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말바꾸기

"말바꾸기는 노무현 정부 아닌 이명박 정부가 했다"

보수 진영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결정된 사항'이라며 야당의 기지 건설 반대를 '말바꾸기'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당초 기지 건설 약속을 뒤집은 것은 이명박 정부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13일 노무현 정부 시절 '민관복합형 관광미항'을 만들겠다던 약속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뒤집어졌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대책회의는 2007년 6월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결정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해군기지를 민관 미항기지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고, 그해 12월 국회도 크루즈 선박을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예비 타당성조사 및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기지 건설을 추진할 것을 조건으로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9월 1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확정하고 국회도 2011년 관련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2011년 7월 25일 확정된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서도 강정마을을 '대형 크루즈 기항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야5당 해군기지사업 진상조사단은 제주 해군기지 사업이 '민항 위주의 민군복합형 기항지'라는 국회의 부대의견을 준수하지 않는 등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며 사업 일시 중단 및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의 동시 접안 여부와 관련한 기술적 사안에 대해 재검증 요구가 강하게 일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일례로 2009년 제주도과 국방부·국토해양부가 체결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관련 기본협약서(MOU)는 이름이 각각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로 되어 있어서 기지의 실제 용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또 1조 원에 가까운 기지 건설 예산 중 관광미항을 위한 예산은 터미널과 진입도로, 토지보상을 위해 책정한 530억 원이 전부였다.

지난 2월 17일 국무총리실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역시 해군이 제시한 설계상으로는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렵다고 지적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거듭되는 재검토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부터 '15만톤급 크루즈선 동시입항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기지 건설 강행 방침을 천명했다.

기지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 논란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해군이 기지 건설에 앞서 실시한 사전환경검토에서는 멸종위기 동식물과 상수원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토서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해 제대로된 조사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현지 조사가 이뤄지는가 하면 법정 보호종 현황도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과정에서도 해군은 지하수 관정 원상복구, 토사유출 방지, 오탁방지막 설치, 붉은발말똥게와 같은 멸종위기 생물 보전 등에 대한 협의내용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2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제주도 의회가 강정마을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할 당시에도 사전환경성 검토 및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책회의는 주장했다.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 역시 무시됐다.

대책회의는 이와 같은 조사를 토대로 "정치권과 해군, 그리고 보수언론은 강정주민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나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왜곡한 채 야당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연일 비판하는가 하면, '해적기지' 발언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와 해군의 제주해군기지건설 강행으로 벌어지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적나라하게 드러난 문제점들은 철저히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데 여념이 없다"며 "정작 말을 바꾸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정마을 지키기'에 나선 국제사회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3명의 군인 출신 평화운동가를 강정마을에 보낸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 및 국방 정책의 '받침대'로써 제주해군기지는 군사적으로 주요 목표가 될 것"이라며 "제주도에 국제 평화활동가를 보내는 것은 명확하게 이 지역 투쟁의 전략적 성격을 지구적 평화운동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국제 온라인 시민단체 아바즈(http://www.avaaz.org)에서 개설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온라인 서명에는 12일 오후 4시 현재 9743명이 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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