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로 1년치 이산화탄소 배출, 앞으로 어쩌나

기후위기 더 자극 우려...환경재앙 일상화하나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참사로 기록될 호주 산불의 여파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석 달간 이어진 화재가 향후 지구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에 인류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며 호주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참사를 더 키웠다고 부분 인정했다. 모리슨 총리의 토로에서 드러나듯, 이제 상당수 환경·과학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호주 산불이 이처럼 커진 원인으로 기후위기 여파와 기후위기에 대한 호주 정부의 안이한 대응책이 꼽힌다.

문제는 이미 일어난 참사의 영향이 이제 인류에 미칠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13일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석 달간 산불로 인해 호주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호주의 한해 평균 산불 배출량인 3억4000만 톤을 훌쩍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호주 동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미 4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했다"고 밝혔다. 단 석 달간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이 호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이미 넘어섰다는 뜻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번 산불이 2018년 미국 서부를 두려움에 떨게 한 캘리포니아 산불의 9배에 달하는 피해를 이미 끼쳤다고 밝혔다. 호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은 지난해 아마존 산불보다도 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지구를 뒤덮음에 따라 그 피해 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세계 탄소 계획' 펩 카나델 회장은 이번 산불로 인해 전소된 산림이 다시금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려면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론에 언급했다. 호주 산불이 기후위기를 더 자극하게 된 셈이다.

이는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대처까지 불과 0.5도의 여유만을 남겨둔 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공산이 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인천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종합하면, 인류는 산업혁명기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류의 지속적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미 섭씨 1도가 오른 상황에서 인류에 남은 여유분은 0.5도며, 이를 2030년까지 안정화하지 않으면 파멸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

호주 산불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게 더 우려되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양 상황, 대기 상황이 변화하면서 일어난 사건이 이번 사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구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더 나쁜 상황을 일반화(뉴노멀)하는 양의 되먹임(악영향이 지속됨) 현상이 일상화할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게 호주 산불 참사의 진정한 메시지로 고려된다.

더 효과적인 지구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13일 녹색당은 논평을 내 "기후위기 대책 예산을 늘리기보다 자기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골몰하는 한국 국회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이제 호주든 대한민국이든 개발에 몰두하는 정치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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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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