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바이든 상대로 역전할 수 있을까?

[2020 미 대선 읽기] 샌더스의 두번째 도전, 갈림길에 서다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레이스를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샌더스 의원(이하 직함 생략)은 전날 있었던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하 직함 생략)에게 참패를 당했다. 샌더스는 6개주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4개주(미시시피, 미주리, 미시건, 아이다호)에서 지고, 노스다코타 1곳에서 이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당수 유권자가 우편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워싱턴주는 개표율 69% 상황에서 샌더스(32.7%)와 바이든(32.5%)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샌더스는 지난 3일 14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바이든에게 패했다. 바이든은 10개주에서 승리했고, 샌더스는 4개주에서 이겼다.

현재 바이든은 803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샌더스는 661명을 확보했다. 민주당 경선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

바이든으로 모여드는 민주당...샌더스, 2016년에 비해 지지세 확장 실패


대의원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 승자를 말하기엔 이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샌더스가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선 초반만 해도 4-5위라는 충격에 가까운 저조한 성적으로 보이던 바이든은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시작으로 3번의 경선을 모두 이겼다. 특히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을 전후로 피트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 마이클 블룸버그 등 중도진영의 모든 후보가 중도하차하면서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만이 아니다. 2016년에 샌더스를 지지했던 앤드류 양(2020년 경선 후보)도 10일 바이든 지지 선언을 했다.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도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 중 명시적으로 샌더스 지지를 선언한 후보는 없다. 같은 진보진영 후보로 분류됐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만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워런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차원에서 중도하차한 것인데, 오히려 워런의 지지자도 바이든에게 가면서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한번 물꼬를 튼 '바이든 쏠림' 현상은 급물살을 타면서 10일 경선에도 영향을 미쳐 샌더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11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2008년과 2012년 오바마 대선 캠페인에 참여했던 정치 전략가 더그 허먼은 "버니를 향한 창문이 닫히고 있다"고 현재의 경선 구도에 대해 평가했다. 특히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한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가 이겼던 지역인 미시간주에서 바이든에게 패한 것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

다수의 정치 분석가와 언론들은 샌더스가 2016년에 비해 지지세를 크게 확장하지 못한 '상징'으로 미시간주에서의 패배를 지적했다. 미시간주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으로 백인 노동자 계층이 많다)에 속하면서 대표적인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꼽힌다. CNN은 샌더스가 2020년 경선에서 백인, 남성, 대졸 이상 고학력층, 교외 지역 거주자, 무당파 등 다양한 범주의 유권자 계층에서 4년 전에 비해 지지세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코르테즈 "건강보험, 기후변화 등 민주당 내 세대간 입장 차이"


샌더스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10일 밤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사탕발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밤은 매우 힘든 밤이다"라고 말했다. 코르테즈는 샌더스가 패배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 내에 건강보험, 기후변화, 외교정책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에 있어서 세대간 단절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코르테즈가 대표하는 20-30대 청년층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미 기득권이 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정치적 이해관계 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세장 뿐 아니라 투표 결과를 놓고 봐도 20-30대는 샌더스, 50대 이상은 바이든 지지 성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코르테즈는 "경주에서 이긴 것은 이긴 것"이라며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또 바이든이 본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바이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던지 간에 단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샌더스 역시 이전부터 바이든이 후보로 결정된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샌더스, 바이든과 TV토론에서 역전 계기 마련 기대

샌더스는 10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이 치러진 밤에는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도 발표하지 못했다. 바이든은 이날 밤 일찌감치 승리 선언과 함께 민주당의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버몬트주의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입장을 정리한 뒤, 11일 오후 경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다음과 같이 자신이 패배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경선에서 이념 논쟁에서는 승리한 반면, 선거 자체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서 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캠페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길 최고의 후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이든에게 투표를 하겠다.' 나는 그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오늘날 수백만명의 민주당원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이렇게 믿고 있다."

샌더스는 이어 '전국민을 위한 의료보험'(메디 케어 포 올) 등 명확한 비전과 준비된 정책으로 트럼프를 상대로 한 바이든의 실체 없는 '경쟁력'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 15일 있을 첫 바이든과의 '1 대 1' TV토론을 역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슬리피 조'라고 조롱할 만큼 토론이나 대중 연설에서 크게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단편적인 계기가 샌더스의 '희망'을 얼마나 지속시킬 연료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 이은 2020년 샌더스의 두번째 도전이 가져온 성과는 그의 경선 승패와 무관하게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원도 아닌(샌더스는 무소속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만 참석했다) 샌더스가 민주당의 일정 정도의 '지분'을 분명히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2016년 경선 패배 이후에는 빈손으로 다시 민주당을 나와야 했지만, 2018년 총선, 2020년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민주당 내의 한 흐름으로 뿌리를 내렸다.

바이든은 10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승리 연설을 통해 누구보다도 먼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바이든은 샌더스와 그 지지자들의 열정을 치하하면서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함께 트럼프를 물리치자"고 말했다.


▲ 버니 샌더스 의원의 두번째 대선 도전이 갈림길에 섰다. ⓒ폴리티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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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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