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국면에서 대패를 각오했던 국민의힘이 막판 서울시장 선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승패 기준이 희미해지는 상황이 됐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국민의힘은 4곳을 지키는 데 그쳤지만, '보수의 심장' 대구에 이어 수도 서울이 승리 지역에 포함되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에 직면할 듯했던 장동혁 체제의 연장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미 지방선거 한 달여 전부터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었다. 매끄럽지 못했던 공천 과정과 사실상의 '윤 어게인' 노선 고수 등으로 논란을 키운 장 대표를 향해 복수의 의원들은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는 요구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 장 대표는 설 연휴를 앞두고 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6.3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을 '서울·부산시장 승리'로 꼽은 바 있다. 당시 장 대표는 "이번 지선 승패에는 저의 정치생명 자체가 달려있다. 참패한다면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4년도 안 된 정치인 장동혁의 정치생명은 끝장난다"고 배수진을 쳤다.
결과적으로 장 대표가 스스로 제시한 '서울·부산' 중 서울에서는 승리하게 되면서, 장동혁 지도부로서는 '절반의 승리' 또는 '졌지만 잘 싸웠다'고 주장할 만한 최소한의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오세훈 후보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부터 장동혁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거리를 둬왔고 특히 당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후보 등록을 미루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서울에서의 승리를 '장동혁 지도부의 공(功)'으로 해석할 경우 당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장 대표 때문에 서울을 이겼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당내에선) 오 후보의 개인기로 돌파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파별·선수별 등 여러 단위에서 '선거 승패의 기준'을 두고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권파는 당 지지율이 낮고, 지도부 체제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버티면서 당을 끌고 왔기 때문"에 장 대표의 직책 유지에 힘을 싣는 분위기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이 철저하게 잘못됐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판단과 심판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고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끝내 거부한 점, 친한동훈계 인사들을 징계하며 '뺄셈의 정치'를 한 점 등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막판 중앙선관위의 투표 관리 실패로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제기되면서, 장동혁 지도부는 중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고 선거무효 소송까지 예고하는 등 전면적 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승패 판정이나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등 논의는 다소 시간이 끌릴 것으로 보인다.
총선 앞, 냉정해지는 의원들…'한동훈 입성'도 변수
특히 바로 다음에 치러지는 공직선거는 의원들의 '생사'가 달린 202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다. 지방선거 승패 판정이 추상적인 논쟁에 그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이 서면, 그동안 방관하던 의원도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재선 의원은 "결과에 상관없이 장 대표는 버틸 테지만, '버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의원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며 "당장 2년 후에 본인들의 선거인 총선이 다가오지 않나. 격동에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도 "상처 입은 게 한둘이 아니다. 다들 선거 때문에 참아왔던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선거운동 기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전국 곳곳의 후보들은 장 대표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따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사법적·정치적으로 심판받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와 보수 결집을 호소한 상황까지 온 만큼, 그나마 수성한 지역조차 '장 대표가 잘해서'라고 평가하기엔 근거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특히 '장동혁 대 한동훈'의 대리전 성격이었던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가 승리한 점 역시 변수다.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번 선거에 제일 중요한 건 한동훈 전 대표의 당선 여부다. 장 대표가 온 힘을 다해 한 전 대표를 내쫓았는데, 그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주도권 다툼이 심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당내에서는 일찌감치 이번 선거가 당권 경쟁의 전초전과 같다는 평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주자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선거 지원 전면에 등장한 중진 인사들이 거론된다.
보궐선거 승리로 원내 입성에 성공한 한 전 대표,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벌이며 이번 선거의 주인공이 된 오세훈 후보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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