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드리머...美대법원의 선택은?

연방대법원 첫 변론...70만 대상자들 운명 좌우

11월 12일(현지시간), 갑자기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미국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앞에서 하루종일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 중 일부는 전날부터 대법원 앞을 지킨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다카(DACA, 불법체류 청년유예 프로그램)는 내 모든 것이다."

이날 연방대법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신을 조지타운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아리사이드 곤잘레스 포라스(20)는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카(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입국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년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체류를 허용해주는 정책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2012년 행정명령으로 시작됐다. 현재 다카의 적용을 받고 있는 청년들은 68만 명에 달한다. 16-20세가 약 10만 명, 21-30세까지가 약 40만 명, 31-38세가 약 10만 명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들을 '드리머(Dreamer, 꿈꾸는 사람)'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초에는 '다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군대에서 복무하면서 직업을 가진 선하고, 교육받고, 뛰어난 젊은이들을 정말로 내쫓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입장을 바꿔 다카의 신규 신청을 중단하고 기존 수혜자의 혜택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카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다카의 많은 사람들이 '천사'와는 거리가 멀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거칠고 중대한 범죄자들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으며, 16세가 되기 전에 미국에 도착했고 30세 미만이며, 적어도 지난 5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고, 고등학교 졸업자나 군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다카는 2년 동안 미국에 거주할 자격을 주며, 연장할 수 있지만, 미국의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정부가 다카 폐지 입장을 밝힌 뒤 정부를 상대로한 소송이 잇따르자 연방항소법원에서 폐지 중단 판결이 내려졌고, 연방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결을 내리게 됐다. 12일은 다카 폐지와 관련된 연방대법원의 첫 번째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미국 대선을 4개월 앞둔 2020년 6월에 나올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다수결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현재 9명 대법관의 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5대4로 보수가 더 우세하다. 루스 베이더 긴더버그(여성),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여성), 엘리나 케이건(여성) 대법관이 진보, 존 로버츠(대법원장),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보수로 지목된다. 트럼프 정부 들어 보수 성향의 판사가 2명 임명되면서 연방대법원은 '보수 우세'로 지형이 바뀌었다.

다카는 대법관들의 이념 노선에 따라 5대4 판결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이슈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첫 번째 대법원 공개변론에 대한 기사에서 "연방대법원 보수성향 (대법관의) 다수가 트럼프 행정부와 손을 잡을 태세로 보인다"며 보도했다. 보수성향 대법관들은 법원이 정부 결정을 재검토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손을 들어줄 태세라는 것이다. 반면 진보성향 판사들은 정부가 다카를 종료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조사하면서 이런 결정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민자 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인구 센서스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는 것과 관련된 판결에서 진보 쪽 손을 들어준 온건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진보 쪽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8년 무슬림 입국 금지령과 관련된 판결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다카의 적용을 받는 68만명 중 한인들은 7000여 명이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민족학교(KRC) 등 한인 단체들도 다카 폐지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인 청년들 수십명은 '다카/TPS를 위한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26일 뉴욕에서 출발해 11일 연방대법원까지 약 230마일을 행진해 도착하는 '대장정'을 펼쳤다.

▲ '대장정'을 마치고 워싱턴에 도착한 한인 청년들. ⓒNACASEK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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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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