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안전 위험…해군 생명까지 위협"

해군기지 대책회의 "풍속·풍랑·항로 도처에 애로사항 산적"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애초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 적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전히 나온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제기된데 이어 기지 건설 후에도 군함이 무리없이 드나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정부와 군이 제대로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16일 '정부와 해군의 거짓말 시리즈' 다섯 번째 자료를 발표하고 제주 해군기지에 크루즈선 뿐만 아니라 대형 군함의 입출항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주 화순항, 위미항 등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퇴짜를 맞은 해군기지는 2007년 서귀포와 화순항 사이의 돌출 지형인 강정 해안에 짓기로 결정됐다. 보통 항만이 들어서는 만(灣)도 아닐 뿐더러 파랑과 바람의 영향도 큰 곳이었다. 선박이 항구로 진입할 때는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조류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해군은 보호구역에 인접해 있고 항로를 이탈할 경우 좌초 우려까지 제기되는 강정 해안을 고집했다.

▲ 15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측이 중장비를 동원, 기지 부지 내 구럼비 해안 바위(노출암)에 화약을 주입할 구멍을 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해군이 기지 건설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러한 문제점들을 알고 있었다는데 있다. 대책회의는 일례로 항구 건설시 고려 요인 중 하나인 풍속값을 들었다. 서귀포 지역의 10분간 최대 풍속 평균값은 26.2m/s로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으로 강한 열대폭풍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바람이 부는 시기는 2,4,6,10,12월 뿐으로 한해의 절반에 미치지 않지만 해군은 2011년 국회 예결위 보고시 이 수치를 설계심의기준에 포함하지 않았고,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도 풍속을 낮춰 계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본부가 2009년 1월 발간힌 제주 해군기지 기본계획서에는 대형 군함의 입출항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대형수송함의 경우 출항 시 바람의 압력 때문에 방파제로 밀려날 수 있고, 대형함정의 경우에도 항로를 벗어나 마주 오는 배와 충돌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대책회의는 또 보고서에서 선체를 크게 회전해야 하는 선회수역에서 바람에 배가 밀릴 경우에 대비해 추진력을 일정 정도 유지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함정에 곡예 수준의 조함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2009년 1월 해군본부가 발간한 제주 해군기지 기본계획서에 그려진 대형 수송함의 입항 시뮬레이션.

해군본부의 2010년 1월 보고서에서도 낮은 풍속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함정의 입항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형함정의 경우 숙련된 운항자가 필요하거나 아예 다른 부두에 정박을 권유하고 있으며, 기상이 양호할 때만 입출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람의 방향도 문제가 된다. 서귀포 지역은 항로를 따라가는 선박에 직각 방향으로 부는 북동풍이 연중 계속 발생하는 반면, 남서풍은 봄, 여름에 집중되는 편이다. 대책회의에 따르면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바람이 부는 날은 1년 중 43.43%에 달한다. 남서풍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영향은 덜한 반면 4~6m(풍속 20.5m/s)의 파도를 불러 입항에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조건은 대형함선이 항구 수킬로미터 앞에서부터 엔진을 끄고 관성만으로 접근한 뒤 예선을 이용해 접안하는 일반적인 입항 방법이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대책회의는 지적했다.

항구로 접근하는 항로도 일반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해군의 2009년 기본계획서는 "대상해역 주변여건의 제약으로 항로법선 계획시 통상적인 설계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움"이라고 명시했다. 항구로 접근하는 항로 중 커브를 트는 구역에서 원심력에 의한 선박의 기울임이나 전복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공간인 곡률반경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군기지로 입항하는 선박이 강정 해안에서 최단 600여 미터 떨어진 보호구역을 침범할 가능성도 있다.

대책회의는 이밖에도 해군기지 안에서 배가 돌릴 수 있는 공간이 항모의 경우 국토해양부가 권장하는 '선박 길이의 2~3배'에 미치지 못하는 점, 항구 내 파도가 거세 배의 안정적인 정박을 측정하는 계류안전성이 문제가 되는 점 등을 집었다.

이미 군이 이행 의지가 없음을 밝힌 크루즈선 정박과 관련한 설계 오류 뿐 아니라 해군기지의 주 기능이 될 군 함정의 입출항에 의문이 잇따랐지만 국무총리실은 검증위를 꾸려 크루즈선의 입항 여부에 대한 조사만 벌여 당장 제기되는 반발만 무마하는데 급급했다. 국방부 역시 설계 오류 의혹에 대한 재검토나 재검증 요구를 묵살하고 기지 건설을 강행했다.

대책회의는 "(정부는) 애당초 항구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강정마을에 무리하게 기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항구로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기준을 자의적으로 완화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정부와 해군이 주장하는 유사시 신속 대응을 위한 출항은 물론 고가의 첨단 군함과 군 장병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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