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아마존 소녀의 파괴된 삶...누구 책임인가

[인터뷰] 아마존 파괴 다룬 영화 '세퀘스트라다' 손수범 감독

인신매매범에 납치된 13세 소녀의 삶처럼, 경제개발이라는 명분 하에 스러져가는 남미의 아마존 열대우림의 원주민의 삶은 파괴당하고 있다. 모든 경제개발이 그러하듯, 정작 개발로 인한 이익은 원주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영화 <세퀘스트라다>(Sequestrada)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댐인 벨루몬치가 들어서면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 아마존 아라라 부족민들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 제목인 '세퀘스트라다'는 포르투갈어로 '유괴, 납치'라는 뜻이다. 손수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대 영화과 교수가 만든 이 영화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개봉됐으며, 지난 9일 미국 의회에서 상영됐다. 평소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이며, 한국 감독의 작품이 미 의회에서 상영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 손수범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아마존 열대우림, 1년에 서울 16배 면적이 파괴되고 있다

손수범 감독은 9일(현지시간) 오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직접 목격한 아마존 파괴의 실상에 대해 말했다.

"아마존 개발 때문에 부족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강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인데 댐을 만든다며 그 울창하던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주변에 사는 원주민들을 강제 이주를 시키고 있다. 한개의 댐을 만드는 데도 그렇게 넓은 밀림을 폐허로 만드는데, 지금 200개가 넘는 댐을 만든다고 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남미의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특히 경제발전을 위한 아마존 개발을 주장하고 있는 극우파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아마존 파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2018년 8월부터 1년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9762㎢였다. 이는 전년에 비해 29.5% 증가한 것이며, 파괴 면적으로는 200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조사 발표)


▲ 댐 건설을 위해 벌목된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세퀘스트라다 제공

아마존 파괴가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벌어지는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생성되는 산소 중 20%는 아마존에서 생성되며, 또 그만큼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고 한다. 아마존은 한해에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15-20억톤을 흡수한다. 또 아마존은 세계 동식물의 10%가 넘는 개체수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구 환경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 1년에 서울시 면적(605.2㎢)의 16배만큼이나 파괴된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기후변화에는 국경이 없다"고 손 감독은 강조했다.

열세살 소녀를 통해 원주민들의 삶을 보다


이 영화는 환경 이슈를 다룬 다른 많은 영화와 달리 극영화다.(영화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필자주) 손 감독에게 이 주제로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 환경 전문가 사브리나 맥코믹(Sabrina McCormic)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다. 그만큼 과학적 사실 검증에도 충실했다는 얘기다. 손 감독은 두번의 여름과 겨울을 아마존에서 아라라 부족민들과 함께 보내면서 영화를 찍었다.


"저는 다큐멘타리보다는 픽션을 통해 더 진실이 잘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현지에서 촬영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원주민들을 대상화해서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큰 틀의 줄거리는 나와 맥코믹 교수가 썼지만 그 안의 세세한 많은 내용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담았다. 맨 처음에 원주민들에게 가서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니까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고 몸에 문양을 그려 넣어야 하냐고 묻더라. 아마존 원주민들도 지금은 우리처럼 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산다. 몸에 문신하고 지푸라기로 만든 옷 입고 살지 않는다. 그건 우리 고정관념에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이다."

▲ 영화 <세퀘스트라다>는 9일 미 의회에서 상영회를 가졌다. ⓒ손수범 제공
주인공인 열세살 소녀(카모드자라, Kamodjara)와 그녀를 납치하는 유괴범(실제로는 주인공의 엄마다)을 포함해 상당 수의 배우로 원주민을 캐스팅했고, 그들의 의견을 상당 부분 극중에 반영한 것이 '진실성'을 살리는데 기여를 했다고 손 감독은 평가했다.

"처음에는 주인공도 그렇고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정말 너무 잘하게 됐다.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카메라로 찍으려고 하면 울었다. 한번도 원주민 보호구역을 벗어난 적이 없는 소녀였다. 실제 연기를 통해 처음 보는 것들이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니까, 이 배우의 반응을 그대로 영화에 살렸다.

주인공을 열세살 소녀로 택한 것도 파괴되는 원주민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 부족이 열 세살 어린 소녀 같다. 이들이 무슨 힘이 있냐. 경제라는, 개발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이렇게 치이고, 저렇게 치이고 있다. 정작 이들의 삶에는 아무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열세살 소녀를 어떻게 생각하냐. 어린 소녀가 잘 자라기 위해선 사회가 다 같이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나."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선 고삐 풀린 개발과 돈의 논리를 규제하는 정치적 변화 뿐 아니라 편안함과 안락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일상도 바뀌어야만 한다. 손 감독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자가용을 없애고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게 됐으며, 전기도 일부 풍력 발전을 쓸 수 있게 바꾸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쏠림 현상'이 심한 한국 영화계에서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선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한국 영화 팬들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그들이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댐 건설 허가가 100% 나지 않고 있다. 아마존 보호는 국제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브라질 정부도 막무가내로 원주민들을 내쫓고 댐을 지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 덕분에 그나마 아마존 환경 파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2008년 <페티쉬> 이후 10여 년만에 장편 영화를 내놓은 손 감독은 세번째 작품도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영화를 내놓을 계획이다. 맥코믹 교수와 함께 배기가스 배출 문제와 관련된 소송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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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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