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과 국토부의 땅값 논쟁, 둘 다 맞지만...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가격은 쉽게 통계로만 정할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일 작년 말 국내 땅값이 1경1545조 원이고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2000조 원 올랐으며,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은 43%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해명자료를 내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의 토지자산총액은 2016년 7146조 원에서 작년 8222조 원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1076조 원 증가했다고 경실련 주장을 반박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올해 표준지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4.8%라며, 경실련의 주장은 공식 국가통계와는 일치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경실련 분석의 전제나 근거에 합리성이 결여됐다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였다.

(☞관련기사: 문재인정부 시기 땅값 폭등...1%가 737조 소유)
(☞관련기사: 국토부 "文 정부 땅값 올렸다는 경실련, 공개 토론하자")

경실련과 국토부의 땅값 논쟁으로 과연 대한민국의 땅값이 얼마나 올랐느냐, 누구 말이 맞느냐를 둔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관심은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땅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계속 보이기 때문에 더 커졌다. 그만큼 부동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 허탈함을 느끼는 시민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당연히 2년간 땅값이 얼마나 올랐느냐는 흥미로운 논쟁이다.

우선 국토부의 주장을 살펴보자. 국토부가 주장하는 땅값은 국가 통계인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국민대차대조표를 근거로 한다.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국가 땅값은 토지 면적에 평균 토지 가격을 곱하여 산출하며, 평균 토지 가격은 공시가격, 실거래가격, 감정평가가격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다. 공시지가, 거래가격, 감정평가액이 모두 다른데다, 이미 국토부도 자인하다시피 공시지가는 시세보다 낮다. 한국은행 시스템이 전국의 땅값에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넣어서 산출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 일부 토지에 대하여 공시지가가 입력된다면 시세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국토부의 주장은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국가 통계의 권위를 강조한다. 국가 통계만이 진실을 담고 있으며 객관적이라는 전제를 담은 다소 고지식하고 관료적인 주장이다. 국가통계가 아닌 것은 모두 객관성이 떨어지고 근거가 없는가?

경실련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 경실련은 전국 1만2000곳 토지와 6만 가구 정도의 주택 표본을 실제로 조사해서 땅값을 추정했다고 한다. 서울시의 표준지, 실거래가가 확인되는 빌딩, 주요 재벌 보유 주택 등의 실제 거래가격과 공시지가를 비교해보니, 공시지가는 평균 실거래가의 43%밖에 되지 않았다고 경실련은 지적한다.

김밥 가격으로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음식서비스지수/김밥 지수가 2017년 12월 114.13에서 2018년 121.78이 됐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1년간 김밥 가격이 6.7%상승하였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실련은 서울시내 각 구별 김밥집을 10개씩 표본 추출해서 조사해보았더니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상승했으니 25%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땅값 상승분, 누구 말이 맞나?

경실련과 국토부 중 누구 말이 맞나?? 양쪽 말이 다 맞다. 한국은행 국가 통계는 통계조사 방법에 따라 데이터를 입력하여 산출된 값이다. 그런데 서울시내 김밥집 수십 곳을 추출 조사해보니 대체로 500원 가량 올린 곳이 많았다는 경실련 방식의 결과도 맞다. 이것은 전제나 조사 방법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어떤 주장이 더 현실을 잘 반영하느냐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합의만이 남았다.

부동산 가격이란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환경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과 같고, 어느 경우에든 표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느 경우에든 부동산 가격에는 주관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전제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은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요인이라는 외부의 객관적 요인과 인간의 심리인 주관적 요인이 함께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산출 근거와 함께 설명되어야 하며, 가격 자체가 이의신청 절차 등의 피드백과 상호 작용을 통하여 부작용을 보완하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국토부의 결론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현실화율을 산정한 경실련의 주장에도 백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다. 삼성동의 (구)한국전력 사옥 부지가 10조 원에 매각되었다고 하여 일대의 모든 토지가격이 10조 원 기준 평당 매매단가인 4.4억 원(서울시 기부채납 제외 6억 원)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을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행정적 요인에 따라 큰 규모가 가격 상승 요인이 되기도, 가격 하락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변화하면서 같은 땅의 가격이 시기에 따라 변동하기도 하며, 동일한 도로 폭인 10m 도로에 접하더라도 도심 주택가에 있는 도로인지, 상업지역에 있는 도로인지, 농촌지역에 있는 도로인지에 따라 가격이 받는 영향이 달라진다. 그만큼 땅값은 지역에 따른 개별성과 함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주고받으면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부동산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분석하고 산출된 과정과 근거를 함께 붙여서 설명해줄 때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땅값을 어떻게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인가?

