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즈음 주공 등 임대아파트 단지들을 방문하는 일이 잦다. 임대사업자들이 법으로 정해진 표준계약서를 임의로 변형하여 해마다 5%씩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는 바람에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기침체 상황을 맞고 있는 임대아파트 입주 서민들의 항의가 거세게 끓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임대아파트들의 문제가 바로 우리나라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절절히 배우고 있다. 전국 100만 가구의 임대아파트 가구들 가운데 30%가 넘는 연체율이 기록되고 있음에도 임대사업자들은 인상행진을 전혀 멈추려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심화되고 있는 서민들의 채무상황의 악화에 기름을 퍼붓고 있는 것을 보고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IMF 이후 서민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대형화일변도의 금융정책으로 거의 망가져 버려 서민들은 긴급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초단기금융인 카드나 초고금리인 사채를 사용함으로써 헤어날 길 없는 빚의 늪에 빠져 채권자들의 가압류조치에 속수무책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금융의 꽃이라는 은행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정부 주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한 노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67세의 노부인은 남편이 밤에 출근한다. 한 초등학교의 대리 일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도 한달 급여가 겨우 53만원이다. 빠듯한 살림에 남편이 입원할 일이 있어 아무나 발급해주는 신용카드를 긁어 겨우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그 때문에 노부인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월수입 53만원 가지고는 초단기 금융인 카드빚 300만원을 일시에 갚을 길이 없어 연체를 하게 됐다. 그러자 카드사가 노부부의 전재산인 임대아파트 보증금 1100만원에 채권확보를 위해 가압류를 걸어온 것이다.
채권자로서는 당연한 법적 절차 즉 채권확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필자는 이 문제를 채권자의 탓으로 돌리자는 것이 아니다. 즉 문제는 이 가압류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임대사업자인 주공측의 월권적인 행정때문이다. 주공측이 받아 놓은 보증금에 채권자가 가압류를 하면 주공은 채무자에 대해 가압류를 풀 것을 통고한다. 게다가 만일 재계약시까지 가압류를 해지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터이니 바로 퇴거할 것을 강압한다. 계약만료일까지 안 나가면 월 임대료와 함께 임대료의 100%에 해당하는 불법거주배상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공은 퇴거시키기 위해 제기하는 명도소송의 소송비 수백만원을 변상해야 한다는 협박도 잊지 않고 있다.
6,70년대의 노동자 벌금제도를 방불케 하는 황당한 일이 국민의 세금과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택공사가 운영하는 임대아파트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벌금제도와 마찬가지로 주공의 불법거주배상금제도도 법적 근거가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주공은 제3자에 지나지 않는다. 보증금에 대한 가압류 때문에 주공이 손해를 보는 일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채무자가 거주를 하고 있는 동안은 점유권에 대한 보상인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내줘야 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이 이와 관련, 채권확보차원의 가압류이지 채권회수를 위해 집행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누누이 채무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재계약에 응해도 주공으로서는 하등 보증금에서 채무를 변제해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공이 이러한 횡포를 부리는 것은 세입자의 권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공기업인 주공이 주권자인 국민들을 홀대하는 횡포를 두고 보아야 할 지 가슴이 답답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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