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복지국가론자인 고세훈 교수는 복지국가를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낳은 시장 실패를 사전적·사후적으로 교정"(고세훈. 2007. <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 후마니타스. 30쪽)하는 모델로 정의한다. 그러나 '교정'은 일이 벌어진 이후에 수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이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여 복지국가를 다시 정의하면 "시장의 실패를 사전(事前)에 예방하거나 사후(事後)에 교정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전 예방과 사후 교정 중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사전 예방이다. 그러나 오늘날 복지국가 주창자들은, 병의 예방이 아니라 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일에 치중하는 듯하다. 지금 한국 사회의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불안이 초래된 원인을 추적하고 그 원인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데 역량을 집중시키기보다, 현재 한국 사회에 이와 같은 5대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으니 세금을 많이 거둬서 복지로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 복지국가론은 OECD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이 우리보다 최소한 5%(국민부담률은 10%) 이상 높고 GDP 대비 복지지출이 우리의 두 배 이상 된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즉, 세금 더 거둬서 복지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론은 보수가 주장하는 감세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걸 강조한다. 법인세 감면의 주된 수혜자인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것도 아니고, 소득세를 많이 깎아준다고 해서 고소득층이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 때 이런 정책을 실험해봤지만, 산출량과 고용량은 제자리걸음이었는데 반해 재정적자는 늘고 소득불평등은 심화되었다는 예는 단골로 등장한다.
요컨대 지금 논의되는 복지국가 담론은 거대한 복지수요의 원인을 제거하기 보다는 복지수요가 있으니 그것을 충족시킬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치중한다. 다시 말해서 복지수요라는 발병에 대한 예방이 아니라, 복지수요라는 중병이 발생했으니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터진 후에 수습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수습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 실패하기가 너무 쉽다.
따라서 필자는 복지국가는 사후(事後) 교정이 아니라 사전(事前)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거대한 복지수요를 양산한 원인을 제거하는데 집중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복지비용도 크게 줄이면서 복지국가의 약점인 증세론의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2. 복지수요를 양산하는 원인들
2.1 반칙과 특권
한국 사회는 서구에서 건너온 자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진보, 보수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안 되는 특수한 면이 엄존하는데, 그것은 쉬운 말로 '반칙과 특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구조화된 반칙과 특권이 광범위한 복지수요의 상당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 문제를 최초로 직시한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 같다. 후보 시절에 그는 진정성을 담아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열정적인 지지를 보냈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말 보다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는 것이 훨씬 호소력이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랜 일제 강점기와 독재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반칙과 특권이 한국 사회의 핵심 모순 중 하나라는 점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이와 같은 내용의 국정지표를 제시하고 국가를 이끌어 왔으나, 역량부족과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공격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칙과 특권이 복지수요를 양산하는 까닭은 그것이 경쟁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반칙과 특권의 수혜자들에게 경쟁은 수월하거나 팍팍하지 않은 반면에 피해자들에게 경쟁은 살벌하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에서의 경쟁은 이중구조화 되어 있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재벌과 대기업, 거기에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 대학의 전임강사에게는 과소경쟁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그리고 대학의 시간강사들에게는 과잉경쟁이 적용되는데, 핵심은 과잉경쟁의 상당한 원인이 바로 과소경쟁에 있다는 것이고 거대한 복지수요층은 바로 과잉경쟁에서 사투(死鬪)를 벌이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재벌개혁 운동을 주도해 온 김상조 교수는 반칙과 특권을 해체하는 것을 가리켜 "자유주의적 과제"라고 했는데,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간에 이 문제는 복지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런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그대로 둔 채 복지를 확대하면, 다시 말해서 사후에 교정하려 들면 8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500만 명 정도 되는 영세자영업자와 같은 잠재적 복지수요층들이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설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는 여지없이 불거질 것이며, 이런 광경들은 매일 조·중·동의 주요 지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반칙과 특권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서 복지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복지국가론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지국가로 진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담론이라고 보는 듯하다.
