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맞은 영원한 고전, <어린 왕자>

[최재천의 책갈피] <어린 왕자>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간쑤성 둔황의 막고굴을 자주 오가게 된다. 그곳은 사막이고, 둔황은 오아시스 마을이다. 어느 날 둔황 시장과 만찬자리에서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잠재워두었던 이 문장이 스스로 깨어났다. 그래서 내가 둔황을 사랑하는 이유로 이 문장을 차용했다. 물론 저작권은 '어린 왕자'의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달 초 <어린 왕자>가 새롭게 출간됐다. <어린 왕자> 출간 70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에서 출간한 <어린 왕자의 아름다운 역사 La Belle Histoire Du Petit Prince>를 번역했다. 몇몇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어린 왕자>의 초판은 1943년 4월 6일 영어판으로 미국에서 출간됐다. 프랑스어판은 1946년이 되어서야 가스통 갈리마르가 하드커버로 출간했다. "20세기 가장 많은 외국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인 <어린 왕자>는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었는데도 프랑스가 아닌 북미 대륙에서 먼저 출간되어 읽혔"던 것이다.

문학 소년을 꿈꾸던 어린 시절, <어린 왕자>의 몇몇 문장을 사랑했었다. 이번에 책을 하나, 둘 넘겨 가며 다시 그때 문장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언제나 원할 때면 너는 해가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야.",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네가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들이야."

늘상 느끼는 일이지만 어린 시절의 고전을 50후반이 되어 다시 읽고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데미안>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편저에도 글을 하나 쓴 적 있는데 그때가 그러했다. 초등학교 시절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십 여 년 전 강소천 전집을 구입해 다시 읽어보니 그때도 그러했다.

이번에 <어린 왕자>를 다시 뒤적이며 그때의 감동을 기억해내 보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는 매번 우리의 가슴속에 사는 순진무구한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속에 머물면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한 어린아이가 고개를 들 때마다 그 아이를 억눌러 버린다.(폴 발레리)"아마도 어린 시절의 나에게 스스로 그러한 것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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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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