 대상용이 아니라 전 아랍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하는 것이 역력합니다.
워낙 시청각자료를 즐기는 아랍인의 특성상 위성방송 시대에 이러한 전쟁의 소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아랍으로 묶는 아랍방송들에 채널을 고정시켜야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여깁니다.(젊은이들이 오락이나 영화 프로그램을 즐기려면 몰래 해야 하고 대화를 하면서 이런 아랍 시사 방송을 본 이야기를 안하면 비 문화인으로 취급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문화와 언론이 공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전체가 한 나라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아랍의 여러 지도자들이 이 아랍국가들이 하나로 다시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을 하다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결국 오늘날 중동문제의 핵심은 이들의 이 아랍이라는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모아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입니다. 그들의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모아지면 이스라엘은 생존이 불가능하고 미국의 석유시장 조정은 불가능해지고 아랍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예상하는 이들이 일으키는 전쟁이 오늘의 중동세계에서의 전쟁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와 중동의 아랍국가들의 정체성 각성이나 집결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하시겠지만 당장 우리 앞에 놓인 파병 문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이해 사항입니다. 이라크를 공격하면 아랍전체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각국의 정부들은 미국이 두려워 조용히 있지만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지난번 파병은 의료부대이기 때문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해라도 해주지만 이제 전투병을 보냐면 아랍국가 국민들은 우리가 이라크 사람들 죽이러 가는 '부시의 개'(이라크 전 시작 당시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를 표현한 언론기사 제목)로 밖에 안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시가 만든 '우리편 너희편' 구도에서 부시와 우리편된 한국인은 부시의 너희편된 아랍인들에게 적으로 밖에 남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들이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보복은 다음의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저희들 같은 아랍국가에 주재해 있는 한국인에 대한 공격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지난 봄에 저는 생생하게 죽음의 위협을 하루에 몇번씩 경험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 중 아랍국가에 장ㆍ단기로 출장을 가시거나 외교관으로 혹은 해외지사 근무로 그곳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파병을 그렇게 쉽게 찬성하시겠습니까? 아랍국가에 살아도 저처럼 현지인 근처에 가지 않고 외국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근래의 테러는 아랍 국가 여기 저기의 외국인 거주지나 활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테러 집착은 무섭습니다. 당장 파견되는 청년들의 목숨도 얼마나 위험한데다 해외에서 그동안 고생하는 우리 수출역군들을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으시면 안됩니다. 중동지역 아랍국가들이 우리가 70년대부터 건설과 자동차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인 곳이 아닙니까?
두번째로 이들 아랍국가 국민들이 우리에게 보복하는 것은 우리 물건 불매운동입니다. 다음은 지난 7월 중순 튀니지 수도의 카르프 매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냉장고 어느 브랜드가 최고지?"/"당연히 LG지!" /"근데 그거 한국회사, 유대인 놈들 거쟎아." /그래? 그럼 아무리 좋아도 사지 말아라." ....
또 다른 두 사람의 대화, "에어컨 어느 회사 것이 제일 좋지?" /"당연히 LG지."/""근데 그거 한국회사 거쟎아 그럼 그거 유대인놈들 거쟎아. 안돼지" /"그래도 제품이 좋은데."/"품질 좀 떨어져도 딴 거 사야지 내가 왜 유대인에게 보태주냐?"...
이렇게 두 대화를 듣고 쫓아가서 설명을 하려는데 저를 보고 다 가버리고 다른 코너를 도는데 양쪽 문이 달린 대형 냉장고 앞에서 한 노인과 두 여자가 옥신각신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가 저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하길래 갔더니
"당신 어느 나라 사람이예요?"/"한국인요."/"LG, 한국회사 맞죠?"/"네(너무 반가와서 대답함) 그럼요."/"근데 우리 아버지가 자꾸 LG는 미국 유대인 거라고 저와 우리 올케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 냉장고를 못사게 하세요."-딸,"아버님. 보세요. 이 한국인여자가 LG 한국회사라쟎아요. 이거 사요."-며느리, "말도 안되는 소리. 아가씨가 뭘 몰라서 그렇지 그거 유대인 회사야."-할아버지/ "아니예요. 제가 한국인이고 LG, 현대, 삼성은 우리나라 대표 회사예요"(강력한 어조로 제가 말함)/ "웃기지마. 한국은 미국편이쟎아 이거 사주면 그돈 벌어서 미국 유대인 놈들 도와서 우리 아랍인들 해칠 건데 왜 내가 그런 짓을 해. 얘들아 딴말 말고 이 냉장고는 포기해. 유대인 돕는 한국인들 왜 도와줘. 내가."
