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10점 만점에 2.9"...첫 TV토론 ‘치명상’

워런, 블룸버그 성희롱 의혹 폭로...트럼프, "최악의 토론" 조롱

"10점 만점에 2.9점"(뉴욕타임즈)
"절대적이고 완전한 재앙"(CNN)
"불세례에 화상을 입었다"(워싱턴포스트)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 참여한 뒤 받은 '성적표'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중도진영 대표주자 격이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경선 초반 부진한 성적(5위)를 면치 못하면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 18일 발표한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NPR-PBS-마리스트 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31%)에 이어 2위(19%)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진보진영의 샌더스 후보에 대항마로 떠오른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19일 TV토론은 대중 앞에 처음으로 대선 경선 후보로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토론회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에 블룸버그에 집중된 이날 합동토론에서 블룸버그는 모든 후보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무엇보다 그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후보 토론회에 참여하는 '준비 부족' 후보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자신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불심검문' 정책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불심검문은 그가 뉴욕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도입한 정책인데, 주로 흑인과 유색인종 남성들을 상대로 불심검문이 실시되는 등 인권침해와 인종차별이란 비판이 쏟아진 정책이다. 불심검문은 결국 2013년 연방법원의 위헌 판결로 중단됐다. 그런데 블룸버그 시장은 불심검문 정책에 대해 자신이 처음에는 잘못 판단했지만 나중에 회복했다며 마치 자신의 결정으로 그 정책을 중단시킨 것처럼 말했다.

블룸버그의 '껍질을 벗겨 버린' 워런...블룸버그 성희롱 전력 폭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후보(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피트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가 모두 블룸버그 후보를 공격했지만, 그중에서도 결정타를 날린 것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워런 의원의 공격에 대해 "뉴욕 억만장자의 껍질을 벗겨 버렸다"고 평가했다.

가장 핵심적인 공격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사내 성희롱 의혹 제기였다. 워런 의원은 "블룸버그는 사내 성희롱으로 10여명의 여성들과 비밀유지 합의(Nondisclosure Agreement)에 서명했다. 공개할 의향이 있냐"고 폭로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아주 소수의 비공개 합의가 있지만, 당신이 비난한 것 같은 내용은 없다. 그들은 내가 한 농담을 싫어한 것 같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비밀유지는 쌍방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야 한다"며 공개 거부 입장을 밝혀 청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워런과 클로버샤 의원은 억만장자인 블룸버그와 트럼프 대통령의 공통점을 지적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여성에게 '뚱보 계집', '말상 레즈비언'이라고 욕한 억만장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라면서 "우리가 한 거만한 억만장자에서 또 다른 억만장자로 대체한다면 민주당은 엄청난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로버샤 의원도 "미국 대통령(트럼프)이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세금 환급명세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대 사안"이라며 "당신이 많은 돈을 번 것은 대단하지만 세금 내역은 제출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빗대 블룸버그를 공격했다.

무차별 공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은 현재 선두주자로 떠오른 샌더스 의원이 '트럼프 대항마'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방어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샌더스 의원을 겨냥해 "이런 논의보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시킬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자본주의 내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공산주의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 전 시장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전 시장의 저조한 '성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가 해낸 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꼬마 마이크의 오늘 밤 토론 성적은 아마도 역대 토론 사상 최악"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 블룸버그 전 시장과 워런 의원. ⓒMSN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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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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