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구적 노동운동의 쟁점과 전망 -**
***무자비한 ‘자본주의 성장’과 빈곤**
세계는 성장하고 있는가? 저들은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무자비하고 미래가 없는 성장은 노동자와 민중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도정부 통계에 의하면 국민의 23%이상이 극심한 빈곤 상태다. 하루 두 끼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40%에 달한다.
제4차 세계사회포럼이 개최된 뭄바이 북부의 인도민중들의 절대적인 빈곤은 자본주의의 절망을 말해주고 있었다. 빈곤의 한 가운데 위치한 허름한 행사장 주변에는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생계를 연명하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참가자들을 반겼다. 행사장안에서 행진과 퍼포먼스에 참여한 상당수는 여성노동자와 아동노동자였다.
인도에서 자본주의는 온갖 제도와 폭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빈곤과 강제노동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빈곤에 맞서는 여성들의 조직인 SEWA 소속 노동자들은 고용주-피고용주 관계에 놓여 있지 않은 행상, 노점상, 가내수공업, 가사도우미 등의 비공식 노동자들이다. 인도 10억 인구 중 2억4천만의 어린이들이 아동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전인도노동조합회의(AITUC)의 파드마나반 사무총장은 인도의 현실을 말하면서 대안사회를 위해 공통 슬로건을 개발하고 확장해서 연대를 증진해야 한다고 외쳤다. ‘사유화반대’, ‘모두에게 노동기본권을’ ‘모두에게 고용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자!
***새로운 국면과 새로운 국제노동조합운동**
세계사회포럼의 여러 행사에서는 국제노동조합운동의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족국가의 틀에 갇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뛰어 넘지 못하는 북반구 노조들의 관료화 경향과 변혁적 노동운동세력이 국제연대투쟁을 주도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총(COSATU)의 사이몬 보이실로 국제국장은 “WTO 논쟁에서 농업보조금 회의가 진행될 때 북반구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국제노동운동은 북반구 노조에게 유리하게 판이 짜져 있다. 노동자와 노동자사이의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의제 선정도 중요하지만 국내투쟁이 밑바탕 되어야 하고 대안적 노조운동이 생겨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의 쇠퇴와 전후 냉전체제 하에서 만들어진 국제자유노련(ICFTU)으로 대표되는 국제노동조합운동은 느슨한 연대체 이상의 조직이 아니며, 변혁적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체로 기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국제자유노련은 세계사회포럼의 유명세를 좇아 제3차 포럼이 되어서야 세계사회포럼에 결합했다.
북반구 노총들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순응할 때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자는 취지에서 독립적 네트워크로 형성된 연대체가 남반구 노조연대(SGITRU)다. 아시아지역 및 북반구 노동조합 활동가 2백여명이 참가한 남반구 노조연대포럼에서 브라질노총(CUT)의 구스타보 국제국장은 “국제적 노동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 노동운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남반구 노조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남반구노조연대회의의 책임이다. 새로운 국면에서 노조만으로는 자본의 공세를 감당할 수 없다. 노동자계급의 파편화는 사회운동과의 동맹형성이라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공세적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포럼에서는 남반구 노조연대의 공동행동으로 첫째, 초국적 기업에 맞서는 캠페인을 조직하는 새로운 운동, 둘째, 칸쿤의 연장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 11월에 개최되는 홍콩 WTO각료회의 반대를 조직, 셋째 지역자유무역협정 FTA 반대투쟁, 넷째 전쟁과 제국주의 반대 등이 제기되었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떠한 ‘자유’를 보장하는가?**
세계사회포럼 기간동안 많은 활동가들이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국 정부들은 초국적 자본의 이동을 위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에 대해 각국의 노동자들은 고용과 노동기본권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단결되어 있지 못하다.
국제산별노련(국제금속, 공공 등)에서는 관련 있는 초국적 기업과 기본노동권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협약을 맺는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가이드라인 형태의 협약으로 단체협약처럼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고려해 볼 수 정도의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 활동은 활발하지 않다.
'아시아에서의 양자간․다자간 자유무역협정체결 동향과 사회민중운동의 대응’이라는 포럼에서는 한일 FTA의 문제도 다루어졌다. 한일 FTA가 한국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한일자유무역반대행동의 일본대표인 도마츠 가츠노리는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해 한국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금지하는 법적 규제, 임금제한의 법제화, 퇴직금 등에 대한 유연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무역은 자본가들에게 중요한 약탈 수단이다. 자본가들의 자유로운 무역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마저 빼앗아간다. 양국 정부는 한일FTA를 통해 농업은 물론 교육, 의료등의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그 대상으로 포함시켜 초국적자본이 ‘자유롭게’ 침투할 수 있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하고 있다. 한일 자유무역협정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법․제도를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비관세 장벽’으로 취급하여 파괴하려는 것이다.
이 포럼에서는 또한 올해 연말에 홍콩에서 열릴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투쟁에 아시아 사회운동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이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이 제안되었다.
***반세계화 투쟁은 어떻게 한 나라에서의 대중투쟁과 결합될 수 있나?**
자본은 끊임없는 축적을 위해 노동계급 파편화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은 아직 하루의 생계와 가족의 안위와, 때로는 노동자와는 상관도 없는 국익에 관심이 머무른다. 노동자들은 초국적기업의 운동과 독점자본의 축적방식, 전쟁, 자유무역이라는 약탈이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는 아직 관심이 적다.
한 나라의 현실을 뛰어넘는 국제적 계급분화는 모든 국경을 초월해 자본주의 세계 전체로 확산되었다. 독점자본의 발전을 낳은 초국적 기업들은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어디에서든 노동자들은 자본의 착취에 대항해 투쟁하는 것 외에 달리 의지할 수단이 없다. 자본주의 발전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국제적 투쟁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세계 노동자대중의 단결과 그 단결에 의거하는 노동자대중운동이 역사발전의 기본 동력이다. 그러나 그 단결의 구조는 아직 미약하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당면한 현안인 임금-단협투쟁과 구조조정에 대한 즉자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반세계화, 전쟁반대에 대해서도 조직의 상층부 중심의 연대를 넘어서는 대중투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와 전쟁’ 포럼에서 <다함께>의 최일붕은 “남한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세력은 좌파노조 지도자와 농민들이다. 노동계급은 가장 강력한 반전세력이다. 그러나 남한의 노조 좌파들은 진지하게 반전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다. 왜냐면 노동자들의 생존조건에 비해 전쟁을 부수적인 쟁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작업장과 국가를 넘어서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노동조합운동이 사회적 의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조합원 위주로 갈 때 그 운동은 위험한 경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운동이 가져오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따라서 다양한 사회운동세력과 연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아공 금속노조는 “세계화의 환경 속에서 내부적으로 강력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매일 변화하는 상황을 조합원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노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조합원들이 총회를 통해 직접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내부적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매일 어떻게 변화하여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조합원이 이해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운동방식, 그리고 이에 기반한 연대투쟁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국면에 대처할 국제적노동조합운동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네트워크만으로 다른 세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세상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투쟁이 일국적 수준에서의 대중투쟁과 결합해야만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노동자 대중운동이 다른 세상을 위해 노동자계급으로 단결할 것을, 국경을 넘어서는 인식으로 거듭날 것을, 작업장과 작업장, 현장의 연대를 기본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투쟁할 것을, 노동자들이여 분발하라고, 노동운동에게 말하고 있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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