부동산 감정평가 도구인 감정평가 3방식은 부동산을 둘러싼 인간의 행동과 가격형성 원리를 설명하여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를 분석하는 도구이다. 부동산 감정평가 3방식은 부동산의 시장성, 원가성, 수익성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상가 건물이 10억 원에 거래되었으며, 이 부동산을 신축하려면 9억 원이 들고, 이 부동산에서는 매월 월세를 300만 원씩 받을 수 있는데 현재 투자수익률이 4%라면, 이 부동산의 시장가격은 10억 원, 취득원가는 9억 원, 수익가격은 9억 원(300*12/4%)이 된다.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라면 3방식에 의한 가격은 서로 수렴한다. 그런데 현재 부동산 시장 왜곡으로 인하여 매매가격이 원가와 수익가격을 추월해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많다.

감정평가 3방식은 부동산 관련 정책과 제도 곳곳에 숨어 있다

예컨대 정부가 일부 지역에 시행한다는 '분양가 상한제'란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제한하는 조치인데, 제한하는 기준이 바로 땅값과 건축비의 합계액인 분양원가다. 원가법에 의한 가격인 분양원가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인 분양가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분양가 상한제의 핵심이다.

최근 판교소재 분양전환 임대주택에서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과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방법이 달리 규정돼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의 경우 원가방식과 시가를 평균하여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도록 한 반면,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 주택의 경우에는 시가만을 기준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도록 하여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 원가와 시가와의 차이가 너무나 많이 벌어져서 발생된 문제이다.

극심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지역의 특징을 보면 2~3년 사이에 임대료가 2~3배씩 폭등하였다. 상권이 좋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잉여가 모두 부동산 임대료로 흡수된 것이다. 이때 임대료를 기준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평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임대료가 상승한 만큼 그에 연동된 공시가격이 올라, 그에 따른 보유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임대료 공시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사용내역도 불분명한 관리비 명목으로 임대료를 높이는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애초부터 수익방식을 포함한 3방식을 적용할만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동산 공시 제도가 나아갈 방향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은 그간 감정평가3방식을 통한 감정평가절차를 무시하고, 주택가격을 조사·산정이라는 이름으로 공시해왔다. 현재의 공시제도에서 제일 먼저 손봐야 할 것은 토지 공시지가와 균형이 맞지 않고 따로 국밥인 주택공시가격이다.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 시세 통계 데이터와 위치정보시스템, 가격조사산정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 수 없는 '시스템의 전문성'이 있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관계와 상호 작용에 의하여 형성되는 부동산 가격이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시스템의 전문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 3방식을 통하여 공시가격의 산출 근거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는 깡통주택 우려 지역, 갭 투기가 성행하는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으로 매매계약서나 전세계약서를 실제보다 높게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감정평가3방식을 통한 종합적 접근과 지역적 특성의 분석 없이 이런 방식의 편법 거래를 매매가, 전세가 데이터가 걸러낼 수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부동산 전문 자격사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의 이러한 지역적, 개별적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부동산공시업무를 한국감정원이 하든 감정평가사가 하든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누가 공시업무를 하든지 간에 감정평가3방식이라는 감정평가 도구를 활용하여 땅값의 산출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일체의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외압이 없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에 철저하게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가 공식 통계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든지, 공공 기관으로서 시스템의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공신력과 전문성이 있다든지 하는 식의 권위적이고 추상적인 말보다, 우리 국민은 구체적인 근거 제시와 설명을 듣고, 국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를 원한다. 또한 부동산 가격과 부동산 시장의 방향타를 잡아주고, 많은 국민을 부동산 투기로 내몰거나 상대적 박탈감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원한다.

경실련과 국토교통부의 땅값 논쟁을 통하여 부동산 가격과 공시가격, 대한민국의 부동산 제도와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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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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