2.2 토지문제
반칙과 특권보다 훨씬 거대한 복지수요를 초래하는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토지문제이다. 필자는 토지문제를 간과하는 것이 대한민국 진보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토지문제가 성장과 분배에, 세부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 사회갈등, 금융 불안정, 빈부격차의 주된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왜 이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근본적(radical)으로 접근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토지를 중요한 경제변수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즉, 토지는 과거 농경시대, 혹은 산업화 초기에나 중요한 것이고,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주택문제나 은행의 대출문제 쯤으로 취급한다. 두 번째는 토지가 중요한 변수이기는 하나 서구 복지국가도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토지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까닭은 토지문제가 앞서 다룬 반칙과 특권처럼 시장과 국가의 재정운용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고용량과 산출량을 늘이는 영역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금융권의 많은 자금들을 토지투기에 쏟아 붙게 만들뿐만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로 인한 '부동산 거품 발생 → 상승 → 붕괴'로 시장 전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가 유감없이 보여주듯이 복지에 써야 할 재정을 토건에 쏟아 붙게 만들고, 집값을 높여 소비를 위축시키고 토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간에 양극화를 심화시키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토지는 거대한 복지수요의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복지국가론은 토지문제가 초래한 각종 비효율과 부작용을 '복지 필요성의 증거'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주택문제가 심각하니 세금을 많이 거둬서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복지국가가 지닌 증세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3. 복지국가의 증세론 평가
3.1 증세론의 개요
복지국가론은 2010년 한국 GDP를 1100조 원으로 가정할 경우, 한국의 적정(OECD 평균) 복지재정 규모는 220조 원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복지재정의 규모가 20.6%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한국의 복지재정 규모는 84조 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연 130~140조 원 규모의 신규 복지예산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복지국가론은 이 금액을 기초(노령)연금과 아동수당, 보육/여성, 초중등/고등교육, 주택/도시계획, 노인연금, 건강보험, 실업수당 등등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복지국가론은 우선적으로 도로, 철도, 공항, 4대강 사업 등의 토건사업에 낭비되는 재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무게중심은 상위 개인 소득자와 법인에게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는 데 실려 있다. 2007년 기준으로 GDP의 4.4% 밖에 징수하지 않는 소득세의 누진도를 높여서 지금의 두 배 정도는 더 거두어야 하고, 법인의 사회보장기여금도 선진국처럼 지금의 두 배 정도를 더 징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복지재정 확보를 위해 국채발행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복지국가는 앞으로 10년 안에는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로 가고 20년 안에는 북유럽의 복지 수준으로 가자는 것이다(이상구·정승일. 2011. 3. 24.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전략." 민주노동당 복지토론회, <복지비용, 누가내야 하나> 발표문).
3.2 증세론의 한계
현 단계에서 감세 보다 증세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복지국가의 증세론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줄인다는 보수의 비판이 완전히 틀리지 않다는데 있다.
행정적으로 조세는 직접세와 간접세로 구분한다. 직접세는 세금부담자와 납세자가 동일한 세금을 말하고, 간접세는 세금 부담자와 납세자가 다른 세금을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런 구분은 세금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법인세를 증세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기업은 법인이윤에 대한 법인세의 상당부분을 상품가격에 전가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제가 위축되어 산출량과 고용량이 줄어든다. 물론 징수한 법인세를 저소득층의 복지에 투입하면 법인세 증세가 초래한 부작용을 만회할 수도 있지만, 물가상승이라는 나쁜 결과는 피할 수 없다.
또한 기업에게 사회보장기여금을 더 부담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기업은 사람을 고용하기보다 사회보장기여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기계를 도입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은 노동절약적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소득세는 노동자들이 다 부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은 세전(稅前)소득이 아니라 세후(稅後)소득을 기초로 해서 고용주와 협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세의 상당부분은 기업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기업은 사회보장기여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절약적 투자를 하게 되고 그 부담을 상품가격에 전가시키는 문제, 그러니까 앞서 다룬 법인세 증세와 동일한 문제가 일어난다.
