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7만쪽, 하루 8시간 읽어도 100일 걸려"…대법원 "최고법원 결정 존중해야"

법사위 긴급현안질의 개최…민주당 "9일만에 심리? 불가능" vs 국민의힘 "상식적 판결"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이 사건의 결론 여하를 떠나 최고 법원의 판결과 그 법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출석해 민주당 김기표 의원의 "파기환송한 10명 (대법관) 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라는 발언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바이고, 모든 대법관이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원칙"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천 처장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나? 이게 (민주당 주장처럼) '사법 쿠데타'인가?"라고 묻자 "(대법원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법부가 해야 할 모든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쿠데타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첫째는 법리적인 쟁점, 두 번째는 심리의 속도에 대해 충실히 논의가 이뤄졌다"며 "(이를) 판결에 다 담아서 90페이지 가까운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2심 판결로부터 36일 만에 이뤄진 이 후보 사건 상고심 결론에 대해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는 등 대법원을 대상으로 한 공세를 폈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사건을 소부에서 심리하고 이견이 심한 경우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관행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소부 절차를 대부분 생략하고 전원합의체에서 바로 심리가 이뤄졌다"고 질타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기록이 "7만 쪽"이라며 "한 사람이 8시간씩 읽어도 100일이 넘게 걸린다. (대법관이) 이 기록을 다 읽었다는 것인가"라며 대법관들이 "한 달 만에 기록을 다 파악하고 전원합의체에 넘긴 지 9일 만에 (유무죄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성윤 의원은 "대법관들이 정치 모리배가 됐다"며 "5월 1일 사법 쿠데타는 법원의 신뢰를 땅에 묻어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박주민·전현희·진성준 등 의원 60여 명의 의원들은 법사위 현안질의와는 별개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을 찾아 항의시위를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정진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결과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파기환송 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선 직전에야 판결이 이뤄진 것은 이 후보의 재판 지연 때문이라고 맞섰다.

장동혁 의원은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너무나 상식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며 "대선 개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대선 직후 1년 안에 끝났어야 하는 사건이 이재명 대표의 여러 재판 지연 전략에 법원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아직도 결론이 안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의원은 "어제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부당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법원이 피고인의 정치적 지위나 이념 성향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 중에 법률 위반으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가 많다. 그러면 대법원이 총선에 개입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주진우 의원은 "어제 대법원 결정이 있었는데 바로 국회가 현안질의를 통해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법원을 압박하는 모습은 입법부가 사법부를 침탈"하는 것이라고 이날 질의 자체를 문제 삼았다.

한편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는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멈추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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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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