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구예측(2019)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평균연령이 가장 어린 나라) 중 1위부터 10위는 전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다고 한다(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19). 평균연령이 낮다는 것은 한 사회의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로 대개 긍정적으로 이해되며, 반대로 평균연령이 높다는 것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로 부정적 진단을 내려지며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인간이 기술발전을 통해 이루어온 인구의 장수화 현상이 정말 인류 위기인가?
인구는 과거 다산다사(多産多死, 출산율‧사망률 모두 높음)의 패턴에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산소사(多産少死, 출산율은 높으나 사망률은 낮음)와 소산소사(少産少死, 출산율‧사망율 모두 낮음)의 시대로 이어졌고, 현대사회의 선진경제 지역 중 소산소사를 넘어서 소산다사가 발생하는 곳도 있다.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다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이는 최근 70년 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매우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1930년대 말부터 이미 학자들이 예측한 내용이기도 하다.
일본 인구변화 시나리오의 비판적 고찰
일본의 경우 1967년 인구가 1억 명을 넘었고 2014년에 이르러 사망자수가 127만 명, 출생자수가 100만 명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는 소산다사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하였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일본정부는 경제재정자문회의 산하에 전문조사회인 "미래위원회"를 두고 미래사회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대처하고자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현재의 낮은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110년도에 인구가 4286만 명으로 감소할 예정인데 이 경우 줄어든 인구 규모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인구를 수용하는 한편 기존 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늘린다는 방안이다. 새로운 인구로는 외국인이 있으며 기존의 인구 중 기혼여성, 65세 이상의 시니어 집단의 경제활동을 확대시키는 방향이 검토되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합계 출생률이 2030년까지 2.07로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통해 2110년도에 지금의 인구 규모와 유사한 수준의 9661만 명의 인구 규모로 점차 회복시키는 방안이다.
특히 일본은 두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희망을 두고 있다.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용과 바쁜 환경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방의 도시에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고 이들을 지역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만혼과 비혼이 늘어나고 있으며, 출산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시대에 있어 이러한 지방의 유인정책을 통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인구수"만 고려하고 있을 뿐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생존전략을 가진 많은 "사람"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람"을 지역으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성장 경제의 라이프코스(life course)(1)에 대해 정리한 메이어(Mayer,2004)의 연구에 의하면 1970년대 말 이후 현대 사회에서는 '학교 졸업-취업-결혼-출산'이라는 한 개인의 인생사의 순서가 바뀌거나 그 발생이 유보(moratorium)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저성장 경제에서 비정규 고용의 확대로 인해 '장기적인 취업 기간 지속'이라는 삶의 형태가 청년층에서 사라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삶의 전개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인구감소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상으로, 저성장 경제에서 새로운 경제구조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이 이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는지, 진입 측면에서의 장벽은 무엇인지, 타 지역들과의 연결성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결국 새로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인구정책
인구현상에 대한 이해도 인구를 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미래 사회는 아마도 많은 인구가 아닌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인구와 이를 지원하는 기술의 발전이 공존하는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기술 개발에 대한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 기술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과소평가하거나 또는 기술 활용이 가능한 영역 발굴에 소홀한 편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펼치는 장은 크게 확대됐는데도 말이다.
앞으로의 산업 생태계는 기술 활용을 통해 다양한 산업과 공간과의 연계성이 가져오는 이득을 누리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플랫폼 경제라고 불리는 환경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지역은 다양한 사람들이 삶의 전략으로서 선택될 수 있다. 지역은 대도시권으로부터 지역의 가능성을 본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상생활의 공간 또는 비즈니스의 영역을 개발하도록 하는데 열려 있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다양한 지역으로 연결되며, 우리가 우려하는 소멸지역에 대한 불안이 새로운 기회로 인식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간 간의 관계성이 증가하는 것은 1인 생활권의 한국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에 걸쳐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대도시권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잠시 이동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그 이후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대도시와 다른 지역의 장점을 연결하는 삶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구 분산정책은 경제성장이 빠르고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중요하게 인식되었을 수 있으나, 인구 감소시대에는 인구라는 수의 개념을 극복하고 사람들의 삶의 연속선 상 안에서 다양한 지역에 관계를 둔, 다양한 지역과 연계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방영됐던 2019년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토론방송(Novel Minds)에서는 "우리가 현재 명백하다고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히 재확인(실험)이 필요하다 (whenever you think something is obvious, we need to put it to the test)"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명백하다(obvious)고 생각하는 많은 사실들은 사실 끊임없는 실험과 분석을 통해 명백한 사실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어 왔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명백하다고 믿는 사실에 대한 추가적 분석을 위한 노력 안에서 우리의 사고가 보다 논리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가 믿어야 하는 명백한 사실이다.
인구감소와 대도시 집중이라는 거시적 경향이 보여주는 현실이 혹시 단순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의 말로 정리되면서 우리에게 있어 명백한 사회 붕괴와 혼돈으로 이해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성장 시대의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모습들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면서 인구라는 수적 개념에서 본 획일적 집단이 아닌 다양한 "사람"에 주목하면서 인구 감소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제2기 인구정책 TF(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과제를 중심으로 약 5개월 간 집중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새로운 경제환경 안에서 다양한 삶의 전략과 공간 연계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 설계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 필자 주석
(1) 라이프코스는 특정집단(출생년도가 같은 사람들을 출생코호트, 금융위기 시기에 취업빙하기를 경험한 한국의 90년대 후반 대학졸업코호트 등)이 시대효과라고 하는 시대의 중요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고유한 삶의 패턴을 형성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 필자 소개
이현욱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교 인문지리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일본 국립대학교 미애대학교 특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청년층의 인구이동, 국제이주와 한국사회의 사회공간적 연구, 북한 도시와 인구연구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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