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싸이가 나와야 한다? 그건 아니다"

[인터뷰] 10주년 맞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김창남 교수

1월 29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열 번째 수상 후보를 공개했다. 싸이와 버스커버스커, f(x) 등 지난 한 해를 빛낸 음악인들이 각 부문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음악을 소비하지 않는 이에게는 생소한 이름인 404, 메써드, 정차식, 김대중 등도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10년 전, 음악평론가와 교수, 기자, PD 등이 뭉쳐 만든 한국대중음악상은 아이돌로, 곧 특정 장르음악으로 획일화된 한국대중음악계에 제대로 된 시상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한편에선 '한국의 그래미'라는 별명이, 다른 한편에서는 "인디음악상"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추락도 있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갑작스레 지원 중단을 일방 통보해 파문을 낳았다. 당시 한국대중음악상은 정상적인 시상식을 열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위기에 몰렸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은 한국대중음악상의 과거를 그리고, 이 상의 의의를 되짚어보기 위해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으로서 이 시상식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봐왔다. 김 교수는 한국 민중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창립멤버였으며, 지금은 성공회대 교수 노래패인 '더숲트리오'의 멤버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 :
바로 가기)에서 철저하게 승자독식구조로 재편된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 역시 같은 지배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만이 살아남고, 그 기반이 돼야 할 마이너리그는 숨도 쉬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은 이 점을 다시금 짚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음악환경이 바로 10년 전 한국대중음악상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기억에 남은 시상식 에피소드를 되짚고, 인디와 한류로 양분되는 대중음악 현실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의 의미와 역할을 밝혔다. 물론, "인디음악상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반론 역시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인터뷰는 10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자가 발표된 1월 29일 오후 2시, 성공회대 교수연구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대중음악은 한 시대의 기록

프레시안 : 한국대중음악상이 10주년을 맞았다. 이 상의 의의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창남 : 한국 대중음악계가 지나치게 불균형 발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다. 대중음악을 단순히 오락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산업적인 가치로만 보는 시각은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중음악은 물론 오락이지만, 그 전에 대중예술이며 한 시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대중음악을 예술로 보는, 대중음악인을 아티스트로 보는 관점의 시상식이 필요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따라서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 판매량에 따른 등수 매기기 등의 기준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음악인이 만든 결과물의 음악적 성취만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 출발했다.

프레시안 : 한국대중음악상이 얻은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창남 : 일정 정도는 대중음악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대중음악상을 통해 새로운 뮤지션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이후 대중음악의 강한 지지층이 되거나, 대중음악을 좀 더 폭넓게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역할을 실감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도 성장했다. 1회 때는 15명이던 선정위원이 올해는 71명으로 늘어났다. 대중음악계에서 전문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선정위원단에 망라돼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기존의 다른 시상식의 경우,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기획사 차별'이라는 저급한 논란까지 생길 정도였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상대적으로 '공정한 심사과정'을 강조한다. 수상자가 어떤 절차를 밟아 선정되는지 알려 달라.

김창남 : 연말이 되면 후보자를 추리기 위한 선정절차가 시작된다. 선정위원들이 각자의 전문분야에 따라 분과를 나눈다. 보통 한 선정위원이 두 분과 정도에 참여한다. A 선정위원은 랩&힙합과 알앤비&소울 분과를, B 선정위원은 록과 모던록 분과를 맡는 식이다.

우선 각 분과별 투표를 통해 선정위원들이 자신이 맡은 장르의 후보작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의 분과별 회의와 재투표를 거쳐 각 분과 후보를 결정한다. 이들이 장르별 후보작이다. 이후 이 장르별 후보를 바탕으로 다시금 투표와 회의를 거쳐 종합분야 후보를 결정한다. 오늘(29일) 발표한 종합분야, 분과별 분야 후보작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이후 선정위원단은 다시금 최종투표와 회의에 들어가 분야별 수상자를 결정한다.

선정위원 각자의 음악적 견해가 다르다. 자연히 선정의 기준은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가'에 있다. 모든 사람이 100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결과란 없다. 다양한 견해가 섞이면서 최대한의 공통집합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단순한 숫자대결로서 투표만이 아니라 토론도 필요하다. 자연히 격론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프레시안 : 기억에 남을 정도로 치열한 토론이 이어진 사례가 있나?

