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아토피 어린이의 일기] 4박5일 산사학교를 다녀와서

'생태지평'은 사회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 환경성 질환 아토피를 해결하기 위해 '아토피 Zero(0)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여름 시작한 '아토피 Zero 산사학교'는 많은 호응을 얻으며 계속되고 있다. 생태지평은 지난 1월 16일부서 4박5일간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두 번째 아토피 Zero 산사학교를 개최했다.

이 아토피 Zero 산사학교는 평소 실내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들에게 공기가 맑은 산사에서 생활하며 각종 생활 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4박5일간 어린이들은 산사의 음식을 먹으며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세 번째 산사학교는 오는 2월 21일부터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열린다.

생태지평은 이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가한 경기도 부천 약대초등학교 5학년 김한길 어린이가 4박5일간의 일정을 따라가며 쓴 글을 일부 발췌해 보내왔다. 김한길 어린이는 이번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여한 어린이 중에서도 특히 아토피 증상이 심했지만 혼자서 4박5일의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편집자>

▲ 생태지평은 지난 1월 16일부터 4박5일간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두 번째 아토피 Zero 산사학교를 개최했다. ⓒ생태지평

1월 16일 첫째 날 :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로 출발!

서울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신륵사에 도착했다. 서울을 벗어나니 경치와 공기부터 달랐다. 강에는 철새들이 보였고, 바람이 차가웠지만 상쾌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입학식을 하는데 모르는 아이들이라 어색했다. 같이 있다 보면 친해질까?

사찰 생활에 필요한 예절과 합장 방법을 배우고 나서 천연비누와 치약을 만들었다. 내손으로 직접 이런 것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이라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 치약과 비누에는 우리한테 해로운 화학물질이 전혀 없다고 하셨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성 들여 만들었더니 '솜씨가 예술'이라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기가 조금은 걱정스러웠는데, 아이들도 다 착해 보이고 금방 친해져서 다행이다. 재미있게 놀다 가야지.
▲ 천연비누와 치약 만들기. ⓒ생태지평

1월 17일 둘째 날 : 고통스러운 밤

새벽 6시에 모두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어젯밤에 자면서 너무 많이 긁었나 보다. 잠옷에는 피와 진물이 가득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너무 가렵고 따가워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달려오셔서 목욕탕으로 뛰어갔다. 목욕을 할 땐 내 살을 파는 듯한 아픔을 느꼈지만 선생님이 너무 놀라고 걱정했기 때문에 꾹 참았다.

긁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는데 너무 가려울 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마음 먹은 대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 마음이 정말 아팠다. 난 누구의 도움 없이는 잠잘 수도 없다는 게….

하지만 줄넘기, 비석치기, 군고구마 구워먹기를 하면서 즐거워졌다. 그래서 가렵지도 않고 따갑지도 않아서 신나게 놀았다. 특히 맛있는 동치미를 함께 군고구마를 먹는 맛은 너무나 좋았다.
▲ 실내에서는 몸이 건조해져서 아토피가 더 심해진다. ⓒ생태지평

1월 18일 셋째 날 : 컴퓨터 게임도 하고 싶고…

산사학교에 온지 사흘째다. 집에 있을 때, 매일 두 시간씩 하던 컴퓨터 게임을 못하니 자꾸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내가 즐겨보는 만화 프로그램도…. 집에 있을 땐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면 게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텔레비전만 봤는데. 아토피 때문에 내가 힘들어해서 그런지 꾸중하진 않았지만, 집밖으로 한 번도 안 나가고 지낸 날도 많아 엄마, 아빠는 항상 걱정하셨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좋은 공기 마시며 실컷 놀다오라고 보내주셨는데, 게임 생각만 하고 그러면 안 되겠지! 선생님도 가려움이 없어질 때까지 내 등을 계속 쓸어주면서 컴퓨터와 TV 앞에 오래 있으면 몸이 더 건조해져서 아토피에 더 안 좋다고 하셨다. 학교 끝나면 오래 뛰어놀고 웃는 시간이 많아야 아토피가 점점 좋아진다고 말씀하셨다.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게임도 조금만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 식품 첨가물 등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에 대해서 배우는 어린이 들. ⓒ생태지평

1월 19일 넷째 날 : 와! 도자기 만드는 날이다

어제 밤에 많이 가려워서 잠을 설쳤나보다. 늦잠을 잤다. 선생님이 깨워서 일어나보니까 아이들은 벌써 연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었지만 금방 만들었다. 선생님은 연에다가 자기 소망을 적은 다음에 날려보라고 하셨다. 나는 꼭 아토피를 이기겠다는 소망을 적어서 날려보았다. 잘 안 날라서 막 뛰어야 했다. 재미있었다.

옛날에 도자기 만들기 체험하러 이천에 가자고 엄마한테 많이 졸랐었는데 다음에 가자고 자꾸 그러셨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도자기를 만들었다. 버스 안에서부터 등이 많이 가려워서 고생을 좀 했다. 선생님은 뒤에서 등을 문질러 주시고 나는 만들고. 선생님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도자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선생님은 옆에서 계속 그러셨다. 한길이 솜씨가 너무 좋다고…. 기분이 참 좋았다. 산사학교에 참가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내가 만든 도자기를 언제쯤 받아볼 수 있을까?
▲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도자기. ⓒ생태지평

1월 20일 다섯째 날 : 헤어지는 날

벌써 4일이 지나 헤어지는 날이다. 아이들과도 친해졌고, 밖에서 뛰어노는 것도 재미있어졌고, 야채뿐인 반찬에도 밥을 몽땅 먹게 됐는데 집으로 가야 하는 날이다. 다짐 기도를 하며 '가족 화목'이라고 외쳤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족 화목은 아토피를 이겨 내는 것이다.

가족도 아닌 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보살펴주신 선생님들도 계신데 나도 힘을 내서 열심히 노력해야지. 엄마아빠를 만나니 너무나 좋았다. 행복한 4박5일 산사학교 생활이었다.
▲ ⓒ생태지평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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