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생태지평'은 이번 폭우로 가장 심한 피해 지역인 강원도 평창, 인제, 정선 일대를 다녀왔다. 이번 수해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생태지평이 폭우가 할퀴고 지나간 피해 지역의 모습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생태지평은 현장 조사와 수재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번 수해는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주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바로 '가이아(Gaia)의 복수'라는 것.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생태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를 가리켜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가이아는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이에게는 도움을 주나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보복을 한다.
생태지평은 앞으로 강원도 지역의 수해 원인과 향후 정책 대안을 포함하는 종합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프레시안>은 생태지평의 피해 지역 르포에 이어 내주 초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생태지평의 대안'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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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대안밖에 없는 속사 삼거리
까마득히 높은 영동고속도로의 교각 아래 위치한 속사 삼거리는 수해 피해를 입은 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가옥이 토사로 덮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침수된 주택 옆으로는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하천 주변에는 쓸려온 토사와 복구를 위해 퍼낸 모래가 제방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마치 상류에서 물 폭탄이 터진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빠른 속도로 내려와 미처 하류로 흐르지 못하고 마을을 덮쳤다. 수해의 원인이 결코 폭우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침수 피해를 입은 마을은 하천가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하천이 범람할 경우 꼼짝없이 수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하천 다리가 폭우로 떠내려 온 유실목과 토석으로 댐처럼 막혀 물이 범람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마을이 주변의 다른 지형보다 매우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마을을 지나는 하천의 상류에는 영동고속도로와 6번 국도가 마을 옆의 하천 제방보다 훨씬 높고, 가파르게 직선화된 구조로 위치하고 있다. 이 도로의 축대가 상류 지역의 제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호우가 발생할 때 높이가 낮고 폭이 좁은 하류 하천이 범람하고 마을은 순식간에 침수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영동고속도로와 6번 신·구 국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빗물이 가해진다면 주택과 가옥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결국 속사리의 수해는 폭우가 아니라, 물길을 고려하지 못한 마을의 위치와 도로와 교각 등의 인공 구조물에 의한 것이다. "마을의 이주만이 수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가피한 자연재해로만은 볼 수 없음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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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로 뒤덮인 거문리
59번 도로를 타고 흐르는 오대천을 따라가다 도착한 '거문리'는 도로와 하천이 쌓인 모래산 때문에 분간조차 어려웠다. 그나마 긴급복구로 차츰 형체를 찾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모래더미가 하천변과 들판에 쌓여 있다. 마치 경사가 가파른 산에서 커다란 용이 발톱으로 할퀴고 간 흔적처럼 7군데의 산기슭에는 산사태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정도의 하천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토사가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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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리, 상월오개리, 하진부리로 이어지는 상류를 따라 올라가면 대부분의 고랭지 밭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듬성듬성 잘리고 패여 있다. 골짜기 마다 들어선 고랭지 밭에서 쏟아져 내린 흙과 빗물이 급속하게 하천을 덮고, 유실된 토사가 하상을 높이고, 시멘트 제방을 넘어 농작물과 하천변에 있는 집과 시설들을 파괴했다.
강원도 고랭지 밭은 전국 여름 채소 생산량의 73%를 차지한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평창군의 경우 15도 이상 경사지의 고랭지 밭이 66.9%이며, 그 중 30도 이상인 경사지가 38.2%나 차지한다. 이번처럼 집중호우가 아닌 장마철에도 고랭지 토사는 상당부분 유실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매년 객토가 반복된다.
따라서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면 고랭지 토사에 의한 피해는 멈출 수 없다. 토사유출로 인한 하천 수질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는 2005년 11월 고도 400m 이상, 경사도가 15도 이상이 고랭지 경작지에 대해 경작방법 변경 및 휴경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고랭지 밭의 토사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과 기술적 대책이 시급하다.
'간벌목'이 덮친 가파른 '덕적리'의 비극
인제군에서 피해가 가장 심한 덕적리에 도착하자 지난 7월 15일 물난리에 실종된 두 명의 시신이 17일 만에 발견되어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덕적리는 설악산국립공원 외곽의 산간 마을로 해발 1200m 이상의 산 정상 아래에 매우 가깝게 위치한 가파른 지형을 가진 지역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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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주변의 산림에는 뿌리가 낮고 넓게 퍼지는 습성을 가진 침엽수인 잣나무가 빽빽하게 조림되어 있다. 잣나무 등의 침엽수림은 단조로운 식생, 토양의 약한 활력, 낙엽의 빗물 흡수력 저하 등으로 산사태가 활엽수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발생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의하면 다양한 수종으로 이루어진 천연혼효림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단순 조림지보다 재해에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인제군 덕적리 주민들은 3~4년 전에 간벌한 간벌목이 방치되어 수해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윤근 덕적리 이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벌하고 남은 썩은 나무들이 흘러내려 집과 하천을 1차로 덮쳤어. 그리고 간벌목이 부닥쳐 뽑힌 생나무와 돌덩어리들이 한데 얽혀 2차, 3차 덮쳐 버린 거야. (…) 윗집을 덮치고 나서 다리를 덮치고, 다리에 걸린 나무들이 댐 역할을 해서 다리 옆에 있는 두 집을 삼켜버렸어."
산림청은 2005년에 18만2300ha를 간벌하였으나 현지분쇄 또는 이동 등의 방법으로 간벌목을 처리하는 비율은 10~15%에 불과했다. 강원도의 경우 수거비 때문에 발생량의 80% 이상이 산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간벌목에 의해서 덕적리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넘을 수 없는 한계령, 섬처럼 고립된 팬션들
인제에서 한계령을 거쳐 양양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는 이번 폭우로 가장 많은 도로가 유실되었고, 아직까지 전 구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불어난 하천으로 유실된 도로를 따라 엄청난 양의 바위와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더욱이 범람 전 한계천변에 있던 휴게소와 팬션들은 불어난 물로 하천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계천 한가운데 파괴된 채 섬처럼 고립되거나 하천변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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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소통되지 못한 44번 도로는 장수대 휴게소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산간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토석으로 인해 폭격을 맞은 것처럼 무참히 파괴되었다. 더 이상의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걸어서 파괴된 도로를 건너 불과 1㎞를 채 못 가 또다시 끊어진 도로를 만났다. 가을 단풍 관광의 최고 명소지인 한계령의 중심 도로가 무참히 파괴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계천은 어떻게 복구해야 하는 것일까. 홍수로 늘어난 하천의 폭을 예전처럼 다시 좁히는 것이 과연 복구일까. 산간계곡에서 흘러내린 물과 토석에 의해 파괴된 아스팔트와 시멘트 블록을 그대로 다시 쌓아서 연결해야 할까.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언제라도 피해는 반복될 수 있다.
끊어진 도로를 연결하고, 떠내려간 다리를 다시 복구하여 주민 생활의 편의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자연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과 방향 역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홍수로 넓어진 하천을 인정하고, 도로를 끊는 계곡의 물줄기를 고려하는 복구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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