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는 푸틴·김정은, 북한군 전쟁 참전 공식화하며 "관계 강화" 한목소리

교착상태에 빠진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 속 북한 참전 공식화…미국 중재 협상에 의문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의 참전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는 국제법과 함께 북러 간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재하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러 양측이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실인 크렘린궁 홈페이지에 게재된 '러시아 연방 대통령 성명'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지난 4월 26일 "러시아 연방군은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우크라이나 무장 세력을 격파하여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연방 영토 일부를 점령하려는 범죄적인 도발을 종식시켰다"며 여기에 북한군이 참전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조선인민군 부대들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2024년 6월 19일 체결된 러시아 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내용과 정신에 따라, 특히 조약 제4조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무력 공격 시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우리 영토를 침공한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의 러시아식 발음) 정권의 신나치 세력을 격퇴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19일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다음날인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이 공개됐다.

이 전문에 따르면 제4조에서 양측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당시에도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이후 이를 대체하기 위한 조약이 이번에 체결된 것이며, 이전 조약에는 없었던 '자동개입' 성격이 명시되면서 북한군 개입의 근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북러 양측은 그동안 북한군의 러시아 진입이 확인되는 여러 정황이 있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다 26일 러시아 외교부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옛 소련의 공산당 청년동맹의 기관지였고 현재는 민영화된 언론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와 인터뷰에서 "북한 군인들이 2024년 6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에 따라 쿠르스크 국경 지역 해방 작전에 참여했다"며 처음으로 북한군 참전을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조선 친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연대감, 정의, 그리고 진정한 동지애에 기반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체 지도부,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에게 직접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영웅적 행위, 러시아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조국을 수호하며 보여준 훌륭한 훈련과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러시아 국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특수부대의 영웅적 행위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와 공동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러시아 전우들과 함께 싸운 영웅들을 항상 기릴 것"이라며 "전장에서 단련된 양국 간의 굳건한 우정, 이웃 관계, 그리고 협력의 유대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성명에 앞서 북한도 북한군이 참전을 공식 확인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로씨야(러시아)련방의 꾸르스크(쿠르스크)지역해방작전에 참전하여 영웅적위훈을 세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 전투구분대들을 높이 평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꾸르스크지역해방작전에 참전한 우리 무력 구분대들은 높은 전투정신과 군사적 기질을 남김없이 과시하였으며 대중적영웅주의와 무비의 용감성, 희생성을 발휘하여 우크라이나신나치스세력을 섬멸하고 로씨야련방의 령토를 해방하는데 중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로(북러) 두 나라 군대가 어깨 겯고 한전호에서 피흘려 싸우면서 전취한 이 고귀한 승리로 하여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근 9개월간의 꾸르스크지역강점이 종식되고 로씨야의 특수군사작전을 좌절시키려던 서방세력과 우크라이나당국의 모험적인 정치군사적기도가 파탄되였다"고 자평했다.

통신은 북한군 참전이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이었음을 재확인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하여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로씨야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합의에 따라 공화국무력 전투구분대들에 로씨야무력과의 협동밑에 우크라이나신나치스강점자들을 격멸소탕하고 꾸르스크지역을 해방할 데 대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을 하달하시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참전을 결심하시면서 우리 무력의 참전이 조로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단결을 더욱 반석같이 다지고 량국의 발전과 번영을 담보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사명으로 된다고 정의하시였다"고 덧붙였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의를 위해 싸운 그들은 모두가 영웅들이며 조국의 명예의 대표자들"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영용성을 칭송하여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강자의 위대한 명함과 승리자의 영광을 떨친 군인들의 전투정신과 영웅성은 후세토록 존경과 명예의 높은 단상에서 길이 빛날 것"이라며 "조국은 위대한 명예를 지켜 싸운 그들의 넋을 길이 전해가야 하며 참전용사들의 가족들을 특별히 우대하고 보살피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화한 시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휴전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를 공습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현 전황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결속 과시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참전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북한의 참전이 국제법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제재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상황도 북러 간 참전 공식화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지난해 6월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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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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