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스캐롤라이나 압승...'흑인 몰표'의 의미는?

[2020년 美 대선 읽기] "당분간 샌더스-바이든 양강 구도로 간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선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4-5위의 저조한 성적을 얻어 궁지에 몰렸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득표율 48.4%로 1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9.9%로 2위, 기업가인 톰 스테이어가 11.3%로 3위,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이 8.2%로 4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7.1%로 5위를 기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은 흑인 유권자들이 60%를 차지하는 인구 특성 때문에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점쳐지던 곳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였던 지지율(30%대 후반)을 훨씬 뛰어넘는 득표율로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승리를 선언하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이후 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 연설을 하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클라이번 의원(왼쪽) ⓒ 김동석 대표 제공

흑인들의 바이든 전폭 지지..."흑인 표는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예상보다 큰 득표율을 얻은 것에 대해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흑인 표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흑인 표는 결집돼서 움직인다. 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흑인 유권자들이 트럼프 집권 3년 동안 인종적인 문제 때문에 훨씬 더 결집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응집된 흑인 표는 '리더십'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번에 하원 의원 중 서열 3위인 짐 클라이번 의원이 바이든 지지 선언을 했을 뿐 아니라 샌더스 의원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흑인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크게 끼쳤다고 덧붙였다.

샌더스, 흑인 표심 잡는데 실패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2016년 샌더스 의원에게 충격적인 '참패'를 안겨준 지역이기도 하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73%, 샌더스 의원이 26%를 득표했다. 그래서 샌더스 캠프에서는 이번에 신규 유권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서 네바다주 등 다른 지역에서 맞아떨어진 전략이었다.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경선에는 약 50만여 명이 참가해 4년 전(37만여 명)에 비해 1.5배 가량의 유권자가 참여했다.

그러나 이 지역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의 표심을 사로잡는데 실패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동석 대표는 "인종 문제를 제외한 다른 정치.사회적 의제에 있어서 흑인들의 집단적 정서가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중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네바다주에서는 주로 노동조합을 통해 신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히스패닉에 어필했는데 흑인들은 노조를 통해 조직될 수 있는 유권자 층이 아니다"며 "샌더스 캠프에서 흑인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열심히 했는데 샌더스를 찍게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샌더스 지지 집회. ⓒ김동석 대표 제공

'한계'에 부딪힌 부티지지...블룸버그가 바이든 위협할 수 있을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로 단숨에 선두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위협하는 후보로 부상했다.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면서 중도진영의 선두주자로 인식되던 위상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오히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1-2위를 차지하면서 강세를 보이던 부티지지 전 시장이 이날 4위를 차지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김 대표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전국적인 영향력을 갖고 계속 선두주자로 치고 나갈 역량은 부족한 후보"라고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내달 3일에 있을 '슈퍼 화요일' 경선부터 참여할 예정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2위 주자로 치고 올라옴에 따라 블룸버그 전 시장이 중도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현재 전국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바이든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3월 3일' 결판이 안 난다...샌더스-바이든 양강구도가 지속될 것

김 대표는 내주에 있을 '슈퍼 화요일' 경선에 대해 "경선이 끝나도 여전히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경선에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등 14개주, 40% 가량의 대의원이 배정되어 있지만 샌더스나 바이든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판세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이날 확인된 흑인 표심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특정 지역을 떠나 유효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슈퍼 화요일' 이후에도 샌더스와 바이든의 양강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위를 차지한 톰 스테이어는 경선에서 중도하차 하기로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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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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