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시선 : 쌍용차 위기 이유와 해법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왜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가

"여러분들이 마음을 많이 쓰시는 것 같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쌍용차 관련 전반적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싶다. 최근 2분기 동안 쌍용차 실적에 갑자기 상당한 변화가 있어왔다. 올해 1분기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손실은 그리 크지 않았고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쌍용차가 드디어 수익을 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2개의 분기, 그러니까 4~6월 분기와 7~9월 분기는 쌍용차 입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11월 8일,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회장)인 파완 고엔카 박사의 말이다. 이날 마힌드라의 3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이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쌍용차의 실적 악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상세하게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 : 상장사가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여는 전화회의. 인도 회계연도는 1월 1일이 아니라 4월 1일에 시작되기에 회의 제목은 2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로 되어 있으나,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3분기로 부르도록 하겠다.

내수 시장에서 최대 출력 보여준 쌍용차

이 자료를 접하면서 필자가 놀란 것은 2가지였다. 첫째, 이 회의 참석자들을 보면 JP모건,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emkay글로벌, 에델바이스그룹, IIFL 등 인도 국내외 쟁쟁한 증권사·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이었는데 쌍용차 관련 매우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고엔카 회장의 답변 태도인데, 마찬가지로 굉장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면서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놀라냐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 최근 쌍용차 관련 뉴스들을 한번 검색해 보시라. 실적 악화로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있지 않은가. 고엔카 회장의 이어지는 답변을 들어보자.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야 안정적인 판매량 수준으로 떨어진 거라 볼 수 있다. 예전 컨퍼런스 콜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쌍용차의 경우 EBITDA* 달성이 가능하려면 대략 14만 대 판매량이 필요하고, PBT** 달성을 위해서는 15.5만대 판매량에 도달해야 하는데, 올해 그 수치에는 미달한다. 지난해에 대략 14.3~14.4만 대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래서 EBITDA와 PBT 모두 마이너스였다. 15.5만 대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수출시장을 늘려야 한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쌍용차는 10.5만 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한국 시장의 상황을 볼 때 10.5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건 사실 무리다. 어쩌면 11만대, 11.2만 대까지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수준을 넘긴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수출시장에 집중해야 하고 대략 4~4.2만 대 가량의 수출을 기록하면 PBT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개의 좋은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지금 이를 위해 뛰고 있다. 우리가 매년 안정적으로 8천~1만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두세 개의 수출시장을 갖게 된다면 매우 좋은 실적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 EBITDA :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흐름능력을 나타내는 수치
** PBT : 법인세 차감 전 이익

과연, 고엔카 회장의 주장에 따라 쌍용차 기존 판매량을 분석해 봤더니 판매량 15.5만 대를 기록한 2016년에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실현한 반면, 15만 대 밑으로 떨어진 해에는 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내수 판매량의 경우 고엔카 회장이 사실상 최대치로 지목한 10.5만 대를 넘어서고 있다. 즉, 안방이라 할 내수시장에서 쌍용차 실적은 최대의 역량을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쌍용차에서 벌어진 변화

분석 범위를 지난 10년으로 넓히면 더 놀라운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한국의 완성차업체들 대부분이 수출 중심의 생산·판매 구조를 갖고 있으며 쌍용차 역시 2013년경까지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4년을 지나면서 내수와 수출 판매량은 극적인 크로스를 보여주면서 확실한 내수 중심의 업체로 거듭난 것이다.(아래 그래프)


그런데 지난 10년이 어떤 기간이던가?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이후 2011년 3월에 마힌드라 그룹이 인수하였으니, 마힌드라와 함께 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내수 판매량은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반면, 수출 물량은 반대로 1/3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 시장을 잘 모르는 마힌드라 덕에 내수가 늘어난 거라고 볼 수는 없다. 마힌드라 인수 이후 초대 사장을 지낸 이유일 씨는 2014년에 '쌍용차'라는 이름에 '해고', '부도'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어서 회사 이름을 바꾸자고 할 정도로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5년부터 소비자들의 취향이 소형차에서 SUV와 픽업트럭 등 큰 차로 이동한 추세 변화 덕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수출 물량은 저토록 줄어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추세 변화가 답해주지 않는다. 2014년을 기점으로 쌍용차의 내수 판매가 늘어난 것은, 결국 차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역량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수출 감소 : 쌍용차 노동자들과 관계없는 이유들

