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하기 위하여

[강주원의 남북 교류와 만남 읽기] 2020년, 통일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변한 것이 없음 : 여전히 사전승인 틀 유지

2020년 1월, 통일부는 "제3국을 통한 비자 방북 관광 추정 개요"를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정부, 방북 승인 절차 간소화"라는 헤드라인으로 대부분 보도했다. 정부와 언론은 "초청장이 필요 없게 되면 절차가 간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 수집 차원에서 나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통일부가 제공한 "방북 승인 절차"를 저장해 놓았다. 그 이후 두 달 여 동안 이를 한 번씩 열어보곤 한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통일부 홈페이지에 있는 기존의 북한 방문 안내를 살펴보면서 상상해보았다. 참 복잡하다.

우선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고"를 제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측 관련 기관의 초청장을 발급 받은 뒤, 방북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이후 예를 들어 중국 선양에 가서 북한 비자를 받은 다음에 북한행 비행기와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다.

▲ 기존의 북한 방문 절차의 핵심은 통일부의 방북 승인이다. 검토 중인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통일부

그렇다면 간소화 되었다가 아니고 검토 중인 방식을 따라 하면 어떻게 될까? 초청장은 필요 없다. 하지만 제3국 여행사를 통해서 북한의 관광 비자를 받은 뒤, 통일부에 북한 방문 승인 요청을 똑같이 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 제 3국인 중국 선양에 가서 북한행 비행기나 열차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초청장 절차를 줄이는 것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틀이고 북한 방문 준비에 큰 벽인 사전승인은 유지하고 있는 틀이다. 솔직히 말해 이 정책이 기존과 비교를 해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다.

변할 수 있음 : 사전승인에서 신고로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개별관광을 진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예를 들면 최소한 사전승인에서 신고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대목에서 통일부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없는 제도"라고 그들이 말하면 나는 현 통일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말하겠다.

다만, 재외국민 (①외국 정부로부터 영주권 또는 이에 준하는 장기 체류 허가를 받은 자, ②외국에 소재하는 외국 법인 등에 취업하여 업무 수행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자)이 외국에서 북한을 왕래하는 때에는 통일부 장관 또는 재외공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남북교류에 관한 법률 제9조 8항)

이와 같은 통일부의 설명을 읽다 보면, 남한 주민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재외국민은 (사후)신고를 해야 한다고 구분하고 있다.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남한 주민과 재외국민은 똑같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방북 방식은 그동안 달랐던 것일까?

▲ 통일부 2020 업무보고는 "새로운 사고"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책 내용들은 옛것 혹은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다. ⓒ통일부

비자 방북을 하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나는 사전승인과 신고의 차이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고민을 해왔다. 사전승인은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개인의 방북을 막는 걸림돌이자 통제의 역할을 해왔다. 바로 그 예가 "5.24 조치"이다. 반면 신고만 해도 되는 재외국민(한국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방북이 가능했다. 대북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는(진천규)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미국 영주권자의 자격으로 북한에 가서 취재를 하지만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국 그 어느 나라에서도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1)

이에 대해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눌민, 2019)에 이렇게 서술했다.

진천규 책의 부제는 "(2010년 이후) 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다. 그 표현이 옳은지 아닌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서 남북 교류와 만남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한정해왔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중략) 나는 2010년 이전이나 이후에도 다른 진천규, 많은 진천규를 단둥에서 만나왔다. 한반도 내 남북 교류가 숨 고르기를 하던 2019년 5월 25일 아침 8시 25분에도 단둥의 기차역에서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한국사람과 우연히 인사를 했다. 헤어진 뒤 그가 평양행 국제열차를 타기 위해서 2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쓴 책에 다음의 글을 추가해야 될 것 같다.

"왜 나는 한반도 남쪽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는 이유로 방북을 하고자 하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왜 나는 재외국민과 다른 역차별을 받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통일부가 사전승인에서 신고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내가 재외국민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빠를까? 나는 묻고 싶다. 두 달여 동안 통일부는 무엇을 검토했고 구상하고 있는가?"

3·1절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은 2년 전, 9·19 군사합의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일궈냈다.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지만 아쉽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고 상상해보았다. 기념사 대목에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가고자, 나(문재인 대통령)와 통일부는 방북을 할 때 필요했던 기존의 사전승인 제도에서 남한주민들도 신고를 하도록 바꿈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가 굳건해지는 초석을 마련했습니다."가 추가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뀔까를!

이는 통일부가 생각하는 "새로운 사고"가 아니다. 남북교류와 만남의 의지와 진정성이 있으면 충분하다.

▲ 다른 나라 사람들과 동일한 북한 개별관광의 출발점은 "사전승인" 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닐까? ⓒ강주원(2019년 5월)

□ 필자 주석


(1) 전천규, 2018,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타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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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강주원 박사는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 그리고 탈북자를 동시에 연구하는 인류학자다.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살면서 현장 연구를 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단둥을 수없이 방문하며 수백 명의 단둥 사람과 인간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국경 취재 및 관광을 자문하는 일도 병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펴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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