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설립 1주년…"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라"

"무노조 경영방침 여전…감시, 미행, 징계 굴하지 않을 것"

삼성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아 "삼성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 년 전 오늘은 삼성에서 합법적으로 노조가 설립된 날이기도 하지만,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된 날이기도 하다"며 "삼성의 감시, 미행,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으로 인해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았다"며 "스스로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칭하는 삼성그룹의 신화가 허상이라는 증언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출범 1주년 경과보고를 하는 삼성노동조합.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였던 딸 고(故) 황유미(당시 23세) 씨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고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 민주노조가 정착해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기 씨는 "전임자가 유산해 떠난 자리에 딸이 2인 1조로 일하다가 두 명이 동시에 백혈병에 걸렸다"며 "삼성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말했더니 '아버님이 이 큰 회사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이겨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며 "삼성은 헌법을 초월하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률을 짓밟는 경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지난해 7월18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같은 날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되고 김영태 회계감사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 등 노조 간부들은 징계를 받았다.

노조는 지난 1월 26일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고(故) 김주경(25) 씨 사망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삼성은 김주경 씨와 관련된 노조의 성명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5월 23일 박원우 위원장마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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