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의 금강산 관광 회담제의 거부

"철거 문제 문서로 협의하자" 기존 주장 굽히지 않아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와 관련해 실무회담을 하자는 남한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29일 통일부는 "북측은 29일 답신 통지문을 통해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 관련, 우리측이 제의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8일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통지문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이에 북한은 이날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측에 각각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답신 통지문을 보냈다.

통일부는 실무회담 개최 제의에서 시설 철거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문제도 협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답신 통지문에서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만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우리의 통지문에 대해 북측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를) 합의하자는 내용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부의 추진 계획에 대해 "남북 당국 간 만남이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해당 사업자(현대아산, 한국관광공사 등)와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무회담을 주장하는 남한과 서면협의를 고집하는 북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북한이 직접 금강산 지구 내 남한 시설을 철거할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북한이 남한의 이같은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신문을 통해 직접 철거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금강산 사안과 관련해 남한과 협의하는 부분은) 그러한 문제(철거 문제)로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실무회담 거부로 금강산 내 시설 문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금강산 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를 공언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특정한 결정을 내리기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고리로 수입원을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이 사실상 남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러한 구상을 현실로 만들려면 남한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대북 제재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이 대북 제재 문제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한의 협조가 필요한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 시점에서 남한의 시설들을 철거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의 재가동이 한동안 어려워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 하에서 철거 실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보낸 통지문 명의 역시 금강산 국제관광국이라는 실무 차원에 한정돼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철거 관련 통지문을 남한에 발송할 때 금강산 국제관광국의 명의를 사용했고 지난 28일 남한이 국제관광국과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각각 통지문을 보냈을 때도 북한은 국제관광국에서만 답신을 보냈다.

한편 북한은 이날 현대아산측에 보낸 통지문에서는 "현대 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많은 고심과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을 잘 안다"고 밝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현대 측과 협력 의사는 여전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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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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