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변호사로 지난달 28일 정의당에 입당한 권영국 정의당 노동안전특위 위원장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경영계의 민원성 요구를 그대로 받아서 우리 국민의 삶을 장시간 노동, 과로사의 나라, 오욕의 시대로 다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위원장은 "법률가의 검토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시행규칙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계도기간'은 법 시행 이전에 안내하고 깨닫게 하는 기간을 말하는데, 집행해야 할 행정부가 법의 적용을 스스로 유예하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정면 침해"라고 지적했다.
법률의 시행시기가 명시돼있는데 행정부의 지침으로 법률 적용 시기와 이에 따른 처벌을 유예할 수 있다면, 법의 엄정성을 훼손하여 해당 법률을 준수해야 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권 위원장은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부가 권한을 남용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을 막고 국회의 입법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특별연장근로 승인 기준에 '경영상 사유'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을 더해 예외 범위를 넓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권 위원장은 "예외사유를 기업의 경영상 이유를 들어, '기계가 고장났다'든가 하는 이유를 드는 것이 다반사"라며 "사실상 사용자의 그럴듯한 사유 작성에 좌우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장 근로시간의 상한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제한 없는 장시간 노동이 강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법정 노동시간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승인 기준도 완화하기로 밝혔다.
특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며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항만에서 화물 감정사로 일하고 있는 심국보 씨는 권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저희는 2020년 1월 1일만 기다려왔다"며 "회사는 탄력근로제에 합의하지 않은 채, 근무시간을 주 40~90시간으로 들쑥날쑥 이용해왔다. 조합이 아무리 고발한다 고소한다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아직 유예기간이니 '내년부터'였다"고 강조했다.
심 씨는 "저희의 휴식 시간은 회사에 일이 없을 때이며, 저희의 휴일은 동료 직원이 대신 근무를 해줄 때"라며 "저희의 근무 거부권은 없다. 나라는 왜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가면서 까지 기업만을 위하는 거냐"고 말했다. 이어 "저희의 꿈은 일했으면 쉬고 싶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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