김창남 : 아무래도 선정위원의 수가 적었던 시절에 특히 토론이 중요했다. 이제는 선정위원단이 커지다보니, 그만큼 후보작 중에서 표차가 예전보다 더 크게 나기 마련이다. 투표 결과를 온전히 무시하고 수상자를 결정하긴 어렵다.

선정위원의 수가 적을 때는 투표 결과 두 후보의 득표수가 동점이 되거나, 한 표 차가 나는 사례가 많았다. 2005년의 2회 시상식으로 기억하는데, 마이 앤트 메리와 허클베리 핀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서너 번 정도 재투표를 했는데도 계속 동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편집자 : 이해 올해의 음반은 마이 앤트 메리의 [저스트 팝](Just Pop)이 차지했다.)

프레시안 : 1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어떤 내용인가?

김창남 :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오는 26일부터 1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다. 수상자들의 앨범과 기념 사진, 기억할 만한 수상 소감, 언론 보도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상식 다음날인 3월 1일에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수상자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팀을 섭외하는 중인데, 4~5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확정된 팀은 없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열악한 재정환경을 딛고 열 번째 시상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회 시상식에서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을 수상한 미스에이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지원 중단 논란에서 뮤지션의 격려까지…10년의 기억

프레시안 : 특별히 기억에 남는 '10년의 기억'을 꼽아본다면?

김창남 : 아무래도 6회 시상식 당시 정부가 시상식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지원을 중단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학전소극장에서 조그맣게, 뮤지션만 초청해서 시상식을 이어갔다.

역시 6회였나? 기자 한 분이 "사전에 수상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던 일도 있었다. 이를 거절했더니 "무슨 대단한 시상식이라고 잘난 척하느냐"고 큰소리로 얘기했다. 그 순간에 '욱'하고 치밀어 올랐으나 참았다. 지금은 후회한다. 당시 공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줬어야 하는데. (웃음)

한번은 수상 후보 중 하나가 "시상식 축하공연을 하겠다"고 먼저 나서준 일이 있었다. 고맙게 받았는데, 마지막에는 "상을 안 주면 못하겠다"고 해 공연 섭외가 어그러졌다. 매니저는 "우리 같은 팀에 상을 안 주니까 비주류 시상식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고까지 하더라.

나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이른바 주류 뮤지션들이 적극적으로 시상식에 참여해줬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4회 시상식에서 엄정화는 "가장 받고 싶었던 상"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승철, 조규찬 등의 격려도 기억에 생생하다.

더러는 불쾌했던 순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후보에 오른 뮤지션들이 이 상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한 장면에 대한 기억이 많다.

프레시안 : 특히 기억에 남는 수상 소감이 있나?

김창남 : 정부 지원이 중단된 6회 시상식에서 장기하가 "함께 분노하겠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1회 때는 데프콘이 '최우수 힙합' 부문을 수상했는데, 당시 멘트가 우리 상의 의의를 잘 보여줬다고 본다. "음악이 잘 안돼서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려 했는데, 이 상을 받으면서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예능인으로서 더 잘나가지만(웃음), 그가 음악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힘을 우리가 조금은 줬다고 믿는다.

프레시안 : 한국대중음악상의 존재 의의를 잘 보여준 수상자로 누구를 꼽고 싶나?

김창남 : 최근 <나는 가수다>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팀들이 몇 있다. 국카스텐, 바비 킴, 거미 등이다. 사실 이런 분들이 크게 알려지기 전에 우리 상을 받았다. 정엽, 게이트 플라워즈, 이승열, 다이나믹 듀오, 검정치마, 전제덕, 10cm 등도 이런 사례다.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상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던 후보자는 없나?

김창남 : 예전에 김연우가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결국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적이 있다.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하나는 개인적인 소회인데, 1980년대 민중음악의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현장을 찾아다니며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손병휘, 이지상, 문진오, 꽃다지, 백자 같은 뮤지션들이다. 이런 친구들의 음악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을 주지 못해 아쉽다. 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노랫말이 성취하는 시대적 가치다. 이들의 음악은 그런 점에서 우리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 한국대중음악상이 나아갈 길

프레시안 : 결국 2009년 6회 시상식 개최를 둘러싼 정부 지원 중단 논란이 한국대중음악상의 10년 역사에 큰 사건으로 남게 된 것 같다. 당시 전후 과정을 다시금 설명해 달라.

