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일본의 입장 변화, 미국 역할 있었다"

"지소미아는 반드시 필요....미국에 한국과 일본에 균형적 관여 요구"

이수혁 주미대사는 25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GSOMIA) 조건부 연장 결정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합의가 '누구의 승리'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지난 몇주간 양국의 진지한 협상과 미국의 독려의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부임 후 한달 동안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소미아를 다뤄왔는데, 미국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 정부에 잘 전달하는 한편, 미국이 이 문제에 있어서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촉구해왔다"며 "이번 합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국이 한국에만 압박하는 것으로만 비쳐졌지만 실상은 에스퍼 국방장관,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고위관료들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간의 합의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며 "외교적 협의 과정을 다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완강하던 일본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온 것에는 미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고위관료 뿐 아니라 미국 의원들도 십수명 만나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들을 만나면서 이 대사는 5가지 원칙을 강조했다고 했다. "첫째, 지소미아는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11월 20일 종료일까지 한일간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 부족하다. 셋째, 미국은 어느 경우에도 한일 양국에 대해 균형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일 양국은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사안에 대해 동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이 지소미아가 최종 종료되기 전까지 한일간 협의가 집중되도록 권유해달라."

이 대사는 "미국을 대상으로한 집중적인 노력 와중에 미 의회에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며 "이런 점에서 대미 의회 외교의 중요성도 거듭 확인했다"고 성과를 꼽았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간 합의가 원만히 이행되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하며, 한미간 신뢰가 강화된 만큼 이를 토대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핵문제 공조 등에 대해 협력을 모색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일본 정부와 지소미아 종료 연장 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양국간의 긴장 관계는 계속 진행 중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 관련 일본 행동에 강력 항의했으며 일본 측이 사과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또 일본 고위관료들이 '압도적 승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견강부회"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판정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한국 정부는 '조건부 종료 연기'라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미 국무부에서는 '갱신(renew)'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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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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