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사태후 8백여명 이유없이 구금

미국내 인권상황 악화

'아메리칸 프리덤'이 추락하고 있다.
테러 참사로 인한 전국가적 공황현상이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미 사법당국이 테러사건 이후 8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금하면서 그들의 체포동기와 신원 등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29일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이민법재단, 재미무슬림연합, 국제사면위원회 미국지부, 국가안보연구센터, 전미과학자연맹 등의 인권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9월 11일 테러참사 이후에 체포,구금된 800여명의 신원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사법당국이 테러사건 발생후 6주가 넘도록 뚜렷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수백명의 사람들을 구금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같은 정부의 행위는 미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법무부가 테러사건 이후 용의자의 체포, 구금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조차 박탈했으며,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연구센터의 케이트 마틴 소장은 성명서와 관련해 "테러공격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과정 중 일부는 비밀리에 진행될 수 있지만 정부가 체포 구금인물의 신원과 혐의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지난 몇주 동안 정부가 8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구금하고 있는 행위는 중남미 일부 독재국가에서 이뤄지는 불법ㆍ비밀체포와 놀라우리 만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또 FBI,법무부, 연방이민국(INS)이 정보공개법(FOIA)과 헌법, 민법에 보장된 공공기록에 대한 접근권리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와 관련, 문제가 되고 있는 800여명의 이름, 시민권 보유 여부, 혐의, 선임 변호사 명단, 구금장소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진보성향의 주간지 더 네이션은 '사라진 800명' 사건과 관련해 미 국민이 '정보의 감금상태'에 있다고 최근 논평했다. 미국 역사상 이번처럼 정부에서 언론 또는 국민들로 전해지는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차단된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보차단현상은 대부분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테러행위를 예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이번 테러사태를 이용해 국민의 알권리를 중앙통제하려는 시도의 결과물로 보인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실제로 FBI 조사결과 구금된 800여명중 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인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인물은 4명에 불과하다.

인권관련 단체들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25일 미 상원이 통신감청 범위 등 수사기관의 테러 대응 권한을 대폭 확대한 반테러법안을 가결한 직후에 나온 것이라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이 법안은 전날 하원에서 357대 66의 지지로 통과된 데 이어 상원에서도 98대 1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반테러법의 통과는 부시행정부와 의회가 인권제한쪽으로 대세를 몰고 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테러사태를 정부에 불리한 정보들을 봉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테러사건 이후 에너지부 웹사이트에 공지돼왔던 정부에 불리한 정보들을 모두 제거했다. 미 환경보호국(EPA)도 기관사이트에서 테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FBI도 인정한 유해 화학약품 관련 정보를 모조리 지워버렸다. 정부의 의도와 기회를 포착했다 싶은 화학약품산업체들의 적극적인 로비가 맞아 떨어진 경우다. 걸프전과 코소보 전쟁을 계기로 대민 정보량이 크게 줄어든 국방부 웹사이트에서는 테러 이후 국방관련 정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이뤄지는 미국 정부의 정보차단과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대법원 판사 샌드라 오코너는 "테러위기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구실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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