ⓒ프레시안(최형락)
김창남
: 그 전해까지 3, 4년 정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왔다. 그래서 당시 우리는 그해에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담당부서에서도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걸로 안다. 그런데 시상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지원을 중단한다는 일방 통보를 받았다. (편집자 : 정부는 당초 예정된 시상식을 일주일 앞둔 이해 2월 19일, 지원 중단을 밝혔다.) 결국 시상식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을 중단한 특별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프레시안 : 지원이 중단되면 시상식 개최가 불투명할 정도로 열악한 재정 상황이 큰 문제다.

김창남 : 그렇다. '과연 올해는 시상식을 개최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을 안고 있다. 매년 '올해는 어느 매체, 어느 기업의 지원을 받아야 하나' 하고 고민한다. 이 점에 대해 선정위원장으로서 무능을 통감한다.

몇 년 전부터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정부 지원을 끊은 후 매해 후원자가 바뀌었다. 안정적인 재원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큰 과제다. 다만 시상식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기업, 곧 음반사, 프로덕션의 후원은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은 지켜가야 한다.

프레시안 : 아무래도 노무현 정부 때 이 상이 출발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지원이 끊겼기에 현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과 한국대중음악상의 지향점이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여지가 생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간 추진한 문화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가온차트를 만들고,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을 만들기로 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긴 했다.

김창남 : 이명박 정부는 시장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정국을 운영했다. 대중음악 정책에도 이런 철학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소위 '잘나가는' 뮤지션만 대접하는 시상식은 아니니까 정부로서는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부족하게나마 비주류에 대한 약간의 관심은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면서 없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나가는 쪽만 더 잘나가도록 하는 지원보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마이너리그가 잘돼야 메이저리그 수준도 올라가지 않겠나?

프레시안 : 정부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한국대중음악상이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힘든 근원에는 우리나라 대중문화 소비시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현실이 작용하는 것 아닌가? 당장 아이돌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TV에서 대중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김창남 : 당연히 그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대개 비슷하지 않나? 30대만 넘어가도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은 끊고,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국의 음반시장이 세계 10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음원시장 유통구조가 갑작스레 변화하면서, 음반 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음악산업 자체의 문제도 있다. 나이 든 세대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생산이 이뤄졌다. 그러니 팬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음악이 없어졌다. 한편으로 음악산업계는 음반소비자가 십대밖에 없으니, 그들 취향에 맞는 시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뤄졌다.

결국 대중음악 저변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이 접하는 음악환경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팬들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으려는 수용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한대음? 인디음악상 아냐?

프레시안 : 많은 사람이 '인디음악상 아니냐'고 한다. 수상 후보자가 발표되면 으레 나오는 지적이다. 반면 특히 아이돌 가수가 수상자가 된 이후, 일부에선 '대중과 타협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정위원장의 생각을 듣고 싶다.

김창남 : 어떤 의견이든 나올 수 있다. 이 상이 존재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상이 기본적으로 다른 시상식에 비해 음악성에 더 강한 방점을 둔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창작성, 음악적 활력은 비주류가 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디음악상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주류를 역차별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간 수상자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중성과 타협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본다. 한국대중음악상은 당연히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상태를 어떤 식으로든 반영해야 한다. 주류에서 좋은 음악이 나온다면 거기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다양한 비평은 언제나 고맙게 받아들인다. 다만 우리의 기본적인 원칙은 바꾸지도, 타협하지도 않는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주류음악과 언더그라운드음악의 넓은 간극을 확인하게 해주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싸이 현상'이 과연 한국 가요계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 현상이 이른바 '인디음악상'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뉴시스
프레시안
: 한류 열풍이 일어난 후, 아이돌을 수상 후보에 의식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나?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끼워 맞추기 식으로만 넣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김창남 :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이 생긴 게 그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담아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주류음악계다. 주류음악이 너무 협소하다. 우리 주류음악계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돌은 한 장르에 특화돼 있다. 우리 상의 수상 대상으로 보면 댄스&일렉트로닉 단 한 분과에 국한된다. 결국 대중이 보기에 대중음악의 전부는 아이돌인데, 우리 상의 수상 기준으로 보면 저 많은 가수들이 여러 음악장르 중 단 한 장르의 수상 후보에 불과하다는 괴리가 생긴다. 다양화하지 못하고, 특정 장르에만 갇혀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닫혀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한국대중음악상이 음악성을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의 트렌드를 담아야 한다'는 선정위원장의 생각도 그렇고, 후보 추천 결과를 봐도 '대중음악이 자리한 그 시대의 오늘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음악성 외에 대중음악이 한국 사회 속에서 가지는 시대성도 선정 기준이 되는 것 아닌가.

