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우리가 패전국? 평화적 핵 활동도 못하게…"

힐 " 데이튼 협정 때는 21일도 걸려"

제4차 6자회담이 개막된 지 열하루가 지났지만 북-미 사이의 팽팽한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긴장도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4일 두 번째 '길거리 기자회견'을 통해 핵심 쟁점인 평화적 핵 활동과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리에 밝혔으며, 미국도 '5 대 1' 상황이라며 북한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하루 종일 '극적 타결'과 '파국' 전망이 급반전을 거듭한 가운데 참가국들은 남북미 회동과 수석대표회의 등을 통해 '회담 지속'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5일에도 다양한 양자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북-미간 입장차가 너무 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갖힌 모습이다.

***北김계관 부상 "평화적 핵 활동, 상응조치 못 물러나" 입장 공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3일 저녁 북한 대사관 정문 앞에서 "우리는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지만 평화적 핵 활동 권리도 갖자는 것"이라며 난항을 겪고 있는 제4차 6자회담에 대한 북측 입장을 공개리에 표명했다.

김 부상은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 활동을 하는데 왜 우리만 할 수 없냐"면서 "우리가 패전국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그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6자회담 참가국 모든 나라가 우리의 정당한 입장을 공감하고 있다"면서 "유독 '당신들이 알 수 있는 단 한 나라'만 반대하고 있으며 그 나라도 끝내는 지지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해 사실상 미국을 지목해 비판했다.

그는 평화적 핵 활동 이외에 또 다른 회담의 난관으로는 '비핵화에 상응한 조치'를 꼽았다. "마음 놓고 비핵화에 들어가려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관계정상화를 통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아직 이 문제에서도 바라는 결과들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이어 "하루 종일 긴장한 협상과 회담을 했지만 아직 공동문건 작성과 관련해 교착상태"라며 그 기본적인 원인으로는 "조미(북미) 간의 정치적 입장차이"를 꼽았다. 그는 그러나 "회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이번 회담이 결실있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 "5대1 구도...보스니아 협상은 21일 걸려"**

비슷한 시각 미국측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댜오위타이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숙소인 국제구락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돌아와 "북한과 미국 간에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는 점을 수차례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는 한 쪽에 있는 북한과 다른 쪽에 있는 다른 참가국들 간의 이견"이라며 '5 대 1' 구도를 주장해 북한을 재차 압박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원칙들이 작성됐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해 확실한 핵 폐기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abandon)했다고 가장하고 우리는 그들을 믿는 척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회담이 어떻게 끝날지, 폐막해야 할지 휴회를 해야 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회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회담 지속 의지는 확실히 했다.

우리 정부측 관계자도 "휴회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힐 차관보는 이날 열린 수석대표회의에서 "예전에 보스니아 평화 협정을 다룬 데이턴 협상 때는 21일 걸렸다"며 "이제 딱 반밖에 안 왔는데 너무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는 농담을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박스>

***김 부상 기자회견 소식에 '판 깨는 것 아니냐' 취재진 아연 긴장**

김 부상의 이날 '길거리 기자회견'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회의를 마친 뒤 대사관 앞에 도착한 밤 10시30분경(현지시간)부터 5분여 동안 영어 통역과 동시에 진행됐다. 그는 처음에는 대표단 차량을 타고 대사관 안으로 들어갔다가 '한 마디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다시 대사관 정문으로 나와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준비된 듯한 발언을 차분하게 밝혔으며 질문이 이어지자 "질문은 다음에 받겠다"며 바로 대사관 안으로 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 공안 10여명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로 보이는 검은 색 양복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은 건장한 청년 10여명이 그를 에워싼 채 진행됐다.

그의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일 짤막한 첫 번째 언론 접촉에 이어 두번째로 난국에 처한 제4차 6자회담에 대한 핵심 불만 사항을 그대로 표명한 것. 하지만 북측 기자회견 소식은 취재진과 참가국들을 모두 긴장케 만들었다. 회담의 '판'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그의 기자회견 소식은 낮부터 '소문'으로 전해지기 시작해 이미 북한 대사관 앞에는 150여명의 각국 취재진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낮 동안에는 대거 몰린 취재진과 대사관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중국측 공안 사이에 몸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한때 이날 기자회견이 북한 대사관 안에서 이뤄진다는 풍문이 떠돌면서 먼저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기다림에 지친 취재진이 위치 표식으로 자신의 물건을 대신 갖다 놓고 스스로 경계선 뒤로 물러서는 등 북한대사관은 이날 하루 종일 이번 6자회담 개막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는 결국 이번 6자회담의 남은 수순이 '북한측의 결단' 여부뿐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평화적 핵활동'도 못하는 것은 북한측으로서는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고,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서도 '현금 주고 어음 받는 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는 한 북한측은 결국 현재의 합의문 초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그렇게 파국으로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막판에 또다른 상호 설득과 압박의 기회가 더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4일 밤 북한 대사관 앞에서 발길을 돌리면서 머리가 무거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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