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은폐?" 성범죄자 엡스타인 기록 공개…트럼프 삭제되고 클린턴 사진만 전면에

미 법무부, 19일 공개됐던 트럼프 등장 사진 등 16건 하루 만에 삭제·시한 넘기고도 전체 공개 '미적'…클린턴과 여성 함께 찍힌 사진 여러 장 공개

미국 법무부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기록을 공개했지만 그의 범죄에 관한 의문점이 추가로 규명되진 않았다는 평가다. 공개된 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공개됐던 사진까지 삭제된 반면 빌 클린전 미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은 여러 장 공개돼 은폐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미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1만3000건 이상의 엡스타인 수사 기록 중 트럼프 대통령이 찍힌 사진을 포함한 사진 16장이 하루 만에 삭제됐다. 삭제된 사진 중 한 장은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자택의 장식장 및 장식장 서랍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서랍 내부에 보관된 수많은 사진 중 한 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찍혀 있었다. 법무부는 삭제된 사진들 관련 아무 설명도 제공하지 않았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또 무슨 일이 은폐되고 있는 건가? 미국 국민을 위한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뒤이은 게시글에서 "이는 백악관의 은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기록엔 트럼프 대통령 관련 추가 공개 기록은 거의 없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 관련 추가 기록은 다수 발견됐다. 공개된 사진 중 한 장에선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가운데 얼굴이 비공개 처리된 여성이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아 클린턴 전 대통령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선 클린턴 대통령이 얼굴이 비공개 처리된 여성과 함께 온수 욕조에 들어가 있다.

미 법무부는 특히 욕조 사진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찍힌 여성은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라고 밝혔다. 게이츠 맥개빅 법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진을 게시하며 "존경하는 민주당 대통령(클린턴)"이 찍힌 사진에서 "(여성의 얼굴을 가린) 검은 상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도 소셜미디어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얼굴이 비공개 처리된 여성들의 사진을 게시하며 "법무부는 오직 피해자와 미성년자 얼굴만 삭제하도록 지시 받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 앙헬 우레냐는 소셜미디어 성명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향후 공개되거나 그들(백악관)이 영원히 숨기려 하는 것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 범죄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고 범죄가 드러나기 전 그와 관계를 끊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된 문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층은 지난 2019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돼 구금 중 사망한 엡스타인 사건에 권력자와 부유층이 연루돼 있을 거란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문건 공개를 천명했지만 취임 뒤엔 시행하지 않았고 지난달엔 문건 공개를 요구한 측근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을 "배신자"로 낙인 찍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한때 친분이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사이가 틀어져 연락을 끊었고 성범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AP>는 법무부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 일부는 이미 공개된 것이고 피해자 인터뷰, 기소 결정 관련 법무부 메모 등 가장 중요한 기록들이 누락돼 새로운 통찰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개는 지난달 미 의회에서 엡스타인 수사 기록 전체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기록 전체 공개 시한은 19일이었지만 <AP>에 따르면 법무부는 피해자 정보를 가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록을 순차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추가 기록이 언제 공개될지에 대한 공지는 하지 않았다.

<AP>는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극히 일부로 공개가 "수년간 이어진 투명성 요구에 대한 종지부가 아닌 엡스타인의 범죄와 수사 과정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보기 위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작"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 뒤 하루 만에 삭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뉴욕 맨해튼 집 장식장 사진. 장식장 서랍 속 수많은 사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찍힌 사진이 포함돼 있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소셜미디어(SNS) 갈무리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기록 중 빌 클린턴 미 전 대통령이 얼굴이 비공개 처리된 여성과 함께 온수 욕조에 들어가 있는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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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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