요컨대, 증세론자들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많이 거둬서 저소득층에게 복지혜택을 주면 소비지출이 늘어 경제가 확장된다고 하지만, 전가가 일어나 상품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복지국가론은 이런 증세론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4. 대안으로서 조세대체(tax shift)론
4.1 조세대체론의 개요
따라서 필자는 증세도 아니고 감세도 아닌 토지보유세를 증세의 대상으로 삼아 토지문제를 사전적·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다시 말해서 토지문제가 초래한 복지수요를 해소하면서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조세대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토지문제는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토지 불로소득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도 않을 토지를 사들이는 것이고, 살지도 않을 집을 소유하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땅값·집값이 치솟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으면 토지문제는 해결하기 불가능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복지국가론은 다른 소득도 불로소득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환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알페로비츠와 데일리(Gar Alperovitz & Lew Daly)가 <독식 비판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Unjust Deserts)에서 주장했듯이,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든 노동을 통해서 벌든 노력소득의 원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회에 집적된 지식, 그러니까 소득을 얻은 자의 노력과 무관한 지식을 활용해서 벌어들인 것이기 때문에 불로소득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로소득 사유화는 경제를 활성화시켜주고 시장 참여자들을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토지 불로소득은 그야 말로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그리고 지식은 누가 이용한다고 해서 타인의 사용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지만, 한 사람의 토지 사용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사용을 배제하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노력소득에 대한 증세는 경제에 부담을 주지만,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 즉 토지보유세는 경제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토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즉 경제를 확장시키기까지 한다.
이렇게 토지보유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되면 토지가 초래한 광범위한 복지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복지재정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다른 세금을 감면하면 경제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조세대체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에게는, 사용하는 토지―업무용이든 비업무용이든―에 대한 세금을 많이 내게 하면서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가계에게는, 사용하는 토지―주택이든 상가든―에 대한 토지세는 많이 내면서 소득세는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조세대체론의 한 축인 감세는, 소득의 크기가 다르면 세금의 크기도 달라야 한다는 '수직적 형평성' 정상화와 같이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법인세의 경우 수직적 형평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수행한 기업규모간 실효법인세율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의 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오히려 2004년부터는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대기업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위평량·채이배. 2010. 07. 20. "상장기업의 실효법인세율에 관한 분석." <경제개혁리포트 2010-09>). 기업에 제공하는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율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것은 반드시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과 동행해야한다.
4.2 조세대체의 효과
조세대체를 하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까? 이 전략은 토지를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소위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엄청 불리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득에 맞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무주택 서민들과 실업자들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먼저 무주택 서민에게 이 전략은 매우 유리하다. 왜냐하면 집값이 경향적으로 낮아지고 토지에 짓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이 튀어 오르면서 실질소득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업자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토지가 생산에 개방되면서, 또 기업의 고용친화적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셋째 적정주택 소유자에게도 유리하다. 그들은 토지세를 더 내는 대신 근로소득세를 감면 받기 때문이다. 넷째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즉 토지투기 하지 않는 기업에게 유리하다. 이 기업은 토지세 증세분보다 더 많은 법인세를 감면 받기 때문이다. 한편 토지를 임차해서 쓰는 기업도 법인세가 감면되기 때문에 유리하다.
그러나 주택과소비자들과 다주택소유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감면 받는 소득세보다 토지세를 더 많이 내야하고, 예상되는 토지 불로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불필요한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한 기업에게도 매우 불리하다. 감면받는 법인세보다 내야할 토지세가 훨씬 많고, 향유할 수 있는 토지 불로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재벌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5. 복지국가 전략을 재검토해야
복지국가론은 복지수요가 엄청나니 재정이 필요하고 그러니까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에 투입해야 한다는 '사후 교정'에서, 거대한 복지수요의 원인을 제거하는 '사전 예방'으로 방향을 돌리는 걸 검토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증세를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먼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반칙과 특권을 해체하고 토지문제를 해결해서, 두 가지가 초래한 거대한 복지수요를 현저하게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증세론이 가진 치명적 한계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복지재정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 북유럽 복지국가만을 푯대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나라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합리성은 우리가 적극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장과 사회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반칙과 특권, 이를테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착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격차, 학벌 등은 제거해야 한다. 그러는 한편 북유럽 복지국가의 조세전략인 증세가 초래하는 비효율과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세대체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요컨대 대한민국 복지국가는 서구 복지국가와 달리 사후 교정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 강남구 개포2동 567번지 일대의 무허가촌 '구룡마을.' 극단적인 주거 양극화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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