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진료비 오·남용을 탓하면서도 정작 병·의원, 약국의 허위·부당 청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강조를 덜 해 왔다. 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오ㆍ남용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도 본인 부담을 시키는 정책을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관의 허위ㆍ부당 청구를 막기 위해 어떤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병·의원 74%가 허위·부당 청구…1곳당 2200만 원이나 돼
보건복지부는 1일 851곳의 병·의원, 약국을 선정해 현지 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4%에 해당하는 628곳에서 허위·부당 청구 행위를 적발한 사실을 공개했다. 적발된 허위·부당 청구 금액은 최근 3년간 약 140억 원으로, 1곳당 약 2200만 원이나 됐다. 복지부는 이렇게 적발된 곳으로부터 허위·부당 청구 금액을 환수하고 업무 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2005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허위·부당 청구 금액이 약 88억 원에서 약 140억 원으로 59%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2005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사대상 기관의 수는 34곳 줄었으나(885곳→851곳), 병원급 이상이 61곳 확대된 탓(37곳→98곳)"이라고 설명했다. 의원, 약국보다 병원에서 허위·부당 청구 금액이 훨씬 많다는 방증이다.
복지부는 이미 2006년에도 813곳의 병·의원, 약국에 대해서 2005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업무 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 2005년 조사 때 적발된 813곳의 병·의원, 약국 중에서 297곳은 업무 정지, 232곳은 과징금 부과, 284곳은 부당 이득금 환수 등의 조치를 받았다.
진료일수 부풀리고, 환자·공단에 이중 청구
이번에 적발된 병·의원, 약국의 허위·부당 청구의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진료일수 부풀리기 △실시하지 않는 검사, 진료, 투약 비용을 청구하기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를 하고 환자에게 부담을 시킨 후 다시 해당 환자 정보를 이용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질병을 진료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기 등이 그 구체적 내용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구체적 사례를 보면, A 의원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일수를 부풀려 2003년 5월 1일부터 2006년 4월 30일까지 3년간 약 1억2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 의원은 환자 도모(33) 씨가 2004년 2월 20일 한 차례만 진료를 받았음에도, 두 차례 더 방문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가장해 1만460원의 진찰료를 부당 청구했다.
B 의원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를 한 후 환자와 공단 양쪽에 다 청구를 해 총 1109건, 약 19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 의원은 정모(48) 씨에게 2005년 2~3월에 4회에 걸쳐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단순 비만 치료를 해주고 40000원을 받았음에도, 다시 정 씨의 정보를 이용해 '변비, 피부염'을 진료한 것처럼 공단을 속여 4만4085원을 받아냈다.
C 한의원도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단순 비만 치료를 위해 방문한 박모(36) 씨에게 침을 놓고, 첩약을 지은 후 20만 원을 받았음에도, 다시 박 씨의 정보를 이용해 보험 적용이 되는 '부종'을 진료한 것처럼 공단을 속여 9020원을 받아냈다. 이렇게 이 의원은 총 941건, 약 32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허위·부당 청구 기관 실명 공개…형사 고발도 할 예정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일부 병·의원, 약국에서 허위·부당 청구를 여전히 하고 있고, 그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2007년에는 '허위 청구' 근절을 방향으로 정하고 허위 청구 기관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형사 고발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