김창남 : 음악성이란 게 오선지에 갇힌 좁은 의미의 음악적 구조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음악은 당연히 시대의 산물이고 기록이다. 어떤 음악이 새롭고 창조적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음악이 처한 시대적 맥락, 한국 사회와 대중음악이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성이라는 말 속에 이미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심사위원장은 아이돌을 어떻게 보나?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김창남 : 내 취향은 아니다. (웃음) 음악적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이라는 존재감을 만들어낸 게 아이돌이란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소중한 존재다. 개중에도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뮤지션이 있고, 이들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아이돌이라는 특정한 집단이 우리 대중음악 시장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고, 그 부분만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환경이 문제다. 아이돌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된 대중음악 구조가 문제다.

프레시안 : 올해 특히 싸이 열풍이 뜨거웠다.

김창남 : 얼마 전 독일에 몇 달 체류했다. 거기서도 싸이 열풍을 느꼈다. 내가 살던 집 앞에 조그만 가게가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씩은 <강남스타일>이 나오더라.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젊은 친구들이 바로 싸이 얘기를 하고 말춤 추더라. 놀라운 일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싸이 열풍이 한국 대중음악의 창조적 역동성을 나타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벌써 '제2의 싸이가 나와야 한다'는 구호까지 난무하는데, 이건 아니다. 제2의 싸이는 있을 수도 없고, 그런 식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싸이라는 뮤지션은 기존 아이돌과 조금 거리가 있는, 오랜 기간 자신의 세계에 천착한 사람이다. 아이돌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과 싸이 현상은 다른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아주 개성적인, 자기 색깔을 가진 뮤지션이 오랜 기간 활동한 결과 얻어낸 성과라는 점이 좀 더 조명되어야 한다. 물론 아이돌 케이팝의 글로벌한 성장이 싸이가 낸 성과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한국 대중음악은 발전했나

프레시안 : 지난 10년간 대중음악이 발전했다고 느끼나?

김창남 : 변화는 분명히 읽힌다. 좀 더 새로운 음악을 하고자 하는 젊은 음악인들의 활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를 발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예를 들어 <나는 가수다>에 우리 상을 받은 비주류 음악인들이 출연해 스타로 뜨는 모습은 반갑다. 그러나 '나가수' 음원이 여전히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의 대중음악이 여전히 방송의 힘에 예속된 상태임을 드러낸 결과다.

인디음악의 경우도 발전이라 말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독립적인 시장구조를 만들어내서, 마이너리그(인디음악)가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 돼야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스타가 나오고 글로벌화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프레시안 :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의 상당수는 홍대 지역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이 '홍대씬' 안에서도 인디와 오버의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홍대음악을 어떻게 보나?

ⓒ프레시안(최형락)

김창남 : 내 아들이 인디밴드를 하고 있다. 나이가 스물여덟 살인데, 부모로서는 '과연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저 친구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누차 강조하지만, 그 때문에라도 마이너리그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홍대음악인의 일부가 스타가 되는 게 인디의 발전이 아니다. 인디씬 자체가 자기 기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몇 사람의 스타가 등장하는 가운데 나이 서른까지 라면만 먹고 버티다가 좌절하는 뮤지션이 속출해선 안 된다. 대중적으로는 크게 안 알려지더라도 오랜 기간 고정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뮤지션이 많아지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

프레시안 : 스스로 부여한 건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을 두고 '한국의 그래미'라고 한다.

김창남 :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다. 그래미가 가진 역사와 권위와 영향력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다만 아직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그래미와 비교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어찌됐든 이 상이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고, 대중음악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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