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사회적 거리두기' 말고, 진짜 실천을

[안종주의 안전사회] 정부·청와대 고위층 코앞에서 대화, 마스크 엉터리 착용

‘사회적 거리주기’ 등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 인사들이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에 관한 이야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50~60㎝ 떨어진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마스크를 썼지만 코를 드러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런 행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코를 드러내는 마스크 착용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것과 사실상 같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감염자환자가 누군가와 마주 보고 대화를 할 경우 상대방이 코를 드러낸 채 있으면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코는 숨 쉬는 창구로 바이러스가 마음껏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수도권 병원장들을 불러 모아 코로나19 방역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일이 병원장과 악수를 나누며 간단한 인사를 했다. 김강립 차관 역시 지난 13일 또 다른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한데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나중에 확진자로 판정된 분당제생병원장과 접촉했다.

코로나19 방역의 책임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이런 행동은 그동안 정부와 우리 사회가 목소리를 높여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면으로 배치한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악수를 하지 말고 사람들과 밀접 접촉할 때는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라고 하는 등 방역의 제 1원칙이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틈날 때마다 호소해왔다.

청와대나 복지부에 과연 보건·방역전문가가 있는가?

한데 정작 자신들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악수하며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한다. 마스크를 하지 않았으면 악수하거나 가까이서 마주보며 대화하지 말아야 한다. 또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방식, 즉 코를 드러낸 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런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말 난감하네~(끝을 올리며)”이다.

더군다나 이런 모습이 언론 사진·영상 보도로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악수를 해도 문제가 없는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화해도 좋은가?’ ‘코를 드러낸 채 대화를 해도 괜찮은가?“ 등의 의문을 갖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마스크부터 쓰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 행태를 바로잡는데 외려 걸림돌 구실을 할 수 있다. 청와대 책임자와 방역 주무부처의 장차관부터 ‘말 따로 행동 따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이 보건전문가, 방역전문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전문가였더라면 비판의 강도가 더 세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경제학 전공의 학자 출신이며 박 장관도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학자 출신이다. 김 차관은 보건복지부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건, 특히 감염병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올해로 4년차를 맞은 장관과 관료 생활 30년이 넘는 김 차관이 이런 비상식적 행동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이들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총괄하는 정책실장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방역 원칙 어긋나는 행동 왜? 격려 아니면 습관

한데 왜 이들은 방역 원칙에 어긋나는 이런 행동을 했을까? 대화는 친밀한 거리를 두고 해야 한다는,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는 맞지 않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위험하다고 해서 2미터 이상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것인데 말이다. 마주 보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앞을 보며 대화해도 문제가 없다.

혹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며 고생하고 있는 병원장들과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거나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하는 기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늘 해온 것처럼 고생하고 있는 이들에게 장차관이 직접 격려하는 차원에서 평소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악수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병원장들에게 일일이 인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했으면 흔쾌히 받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건전문가나 위험소통전문가가 청와대 실장이나 장차관 곁에서 세심하게 조언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일 언론브리핑을 해온 김 차관은 복지부 직원 7명과 함께 접촉자로 분류돼 14일간 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아직 증상이 없어서 감염 여부 검사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는 자가격리를 하고 이 과정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쉽지 않지만 의지가 중요.

며칠 전 학교 선배이자 신문사 대선배였던 분이 돌아가셨다. 문상을 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강남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입구에서 청와대 모 수석과 비서관 등을 만났다. 몇 미터 떨어진 채 가벼운 목례로 인사했다. 한데 신문사 후배인 비서관이 10여년 만에 얼굴을 본 때문인지 반가운 얼굴 표정으로 가깝게 다가오며 악수를 청하려 했다. 가까이 오기 전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니 2미터 쯤 앞에서 멋쩍게 웃으며 멈추었다.

고인을 추도한 뒤 유가족과 인사를 했다. 고인의 아들이 나를 보고 마스크를 벗고 나에게 다가오며 “저 모르시겠느냐?”며 악수를 하려 했다. 그 역시 두어 걸음을 떼다가 멈춰 섰다. 돌아오는 길에 양재역 버스정류장에서 매달 모임을 함께 하는 멤버를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두 달 넘게 모임을 가지지 않아 그런지 역시 마스크를 벗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악수를 청하려 했지만 그 역시 곧바로 거부 표시를 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루 동안에 벌어진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악수 하지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가끔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글과 방송에서 줄곧 강조해왔고 위험소통 전문가로서 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행동 변화라고 말해왔기에 언행일치를 위해 상대방이 잠시 무안해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소통메시지에서 말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눈동자와 표정 등 비언어행동이다. 말로는 얼마든지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얼굴 표정과 몸짓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주는 메시지가 더 강렬할 수도 있다.

3년 전 전 문재인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 유족이 추모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앞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간 뒤 어깨를 감싸며 위로한 일이 있었다. 이날 중계방송과 그 뒤 뉴스를 통해 이 장면을 본 국민은 감동을 받았다. 열 마디 말보다 진정성을 담아 온몸으로 표현한 단 한 번의 위로가 더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간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여론주도층은 복지부 장차관의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대통령과 총리, 청와대 비서관, 장차관, 그리고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 등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말 따로 행동 따로는 방역의 걸림돌이자 적이다. 마스크를 써야 할 때 쓰지 않는 것이나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는데도 마스크를 쓰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의 메시지 주는 것으로 방역의 적이다. 엉터리로 마스크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악수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가까이서 친밀하게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습관과 문화와 갑자기 단절하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보건복지부 장차관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과 마스크 올바로 쓰기 수칙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지도층 인사와 방역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보건전문가로서 권고를 한다. 적어도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악수하지 말자. 말없이 가벼운 목례를 하자. 그래도 말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2미터 이상 떨어져서 하자. 이것이 성에 차지 않아 꼭 악수하며 가까이서 마주보면서 인사말을 하고 싶다면 마스크를 쓰고 사전에 모두들 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닦은 뒤 하자. 마스크를 쓸 때는 코를 드러내거나 턱 밑으로 내리는 행위는 하지 말자. 말로만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철두철미한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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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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