2016년에 5.2만 대를 기록한 수출 판매량은 지난해 2.5만 대로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투자자·애널리스트들은 궁금증을 멈출 수가 없었을 테다. 그래서인지 고엔카 회장은 구체적인 시장을 거명하며 자세한 설명을 이어간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우선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세계 자동차산업 둔화로 인해 쌍용차의 많은 수출시장이 타격을 받게 되었다. 어떤 경우는 순전히 경제적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경제상황과는 관련 없는 다양한 조건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란의 경우 경제 제재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의 경우 유럽과 체결한 FTA 때문에 쌍용차의 수출 차량 가격이 오르게 되었다. 서유럽의 경우 엄격한 CO2 규제로 비용 경쟁력이 약해졌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수출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정리하자면 경제 제재로 이란 수출길이 막혔고, CO2 규제와 FTA라는 예측하지 못했던 대외 변수들이 생겼기 때문에 수출에 문제가 생긴 것이 쌍용차 현재 위기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즉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임금 또는 잦은 파업이나 노사 갈등 때문이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들이 어찌 해볼 수 없는 사유로 발생된 일이라는 것이다.

부도와 법정관리, 제3자 인수를 반복해온 쌍용차의 경우, 2009년 법정관리 이후에는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기 시작해 독자적인 수출 루트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해줬어야 할 역할이다.

게다가 쌍용차의 주요 수출 지역이었던 러시아·중국·유럽 등의 시장은, 마힌드라의 기술력으로 넘보기 어려운 곳들이었다. 쌍용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마힌드라의 자금력과 사업 역량을 쏟아부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내수판매가 급증하던 같은 시기에, 마힌드라의 노력으로 수출시장이 넓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1~2분기에 긍정적 결과 볼 수 있을 것"

그렇다면 쌍용차 실적은 언제 나아진다는 것인지, 현재 세계적인 경기 후퇴와도 연동되어 있는 것인지, 실적 개선을 위해 쌍용차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했다. 마찬가지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고엔카 회장의 답변 역시 막힘이 전혀 없다.


"한국 내수시장을 살펴보자면 한국 산업 역시 둔화되고 있고 한국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개월 동안 쌍용차는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도 마찬가지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경기둔화로 인해 판매비용의 다양한 요소들이 올라가고 있다. …… (2019년) 4분기에 당장 바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년 1분기나 2분기쯤에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고엔카 회장은 쌍용차의 미래를 매우 밝게 묘사하고 있다. 당장 적자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올해 1분기나 2분기쯤에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언론들은 쌍용차가 곧 망할 것처럼 온갖 대서특필을 해대고,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1인당 연봉 1700~1800만 원에 달하는 임금삭감 동의서를 들이밀었다.

고엔카 회장의 말마따나 "이제야 안정적인 판매량 수준으로 떨어진 것"에 불과한데, 즉 내수 판매가 굳건한 토대를 만들어 주었으니 수출시장 2~3개만 뚫으면 될 일인데 말이다.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도 임금삭감을 통해 대략 700~8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는데, 이 정도 금액은 현재 쌍용차의 능력으로 금융권에서 조달 가능한 수준이다.

그뿐이 아니다. 노노사정 사회적 합의로 약속한 해고자 복직마저 뒤로 늦춰지고 말았다. 합의할 때에는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비롯해 노노사정이 모두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으나, 이 합의를 번복하는 데에는 쌍용차 회사와 기업노조만 참여했을 뿐이다. 도대체 쌍용자동차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인사이드 경제>는 다시 추적을 시작한다.

* 앞에서 언급한 마힌드라의 컨퍼런스콜은 2019년 11월 8일에 진행된 것이며, 내용은 마힌드라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아래 URL로 들어가시면 pdf 파일로 컨퍼런스콜 내용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ahindra.com/resources/investor-reports/FY20/Earnings%20Update/TRANSCRIPT-MM-Q2FY20-Earnings-Call-8th-Nov-201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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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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