그날 얼마나 속이 타던지요. 지난 12년간 LG 직원들이 얼마나 애쓰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시장에서 수출을 일구어냈는지 알고 있는데, 안과장님이란 분을 비롯해 직원들이 알제리아에 가장 테러가 심할 때 죽음을 무릎쓰고 매달 출장을 오고가는 것 등 정말 피땀어린 수고의 현장을 눈으로 제가 봤는데 이런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1995년과 1997년 리비아 갔을 때, 1998년 요르단 갔을 때, 1996년 이집트에 갔을 때, 2000년과 올해 5월 알제리아에 갔을 때 길에 다니는 차의 대부분이 한국차들이고, 지난 십여년간 튀니지와 모로코 그리고 방문했던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의 가정에 한국 상표의 전자제품이 없는 집이 없는데, 이들이 얼마나 "품질 좋고 가격 적당한(그들의 표현) 한국 제품들을 좋아하는데, 이제 그들이 한국 제품을 일부러 애써서 안사려고 하는 모습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만 우리 시장입니까? 아랍국가도 만만치 않은 큰 시장입니다. 아직도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입니다. 왜 그동안 우리 건설업자들과 수출업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시장을 스스로 파괴하려고 합니까? 냉장고 TV를 사들이는 것은 아랍국가의 국민 한 사람, 한 가정입니다. 그들이 동족이 공격을 받는다고 여기는데 원수의 제품을 사는 것을 부끄러워 여기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아직도 마케팅을 잘하면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수출 역군들에게 죽음의 위협을 더욱 안겨주는 일을 왜 선택을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이렇게 중국의 급성장 등으로 수출 전망이 어려워지는 때에 다 일구어 놓은 밭을 내팽개치다니요!
마지막 세번째로 아랍국가들의 국민들이 저희가 파병할 때 보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자살 테러를 우리나라에서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랍국가의 국교는 이슬람이고 이들에게 종교라는 것은 우리의 종교개념과는 너무나 다른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종교가 생활과 분리된 것이 아닌 생활 그 자체입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종교의 지배를 받습니다. 특히 아셔야 할 것이 이슬람에서의 지하드 사상이라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미덕입니다. 지하드 사상은 이들이 이슬람 공동체의 특히 같은 피를 나눈 아랍 형제의 고통을 위해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고 적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천국으로 가는 확실한 길이고 개인과 가족과 사회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이라크전 당시 튀니지에서도 자살 테러를 갔다고 말이 들렸고 현지인 친구 집에 갔더니 가족들이 이웃 집의 아들이 자살 테러를 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장한 일을 한 것이냐고 모두들 칭찬들을 하는 모습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대형택시를 타고 북쪽 도시로 가는날 옆에 앉은 청년이 "자살 테러 하러 가려고 시리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했다."는 말에 차 안의 모든 이들이 칭찬을 하고 격려를 하는 모습에 저는 숨이 막힐 지경으로 놀랐습니다. 하루는 위성방송에서 한 요르단의 할머니가 나와서 자신의 아들이 자살테러에 헌신하였고 그것이 얼마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지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고 또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아랍 모슬렘, 특히 이슬람 극렬주의자들이 우리 한국군이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착각하고 우리에게 테러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감당을 합니까? 그 철통같은 미국 정보부도 빈라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서 늘 헤매는데 우리 정부가 정말 우리 국민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있습니까? 작정하고 덤벼드는 자살테러 집단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찾기란 너무 힘든 일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유도를 한단 말입니까? 우리 아랍 국가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 사시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도 파병을 끝까지 막아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말씀드린 것은 제가 그곳에서 살아왔고 그들을 너무나 가깝게 대하며 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정말 깊이 생각하시고 파병에 대해 논해주십시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이웃의 생명이 걸린 입니다. 람보나 터미네이터 영화 보듯이 그렇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관람거리가 아닙니다. 환상의 3차원적 입체 영화가 아니라 여러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폭발되고 여러분이 아끼는 사람들이 이유없이 생명을 잃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우리 국민을 이렇게 위험한 데까지 끌어들이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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